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아닌 ‘너’, 더 큰 연대 위해 유튜브 하는 노동조합들
‘나’ 아닌 ‘너’, 더 큰 연대 위해 유튜브 하는 노동조합들
  • 김란영 기자
  • 승인 2019.07.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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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도, 버스운전 노동자도, 화섬 노동자도 유튜브에 빠지다

[리포트] '유튜브'에 나서는 노동조합들

바야흐로 ‘유튜브(YouTube·동영상 무료 공유 사이트)’시대다. 와이즈앱(애플리케이션 분석 서비스)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용자 세대별 사용현황 조사(전국 3만 3,000명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용자 대상 표본 조사, 인터넷 브라우저, 게임 앱 제외)에 따르면 지난 4월 전 세대를 합쳐 한국인이 가장 오래 사용한 애플리케이션은 유튜브였다. 4월 한 달 유튜브 총 사용시간은 338억 분. 이어서 카카오톡(225억 분), 네이버(153억 분), 페이스북(42억 분) 순이었다.

광고는 진작 유튜브 시장으로 넘어왔고 최근엔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의 ‘홍카콜라’에 이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알릴레오’까지 정치권에서도 열기가 대단하다. 노동조합들도 예외는 아니다. 유튜브 채널을 이미 가지고 있던 노동조합들도 다시 유튜브를 시작했다. 여기서 유튜브를 한다는 것은 관습적으로 하는 콘텐츠의 영상화가 아니라 기획에서부터 촬영, 편집까지 소통을 전제로 한 영상 제작을 의미한다. 이제 막 유튜브에 나선 노동조합들을 만나봤다. (유튜브 영상의 갈무리 사진을 누르시면, 해당 유튜브 영상을 보실 수 있습니다.)

국가공무원노동조합, 공무원도 노동자입니다!

이호발 국가공무원노동조합 사무총장은 지난 2월 사무총장이 되기가 무섭게 유튜브를 시작했다. 노조는 이미 유튜브 채널을 가지고 있었다. 다만, 4년 전 개설 된 채널에는 일 년에 두어 건 올려놓은 행사 영상 몇 건이 전부였다. ‘공무원=철밥통’, ‘공무원이 무슨 노동조합인가?’ 이호발 사무총장은 유튜브 시대에 맞게 유튜브로 국민들에게 뿌리 깊게 자리 잡은 공무원들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깨고 싶었다.

노동조합은 ‘근로자’와 ‘노동자’의 개념을 설명하는 인포그래픽 영상으로 새 출발했다. 영상에는 빨간 조끼를 입은 노동자도 등장하지 않고 ‘님을 위한 행진곡’이 배경음악으로 깔리지도 않는다. “집회 현장을 영상으로 바로 보여주기보다는 노동조합과 관련 된 개념들과 노동조합의 필요성을 거부 반응 없이 편하게 알려주고 싶었다.”

코너도 새로 기획했다. 한 달간 주요 활동을 전하는 ‘월간 국공노’를 뼈대로 ‘안정섭 위원장의 현안 브리핑’, ‘정본세(정책 소장이 바라보는 세상)’, ‘현직 공무원들이 말하는 공직이야기’, ‘인포그래픽 주제영상’, ‘영화로운 국공노(영화 퀴즈)’ 등 6가지를 기획했다. 특히 이들의 현직 공무원들의 공직 이야기는 일반 국민들에게는 다소 낯선 공무원, 이를 테면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이나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에서 일하는 공무원들의 숨은 이야기를 끄집어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이호발 사무총장은 “기존 유튜브 시장에는 공무원에 대한 자극적이고 왜곡된 정보가 많았다. ‘9급 공무원 형을 둔 동생이 말하는 공무원 이야기’, ‘공무원으로 3개월 근무하다 퇴직한 공무원들의 이야기’식이다. 현직에 공무원으로서 자존심이 상하기도 했다. 우리들의 이야기를 우리가 직접 하고 싶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이어 그는 “고시생들이 부처나 직렬을 선택하는 데도 도움이 되길 바란다”며 “어떻게 보면 미래의 공시생들을 미리 끌어들이는 셈”이라며 웃었다.

물론 시작은 조합원들의 요구에서 나왔다. 사무처에선 각종 홍보 자료를 만들고 홈페이지에 게시하거나 지부로 메일을 보냈지만, 자꾸 간담회에선 “노동조합이 하는 일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달체계의 문제라고 봤다. 자료가 없던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유튜브 조합원들이 지부를 거치지 않아도 노조의 소식을 바로 알 수 있다”는 것이 이 사무총장의 설명이다. 최근엔 구독자들을 늘리기 위한 영화 퀴즈도 시작했다. 10초간 영상을 보고 영화 제목을 맞추는 것인데, 아직은 서툴지만 섬세한 사무처 직원들의 연기력도 엿볼 수 있다. 이호발 사무총장은 “최근 ‘충TV(충주시 공식 유튜브 채널)’를 재밌게 봤다”며 “충TV처럼 관료스럽지 않으면서도 메시지를 담아내는 영상을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나중에는 안 보면 손해인 영상이 됐으면 좋겠다”며 “구독과 좋아요”를 강조했다. 국가공무원노동조합은 중앙 행정 부처 공무원들의 노동조합이다.

