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북 울릉군의 한 초등학교 행정 담당 교직원 A씨가 교장 B씨의 뇌물 집행 지시를 거절했다가 추행을 당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전국시도교육청공무원노동조합(위원장 오재형, 이하 교육청노조)이 2일 오후 서울정부청사에서 유은혜 사회부총리(교육부장관)를 만나 사안의 심각성을 전하고 공직 사회 내 비위행위 퇴출에 관심을 가져줄 것을 당부했다고 밝혔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교장 B씨는 학교 공사업체로부터 현금 50만 원을 받은 뒤 교직원 A씨에게 학교 회식비로 집행할 것을 수차례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교직원 A씨가 이를 거절하고 공사업체에 되돌려줄 것을 요구하자 교장 B씨가 부적절한 신체접촉을 시도했다는 것이 A씨의 주장이다. 당시 현장에 있던 행정실의 다른 교직원 2명도 참고인 조사에서 “교장이 피해 교직원에 신체 접촉을 시도하는 것을 봤다”고 진술했다.
반면 교장 B씨는 돈을 받은 사실 외에는 대부분 혐의를 부인하고 있으며 경찰 조사 직후 공사업체에게 50만 원을 돌려준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교육청은 지난 4월 25일자로 교장 B씨를 직위해제했다. 경찰은 교장 B씨를 강제추행과 뇌물수수 혐의로 검찰에 송치한 상태다.
한편, 교직원 A씨는 사건 이후에도 우울증과 수면장애로 정신과 약물치료를 받는 등 심각한 사건 후유증과 2차 가해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에 따르면 교장 B씨는 교직원 A씨가 해당 지시를 거부한 뒤부터 행정실을 찾아와 신체접촉을 시도하고 “보고 싶네”, “내 전화 일부러 안 받니?” 등의 문자를 보냈다. 또한 A씨가 불쾌감을 느낄 정도로 외모에 대해 지속적으로 지적하거나, A씨가 공무원 행동강령에 따라 상담을 받은 뒤에는 전화를 걸어 “너에게 많이 배운다”는 발언을 하는 등 괴롭힘을 의도적으로 이어간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사건 이후 교직원 A씨가 주변으로부터 “피해자가 가해자를 좋아한 것이다”, “(A씨는) 왜 전근을 안 가? (교장이랑) 뭐 있는 것 아니야?”, “교장이 불쌍하다. (교장이) 만지긴 만진 거야?”, “(교장이) 무고죄로 고소할 것이다”는 등의 근거 없는 소문과 눈초리에 고통스러워하고 있다고 노조는 설명했다.
교직원 A씨는 노조를 통해 “온갖 오해와 거짓이 난무하고 있다. 수사로 진실이 드러날 때까지라도 근거 없는 소문이 멈췄으면 좋겠다”며 “하루하루 죽어간다는 느낌이 무엇인지 일평생 처음으로 느꼈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나쁜 생각이 들지만 내 행동이 옳았다는 신념 하나로 버티고 있다”고 밝혔다.
오재형 위원장은 이날 유은혜 사회부총리에게 “공직 사회에서 이런 일이 발생한 것 자체가 충격적”이라면서 “이번 사건에 관심을 가져주고 다시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재발방지와 2차 피해 방지를 위해 고민해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교육청노조의 상급단체인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이연월 위원장은 “성인지 감수성 교육과 2차 피해에 대한 교육을 담당하는 교육 현장에서 이런 일이 발생한 것에 대해 교육부가 책임지고 예방책과 대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며 “강구책이 나오지 않으면 (노동조합 차원에서) 총력으로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