[발행인 편지] 우리라는 공동체를 위한 지혜를 모을 때
[발행인 편지] 우리라는 공동체를 위한 지혜를 모을 때
  • 박송호 발행인
  • 승인 2019.07.03 10:47
  • 수정 2019.07.03 11: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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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와혁신 창간 15주년에 부쳐

행복한 일터의 동반자 참여와혁신이 창간 15주년을 맞았습니다. 그간 참여와혁신이 추구해온 것은 노동하는 인간의 만족, 즉 일을 통한 자기실현, 몰입, 행복이었습니다. 이를 위해 인간중심의 작업장혁신, 일터와 지역사회의 참여, 학습과 훈련에 대한 이야기를 다뤘습니다.

디지털혁명이라는 4차 산업혁명을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기술의 향상과 변화는 일을 행하는 방식의 변화를 요구하고 지속적인 갈등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노사정을 불문하고 학습과 훈련을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기술의 변화가 일을 하는 사람을 두렵지 않게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사회는 독일의 인더스트리 4.0을 이야기하면서도 디지털화로 인한 이익의 사회적 분배는 빠뜨립니다.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에 대해 당연시합니다. 더 많은 참여를 위해서는 미래의 불확실성과 변화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기 위한 사회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참여의 적은 두려움과 무지입니다. 무지는 두려움을 양육하고 두려움은 다시 무지로 이어집니다. 우리사회는 상대의 잘못을 나의 정당함의 근거로 자주 사용합니다. 자신의 생각과 대안을 통한 대화보다는 상대의 잘못과 인격살인을 통해 대화의 주도권을 쥐고자합니다. 기업은 노동보다 우위에 서기 위해서 정부의 역할을 기대합니다. 자유로운 경쟁시대에 자연스러운 우위를 정부로 인해 균형 잡히는 것에 부정적입니다. 노동은 경험적입니다. 불확실한 것을 추려내는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과거 경험의 결과를 살펴보는 것이고 그 경험이 현재의 사건에 얼마나 잘 적용할 수 있는 지를 따져보는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사회는 경험적 진실을 근거로 만들어 지는 합리적 추론은 항상 “거부하는 것”이고 이는 대부분 정답이 되고 있습니다.

지금은 전문가의 시대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전문가는 공무원과 학자입니다. 이들의 전문성에는 더 많은 권위와 역할이 기다립니다. 이것을 대신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더 투명한 집행, 견제 받는 전문성이 필요합니다. 대중이 전문가를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전문가도 대중의 합리적 추론을 위해 더 많은 정보제공과 토론, 숙의의 과정, 시간을 필요로 합니다.

한국경제는 비용경쟁력을 통해 빠른 속도로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OECD의 국제성인능력측정조사(PIAAC)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의 학습능력수준은 자랑할 만한 상황이 아닙니다. 2015년 기준 재직자 1인당 교육훈련시간도 최저입니다. 오늘날 엄청난 R&D비용을 투입하면서도 혁신적인 성과가 더딘 이유에 대해 고민해봐야 합니다. 과거로 되돌아갈 수는 없습니다. 기업은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노동계도 현재의 위기에 대한 고민이 많습니다. 하지만 정작 서로 고민을 나누고 비전을 함께 만들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만큼 축적된 사회적 자본이 적기 때문일 것입니다.

지난 5월 한국직업능력개발원과 참여와혁신이 주관한 ‘4차 산업혁명과 노동자 능력개발’ 정책포럼은 더불어민주당 등 환노위 3당 간사가 공동 주최했으며 양대 노총, 경총, 중소기업중앙회가 후원했습니다. 그만큼 교육훈련에 대한 갈증이 크고 차이가 적다는 것일 겁니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과정과 결과를 돌이켜 보면 사회적 대화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2019년 ‘참여’와 ‘혁신’을 위해 나는 무엇을 바꿔야 할까요? 우리라는 공동체를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