국가공무원노동조합 유튜브 영상 '매주 금요일! #영화로운_국공노 #퀴즈 이벤트⑤' 갈무리
국가공무원노동조합 유튜브 영상 <매주 금요일! #영화로운_국공노 #퀴즈 이벤트⑤> 갈무리
국가공무원노동조합 유튜브 영상 '현직 공무원들이 말하는 공직이야기②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 갈무리
국가공무원노동조합 유튜브 영상 <현직 공무원들이 말하는 공직이야기②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 갈무리

20대가 만드는 일상속의 노동조합, 섬식이

류호정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화섬식품노조) 선전홍보부장은 지난해 일을 시작하면서 노조에 별명을 붙였다. 섬식이. ‘본명’에서 ‘섬’과 ‘식’을 따 세 글자로 친근하게 줄였다. 20대면서 콘텐츠 기획 경험이 있는 그는 콘텐츠 슬로건으로 ‘우리의 일상이 되는 노동조합’을 내걸었다. 그런 그가 맞닥뜨린 노조의 유튜브 채널은 ‘아카이브(Archive, 기록 보관소)’에 가까워 보였다.

류호정 선전홍보부장은 당시 영상들이 “보는 사람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노동조합이 활동했으니 유튜브에도 영상을 올리면 좋다는 식”이었다며 “20분짜리 영상이 편집도 없이 통째로 올라왔다”고했다. 류호정 선전홍보부장은 “사람들은 재미있는 콘텐츠에 파묻혀 사는데 우리 노조 영상이니까 의리로 봐달라고 하는 것은 염치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기존의 SNS 채널에서 페이스북만 ‘인수’한 뒤 유튜브와 트위터, 인스타그램 모두 새로 만들었다. 류호정 선전홍보부장은 영상 기획부터 촬영, 편집까지 모두 총괄하고 있다.

섬식이의 첫 번째 영상은 크리스마스 선물 상자 만들기 영상이었다. 감자칩, 캔커피, 숙취해소제 등 노조의 제품으로 상자를 채웠다. 제품과 함께 노조의 현안도 담았다. 보수 언론의 신문은 보기 좋게 구긴 뒤에 완충재로 활용했다. 류호정 선전홍보부장은 “노조의 콘텐츠가 투쟁 사업장을 중심으로 하다 보니 느낌이 강하고 무서운 측면이 있다”며 “편안하고 재미있는 영상으로 일반 콘텐츠와도 경계가 뚜렷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류호정 선전홍보부장은 LG생활건강의 자회사인 한국음료 노동조합의 파업 100일 영상이 가장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그는 노동자들이 만드는 음료수와 병뚜껑을 이용해서 8년간 노동조합으로 인정받지 못해 파업에 나선 이야기를 풀어냈다. “네이버나 카카오노조만 산뜻한 영상을 만들 수 있다는 인식이 있었다. 하지만 생산직 노동조합에 대한 전형적인 이미지도 결국 우리가 만들어온 것이다. 다르게 만들면 된다고 생각했다” 특히 그는 조합원들이 가족이나 지인들에게 파업을 설명하기가 쉽지 않은데 영상이 도움이 됐다고 해서 보람을 느꼈다고 했다.

한편, 류호정 선전홍보부장은 “‘덜 예뻐도 되니까 일단 나오기만 해’. 그동안 노동조합에서 홍보는 조금 뒷전이었던 게 사실”이었다며 “민주노총 내부에서야 특이해 보이지만 온라인 시장 전체로 봤을 때는 여전히 부족하다. 이미 늦었기 때문에 빨리 따라잡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유튜브 영상 '노조의 제품들로 크리스마스 선물상자를 만든다면!?' 갈무리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유튜브 영상 '노조의 제품들로 크리스마스 선물상자를 만든다면!?' 갈무리

자동차노련, ‘나 아닌 너’ 국민의 시선에서

한국노총 전국자동차노동조합총연맹(자동차노련)도 지난 5월 총파업을 앞두고 유튜브 영상을 만들었다. 영상은 ‘전지적 버스시점’을 주제로 에피소드 영상과 공익광고 영상이 따로 제작됐다. 에피소드 영상은 버스노동자들이 버스 안에서 일상에서 겪은 어려움을 나누는 ‘버스기사님은 화장실 언제 가요?’와 여성 버스 기사분의 하루를 담은 ‘여자 버스기사 브이로그(VLOG, 일상을 촬영한 영상 콘텐츠)’, PD의 제작 후기인 ‘버스기사 신고한 이야기’ 등 모두 세 편이다. 공익광고 영상은 삼부자(父子)가 모두 버스기사인 사례를 담았다. 노동조합이 조합원이 아닌 일반 국민들을 대상으로 영상을 기획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영상 제작은 성정훈, 정성은 두 PD가 맡았다.

