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서비스노동자들의 휴식 시간은 어디로?
사회서비스노동자들의 휴식 시간은 어디로?
  • 박완순 기자
  • 승인 2019.07.04 16:36
  • 수정 2019.07.04 16: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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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사회서비스노동 현장실태 점검 미흡 지적
안정적인 인력확충으로 교대제 가능해야
ⓒ 박완순 기자 wspark@labor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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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 지도를 하는 경우 8시간 근무 중 최소 2시간은 차에서 보낸다. 그만큼 어린이집에 있는 시간이 줄어들어 행정업무를 할 시간이 부족하다. 시간이 부족해 서류작업이 밀리면 무능력한 교사가 되기 때문에 휴게시간에 자연히 서류작업을 한다. 퇴근 후, 주말에 서류업무를 하기도 한다. 당연한 일이 됐고 여기에 연장근로수당을 요구하면 ‘돈 밝히는 교사’, ‘돈 벌려 일하는 교사’가 된다.”

<김지연 보육교사>

“휴게시간은 노동시간이다. 휴게시간을 지키라고 무조건 단말기(시간 확인용)를 30분이나 1시간 끄라고 한다. 휴게시간 30분 채우지 못하고 1분이라도 모자라면 소급결제(단말기 조작해 30분으로 만드는 것)하라 한다. 단말기를 종료해도 쉴 수 없다고 계속 일을 했다고 하면 쉬라는데 안 쉬는 지원사 잘못이라고 한다. 일주일에 5시간을 휴게시간이라는 이름으로 무료노동을 한다. 한 달이면 약 21시간, 17만 5,350원이다.”

<이옥춘 장애인활동지원사>

4일 오전 11시 청와대 앞에 돌봄노동을 수행하고 있는 사회서비스노동자들이 모였다. 사회서비스노동자들의 제대로 된 휴식권 보장을 요구하기 위해서이다. 인구 고령화와 맞벌이 부부 증가로 노인요양 서비스나 보육 서비스 등 돌봄노동 수요가 사회적으로 증가했지만 정작 사회서비스노동자는 자신들의 몸을 돌볼 수 없다는 주장이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가한 전덕규 공공운수노조 사회서비스공동사업단 전국활동지원사지부 사무국장은 “중증장애인을 내버려두고 쉴 수는 없다”며 “휴게시간이 정해져 있어도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 없다면 쉴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전덕규 사무국장은 “현실적으로 중증장애인과 분리된 공간에서 독립적인 휴식 시간을 보내면 결국 돌봄서비스 이용자들은 우리와 계약을 하고 싶겠냐”고 반문했다. 형식적인 휴게 시간 보장이기 때문에 현장실태를 반영한 구체적인 계획 없이는 휴식권을 지키지 못할 것이라는 뜻이다.

서진숙 공공운수노조 사회서비스공동사업단장은 “실험 결과 사회서비스노동자들이 출근하면서 스트레스 강도가 고위험군으로 상승하는데, 이것은 사회서비스노동이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모두 고강도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서진숙 단장은 “휴식을 한 시간 취하니 스트레스가 바로 낮춰졌다”며 휴게시간 보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사회서비스노동자들이 청와대 앞에 모여 기자회견을 한 이유는 ‘진짜 휴식권’ 보장 요구뿐만 아니라 정부대책의 미흡함을 규탄하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사회서비스노동자들은 정부대책이 현장의 실태를 자세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제출한 업종별 휴게시간 보장 대책을 보면 장애인활동지원사의 경우 1시간 휴게시간 제공이 가능하도록 활동지원사 교체를 독려했다. 하지만, 1시간 짜리 돌봄노동을 위해 활동지원사가 그 자리에 지원할리 만무하다는 것이 그들의 입장이다.

그들은 보육교사 노동시간 단축 현장안착 지원 대책도 미흡하다고 본다. 해당 대책에는 낮잠시간 교사 대 아동 비율 완화를 예시로 들고 있다. 교사 당 아동 비율이 정해져 있는데 낮잠을 자는 시간에는 그 비율을 높여 한 교사가 맡을 수 있는 아동 수를 늘리고 일손이 줄어든 교사는 쉬게 하라는 뜻이다. 하지만 그들은 “이러한 방안이 노동 강도를 높이고 아동 교육의 질을 떨어뜨린다”며 반대 의견을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 모인 사회서비스노동자들은 ▲‘가짜 휴게시간’ 부추기는 정부의 휴게시간 보장 대책 중지와 현장실태 점검 이행 ▲휴게시간 보장을 위한 제대로 된 교대제 도입 추진 ▲휴게시간 보장을 위해 정책 추진과정에서 노동자와 정부의 직접 협의 등을 촉구했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참여와혁신>과 통화에서 “사회서비스노동자들이 서비스이용자들과 공간적, 시간적으로 분리되기 어려워 휴식하기 어려운 점을 잘 알고 있다”며 “장애인활동지원사들의 휴게시간 보장을 실질적으로 하라는 요구가 있었고 대책을 강구하기 위해 논의 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보육교사의 경우 작년 7월 인건비 단가 인상과 인력 충원 강화 대책을 강구하기도 했었지만 현장의 모든 요구를 반영하기 어려웠던 점도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 박완순 기자 wspark@labor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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