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동우의 부감쇼트] 누가 죄인인가?
[임동우의 부감쇼트] 누가 죄인인가?
  • 임동우 기자
  • 승인 2019.07.10 11:36
  • 수정 2019.07.10 18: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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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말로 버즈 아이 뷰 쇼트(bird’s eye view shot).
보통에서 벗어난 시각으로 세상을 관찰하고 싶습니다.
임동우 기자dwlim@laborplus.co.kr
임동우 기자
dwlim@laborplus.co.kr

소서(小暑)는 24절기 중 열한 번째에 해당하는 절기. 우리 조상들은 이 무렵부터 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하여 ‘작은 더위’라 불렀다. 계절과 사람이 동행하는 건지 국민들 사이에도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그것이다.

이는 과거사에 대한 반성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 일본이 역으로 우리나라에 보복성 경제제재 조치를 취한 것에 대한 반향으로 비춰진다. 일본 측에서는 보복성 조치도 보호무역 조치도 아니라고 하지만. 불매(不買)란 본래 ‘사지 않는 것’을 말하나, 대한민국 현시점의 불매는 심지어 ‘팔지도 않겠다’는 의미로 확장되었다.

이웃나라 일본과의 갈등은 숙명인 걸까. 이쯤에서 뮤지컬 하나 소개할까 한다. 안중근 의사의 이야기를 그린 뮤지컬 <영웅>이 이번 달 23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상연을 시작한다. <영웅>은 탄탄한 구성과 호소력 있는 배우들의 연기로 호평을 받아왔다. 빼놓을 수 없는 건 역시 OST. 관람 당시 감동을 다시 떠올리고자 할 때, 나는 노래의 후렴구를 흥얼거린다.

‘누가 죄인인가 누가 죄인인가’

안중근 의사 순국 100주년도 훌쩍 넘어 바야흐로 2019년이다. 깨어있는 시민들의 촛불로 세워진 문재인 정부 3년차. 민주노총은 다가오는 18일 ‘문재인 정부의 노동탄압 분쇄’를 구호로 내세운 대정부 투쟁의사를 밝혔다. 지난 3월과 4월 국회 앞 ‘노동법 개악 저지’ 투쟁으로 구속되었다가 구속적부심을 통해 석방된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석방 인터뷰를 통해 “구속이 결정됐을 때 아직도 검찰과 경찰이 과거에서 벗어나고 있지 못하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정부에 대한 실망감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지난 3일에는 추최측 추산 5만여 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출근길을 대신해 파업길에 올랐다. 뜨거운 가슴으로 한데 모인 이들은 현 정부에 대한 실망감을 쏟아냈다. 무엇이 이들을 광장으로 집결하게 만들었을까.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었다. 더 이상 일상에서 실패하고 싶지 않다는.

국가권력의 견제와 균형을 위해 민주 정치는 입법·행정·사법 3권으로의 분립을 원칙으로 한다. 그 말은 거꾸로, 사회현안에 대한 행정부의 신속한 대책 마련이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사법부와 국민의 작은 소리에도 귀를 기울이는 입법부의 뒷받침에 달려있다는 뜻이다. 제도 아래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이와 관련된 법안이 필요하다. 그러나 노동자를 위한 수많은 법안들은 처리되지 못한 상태로 국회에 계류 중이지 않은가. 말로 실컷 싸우고 협의를 이끌어내라고 만들어 놓은 곳이 국회인데, 국회는 이제야 고물차처럼 꿀렁꿀렁 굴러가기 시작했다.

화마(火魔) 속에서 1분 1초의 생사를 다투는 소방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은 이전부터 논의되어 왔으나, 법안처리를 볼모로 당의 이익만을 생각해 이를 저지한 사람들이 있었다. 언론노동자들에게 걸레질을 한다며 막말을 내뱉던 사람이 있었고, 청년실업의 심각성을 말하면서도 자녀의 특혜채용으로 도마에 오른 사람들이 있었다. 민생투어라는 허울 좋은 이름으로 자신의 일터를 떠나있던 사람들은 또 어떠한가?

더위는 시작되었고 열풍이 불어온다. 그 사이 냉랭한 가슴을 가진 사람들.

나는 그들을 생각하며 다시 후렴을 흥얼거린다.

누가 죄인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