위성수 자동차노련 정책실 부국장은 한국노총이 지난해 만든 홍보영상 <노동점프>가 계기가 됐다고 했다. 한국노총은 ‘쇼미더777’에 출연한 ‘마미손’의 ‘소년점프’를 패러디했다. 그가 뱉은 첫 마디는 ‘쥐꼬리만 한 월급 받고 주말에도 처박혀서 일하는 기분을 니들이 알아?’였다. 강력했다. 이전 노동조합에서 만든 영상들과는 딴 판이었다. 일반적인 노동조합 영상에 대한 고민도 있었다. “노동조합 영상은 삐죽삐죽 날이 서 있지 않나. 조합원들이야 영상을 보면 투쟁의 의지가 솟지만 관계가 없는 사람들이 보면 어쩐지 거부감이 들고 낯선 것이 사실”이다.

위성수 부국장은 ‘우리’가 아닌 ‘우리들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입장’에서 영상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글만으로는 버스 노동자들의 삶의 문제를 담는 데 한계가 있다고도 봤다. 조합원들의 목소리 그대로를 전하고 싶었다. 새로운 시도에 조합원들의 실망이 따르기도 했다. 노동조합이 영상을 만든다고 해서 기대를 모았는데 겨우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이 나와서 평소에 짜증이 나서 담배를 피우며 했던 이야기들, 술 마시며 했던 이야기들이나 한다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조합원들에게는 영상 속 이야기가 이미 자기 삶의 일부의 이야기여서 특별히 다가가지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영상은 처음부터 버스 노동자의 노동을 모르는 이들을 위해 만들어 졌고, 그의 기획은 ‘계획대로 됐다’. 자동차노련이 한국노총 유튜브 채널에 영상을 올린 뒤 구독자 수가 400명 더 늘었고 영상 조회수도 4편을 모두 합해 40만을 넘었다. 당초 위 부국장이 기대했던 조회수 20만 보다 2배 더 높다.

한국노총 전국자동차노동조합총연맹 유튜브 영상 <[전지적 버스 시점 Ep.1 버스 기사님은 화장실 언제가요?> 갈무리

공감의 댓글도 이어졌다. 

당연히 3교대를 할 줄 알았는데 버스 기사 한 사람이 20시간을 일한다고요?(123 4**)
헐 기본급이 백 만 원도 안 된다니(인*)

이렇게 기사님들이 이야기를 들려주시니까 그간의 일들이 다 이해가 되네요(이**)

화장실도 제대로 못 가시고 식사도 제때 못하시는데 저희는 편하게 다니네요. 항상 감사합니다(윤**)

아버지 직업이 버스 기사인데 아침 9시에 나가면 새벽 2시~3시쯤 들어오십니다...울 아빠 파이팅(윤*)

이런 어려움이 있는 줄도 모르고 왜 파업하지?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런 생각을 한 제 자신이 창피하네요. 영상을 보고 느낀 게 많습니다.(2* *)

한국노총 전국자동차노동조합총연맹 유튜브 영상 '[전지적 버스 시점] Ep.2 여자 버스기사 브이로그' 갈무리
한국노총 전국자동차노동조합총연맹 유튜브 영상 <[전지적 버스 시점] Ep.2 여자 버스기사 브이로그>갈무리

위성수 부국장은 “그동안은 노동조합이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보도자료로 쏟아내는 식이었다”며 “국민의 시선으로 접근하지 못하니 공감대가 적었다”말했다. 그는 “날 선 텍스트도 필요하지만 이번을 계기로 노동조합 스스로가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고 했다. 위성수 부국장은 앞으로도 크고 작은 주제들을 영상으로 만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노동조합이 유튜브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저마다 다르다. 하지만 유튜브를 통해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국민들과 소통하고자 하는 뜻은 같다. 그만큼 노조를 둘러싼 색깔론을 극복하기 위한 고민이 뿌리 깊다는 방증이다.

황희경 한국노총 교육선전본부 차장은 “가장 중요한 것은 노동조합에 대한 국민들의 심리적인 장벽을 낮추는 것”이라며 “콘텐츠 기획과 구성이 기존과 달라야 한다. 한국노총도 계속 고민하고 배우고 있는 단계에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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