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병원 비정규직 단식투쟁 12일차, “더 이상 희망고문 안 돼”
부산대병원 비정규직 단식투쟁 12일차, “더 이상 희망고문 안 돼”
  • 손광모 기자
  • 승인 2019.07.08 16:23
  • 수정 2019.07.08 16: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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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식농성 중인 정재범 지부장과 손상량 분회장 인터뷰
부산대병원에 ‘직고용 원칙’으로 정규직화 요구해
단식 12일차인7월8일. 동조단식에 나선 조합원들과 정재범 지부장의 모습 ⓒ 보건의료노조
단식 12일차인7월 8일. 동조단식에 나선 조합원들과 손상량 분회장의 모습. ⓒ 보건의료노조

21일. 한 사람이 아무 것도 먹지 않고서도 생존할 수 있는 기간이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하 보건의료노조) 정재범 부산대병원지부장과 손상량 분회장은 6월 27일부터 단식을 시작했다. 이들의 입에서 곡기가 끊어진 지는 오늘(8일)까지 꼬박 12일. 의학적으로 생존이 보장되는 날은 단 9일이 남았다.

지난 3일에 이어 내일(9일)도 부산대병원 본관 앞에서 결의대회가 진행된다. 하지만 이들이 언제 밥을 먹을 수 있는지는 분명치 않다. 보건의료노조와 부산대병원과의 교섭은 교착상태에 빠져있다.

정 지부장과 손 분회장은 부산대병원의 직고용 방식의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단식투쟁에 돌입했다. <참여와혁신>은 왜 이들이 생명을 담보를 걸고 단식투쟁에 나섰는지 직접 물어보았다. (인터뷰는 8일 서면으로 진행되었다.)

- 파업이 오늘(8일)로 12일째가 지났다. 몸 상태는 괜찮은가?

정 지부장·손 분회장 : 조합원들의 격려와 지지 덕분에 아직까지는 버틸만하다.

- 어떻게 단식투쟁까지 선택하게 되었나? 그동안 부산대병원과 협상이 잘 진행되지 않았나?

정 지부장 : 병원은 그동안 병원장 교체, 컨설팅 의뢰, 컨설팅 결과 검토, 직원공청회 등 온갖 핑계를 대면서 시간끌기와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다. 부득이하게 6월 27일부터 비정규직지부 손상량시설분회장과 단식에 돌입하게 되었다.

오늘(8일) 오전 출근 선전전에 나선 정재범 부산대병원지부장 ⓒ 보건의료노조
오늘(8일) 오전 출근 선전전에 나선 정재범 지부장. ⓒ 보건의료노조

- 부산대병원은 지난해 2월에 직접고용을 원칙으로 한 정규직 전환에 큰 틀의 합의를 봤다. 그러나 이후 ‘자회사 전환 방식을 검토하는 의견’으로 연구용역을 실시해 노조의 반발이 있었다. 부산대병원 측이 입장을 바꾼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정 지부장·손 분회장 : 컨설팅 의뢰는 전임 이창훈 병원장 시절 결정되었다. 당시 국립대병원들이 간접고용 정규직 전환에 미온적인 상황에서 병원당국이 노동조합과의 약속을 어기고 일방적으로 추진했다.

- 부산대병원 측은 자회사 방식으로 정규직 전환해도 직접고용 방식의 정규직과 임금 수준에서 차이가 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정 지부장·손 분회장 : 본원(부산)의 경우 연간 용역비가 100억 원 정도 소요되고 있다. 이 중 부가가치세로 10억 원, 용역회사 간접비(관리비 및 이윤 등)로 2억5천만 원이 소요된다. 자회사로 전환한다면 지금 용역회사에게 지급하는 간접비와 부가가치세를 그대로 지급하게 된다. 결국 자회사는 또 다른 용역회사일 수밖에 없다. 전체 용역비를 늘리지 않고는 직접고용 정규직보다 임금수준이 낮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 2019년 7월 1일 부로 양산부산대병원의 간접고용 277명이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된 것으로 안다. 하지만 보건의료노조는 실질적인 정규직 전환은 15명에 그친다고 말한다. 왜인가?

정 지부장·손 분회장 : 양산부산대병원의 간접고용 277명이 정규직으로 전환된 사실은 ‘불법행위’를 바로잡은 것에 지나지 않는다. 간호조무, 환자이송, 원무과 수납 등 부산대병원 본원에서는 정규직이 하는 업무를 양산부산대병원은 파견용역직으로 사용했다. 그동안의 불법파견·용역 행위를 바로잡는 조치인 것이다.

기존 정규직 업무가 아닌 주차, 시설관리, 경비, 미화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간접고용 노동자, 용역직에 대한 정규직 전환은 전무한 상태이다. 이러한 업무에서 정규직 전환이 된 건 강릉원주대치과병원 6명과 부산대치과병원 9명뿐이다. 그래서 실질적인 전환자는 15명이 전부인 것이다.

- 부산대병원은 오늘(8일)부터 4차례에 걸쳐서 연구용역 결과에 대한 공청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정 지부장 : 보건의료노조에서도 직원공청회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실제로 지난 7월 1일, 부산대병원에 연구용역 결과를 토대로 노사가 충분히 논의한 후 직원공청회를 개최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하지만 병원당국은 컨설팅 결과를 제공해주지 않고 노사협의를 거부했다. 일방적으로 직원공청회를 강행했다. 노동조합과 함께 정규직 전환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노노 갈등을 부추기기 위하여 직원공청회를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노동조합은 노사 합의가 되지 않은 사항을 가지고 공청회를 했을 경우의 혼란을 막고, 또한 노동조합을 무시하는 병원의 태도를 규탄하기 위하여 공청회 불참을 선언했다.

오늘(8일) 오전 출근 선전전에 나온 손상량 분회장 ⓒ 보건의료노조
오늘(8일) 오전 출근 선전전에 나온 손상량 분회장. ⓒ 보건의료노조

- 부산대병원은 모든 직원을 ‘가족처럼’ 생각한다고 말한다. 여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평소 간접고용된 직원에 대한 차별대우나 불평등이 있었나?

손 분회장 : 차별대우는 너무나 일상화되어 있다. 일 시킬 때는 가족이라고 하지만, 정작 임금인상, 인력확충 등에 대해서는 용역이라는 이유로 나 몰라라 하고 있다.

- 단식투쟁을 결정하고 동료 직원과 정규직 직원의 반응은 어떠했나? 부정적인 반응은 없었는지?

손 분회장 : 우리 조합원들의 결의는 매우 높다. 매일 같이 단식농성장에 들려서 건강도 물어보고 있다. 오히려 이번 단식농성을 통해 단결력이 높아지고 있다.

- 정재범 지부장은 정규직 직원인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럼에도 비정규직에 대해 직고용 방식의 정규직 전환을 원하는 이유가 있는가?

정 지부장 : 병원의 모든 업무는 직간접적으로 환자의 생명과 안전을 다룬다. 따라서 병원의 울타리 안에 상시 지속적 업무를 하는 모든 직원들은 직접고용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이 맞는다. 우리는 환자가 안전한 병원을 위해 직고용 방식의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메르스 사태의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된다.

- 교섭에 차질이 있으면 단식투쟁이 장기화 될 수도 있다. 어떤 각오를 가지고 있나?

정 지부장·손 분회장 : 더 이상 희망고문은 안 된다는 각오로 단식을 시작했다. 정규직 전환 때까지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끝까지 연대와 지지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