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노사관계를 어떻게 보고 있는가
우리는 노사관계를 어떻게 보고 있는가
  • 박완순 기자
  • 승인 2019.07.12 15:54
  • 수정 2019.07.13 09: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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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에 나타나는 노사관계에 대한 전반적 인식들

커버스토리 ① 대한민국 노사관계 표상들

 

노동자 × 사용자 : 대한민국 노사관계

노동자와 사용자. 떼려야 뗄 수 없는 이 관계를 이야기할 때 따라붙는 수식어는 갈등, 분규, 대립 등 부정적인 말이 대부분이다. 노사관계 당사자들도 한국 노사관계 정말 심각하다고, 이대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늘 그랬듯 질문을 던진다. 한국 노사관계를 둘러싼 문제가 무엇인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서로 상대방 탓이라며 손가락질하는 노동자와 사용자가 스스로 되돌아봐야 할 지점은 무엇인지, 노사관계 당사자인 노동자와 사용자 외 다른 주체들이 노사관계 발전을 위해 할 수 있는 노력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분위기 어때’라고 묻는 질문에 ‘나쁘다’고 답할 확률이 상당히 높은 관계 유형이 있다. 노사관계다. 우리 사회 많은 이들이 대한민국 노사관계가 나쁘고, 문제가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왜 나쁜데’라고, ‘왜 문제 있는데’라고, ‘나쁘고 문제가 있으면 안 되는 건가’라고 물어봐야 한다. 단순히 노사관계를 좋고 나쁨의 척도로만 구분해 범주화하기에는 노사관계가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대다수의 시민은 노동자이고 자연스레 노사관계를 맺으며 살아가기 때문이다.

관계의 당사자들에게 질문을 던지며 시작하려 한다. 노동자와 사용자는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그 생각들을 모아 과연 노사는 4주 뒤에 만날 수 있는지 진단해보기로 했다. 깊숙한 진단 이전에 필요한 것은 두 가지다. 노사관계의 정의를 다시 확인해보는 것. 현재 우리 사회에서 겉으로 나타나는 노사관계의 표상들을 살펴보는 것.

노사관계, 롤러코스터

노사관계란 글자 그대로 노동자와 사용자의 개별적·집단적 관계를 총칭하는 용어다. 개별적 관점에서 보면 한 노동자가 취업을 하여 사용자와 고용관계를 형성하면서부터 노사관계는 시작되고 정년퇴직하거나 이직을 하는 등 고용계약이 종료되면 노사관계는 끝난다. 그러나 집단적 관점에서 보면 노사관계는 한 노동자의 취업 시점 이전부터 존재했고 이직 이후로도 존재한다. 나아가 한 사업장이나 한 나라를 넘어 세계 자본주의가 존재하는 한 집단적 노사관계는 존재한다. 이런 면에서 노사관계는 노자관계이기도 하다.

즉, 노사관계를 총체적 관점에서 보면 더 많은 이윤을 추구하는 자본과 더 나은 생활을 추구하는 노동 사이의 협력과 갈등, 타협과 투쟁, 합의와 반발, 균형과 불균형, 조화와 적대 등 복합적 관계를 지칭한다고 할 수 있다. 바로 이 복합적 관계의 궤적 움직임들이 우리가 실생활에서 접하게 되는 다양한 사회경제적 변화의 배경을 이룬다. 그래서 우리의 현실은 때로는 변화와 발전으로, 때로는 정체와 퇴보로 나타난다.

「발췌 - 자본주의와 노사관계, 강수돌 저」

노사관계는 롤러코스터와 같다. 강수돌 교수가 말한 것처럼 노동자와 사용자 사이의 관계는 협력과 갈등, 타협과 투쟁, 균형과 불균형 등 관계가 상승·하락하는 롤러코스터의 움직임을 태생적으로 가지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지점은 이 롤러코스터가 궤적을 가지고 나아간다는 점이다. 노사관계는 시민들의 실생활인 사회경제적 환경에 영향을 끼치는 방향성이 있는 운동이라는 뜻이다. 방향성을 가졌다는 것은 방향성에 대한 고민을 노동자와 사용자가 염두에 둬야 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결국, 노사관계가 ‘좋거나 나쁘거나’로 수식되는 것에만 그치지 말고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지가 필요하다는 전제를 내포하고 있다.

북유럽에서 온 사장님

조합원들 : 회사는 직원들의 인권을 보장하라! 보장하라!

김 사장 : 회장님, 걱정하지 마십쇼. 그거 해결하려고 북유럽 스웨덴에서 넘어온 거 아닙니까?

비서 : 맞습니다. 김 사장은 스웨덴에서 유학을 마치고 유수의 기업에서 구조조정 전문가로 활동했습니다.

김 사장 : 아이고, 어떻게 회사에 불만이 많으신가 봐요?

조합원 : 왜? 새로 부임한 사장인 것 같은데 우리를 설득시키러 왔나보죠. 우리의 조건을 들어주지 않는 한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을 거예요.

김 사장 : 잠깐만, 설득? 전 설득 같은 거 안 해요, 제가 왜 설득합니까, 저는 위고 당신들은 아래고. 난 지시하죠. 지시!

2016년 4월에 방영된 tvN 프로그램 SNL의 콩트 ‘북유럽에서 온 사장님’에서 나온 대화다. 코미디일지 몰라도 코미디는 우리 삶을 반영해 삶의 의표를 찌르기도 한다. 마지막 김 사장의 말은 의미심장하다. 아무리 북유럽에서 온 사용자라 할지라도 노사관계를 상사와 부하 직원의 관계로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사회적 인식이 사용자는 노동자를 부리고, 노동자는 사용자의 명령에 따라야만 하는 전근대적 노사관계에서 탈피하지 못했다는 것을 암시하기도 한다.

물론 이 콩트는 김 사장의 북유럽적(?) 인사노무관리 덕분에 조합원들이 복지 천국을 선사받고 김 사장을 고용한 회장은 쓰러지는 것으로 결말이 난다. 이 콩트는 지금까지도 인터넷 커뮤니티에 돌아다닌다. 재밌지만 씁쓸하다는 누리꾼의 평가가 아직도 댓글로 달린다. 이러한 반응은 아직까지도 우리 사회에 노동기본권이 지켜지지 않고 있는 일터가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노동기본권 확립이 노사관계의 핵심 의제라는 것도 알 수 있다. 역사적으로 기본권을 둘러싼 대립은 격렬했다.

대한민국 시민들이 바라보는 노사관계

한국노동연구원이 발간한 ‘2017년 노사관계 국민의식조사 연구’ 보고서는 노사관계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을 분석했다.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시민들이 인식하는 노사관계 분위기는 여전히 부정적이었지만 그 강도는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989년 이후로 노사관계 분위기에 대한 부정적 시각은 이어져왔다.

한국노동연구원은 노사갈등의 책임이 어디에 있는지도 조사했다. 노사갈등의 책임이 노사 모두에 있다는 응답이 가장 높았다. 1989년 조사 이래로 70%를 웃도는 응답률이 꾸준히 나타났다. 다만, 노동조합 혹은 사용자 한쪽의 책임이라는 응답은 1989년, 2007년, 2017년 조사에서 각각 다른 결과를 보였다. ’89년에는 기업에 책임을 물었고 ’07년에는 뒤집혔으며 ’17년에는 다시 기업에 책임이 있다는 응답률이 노동조합에 책임이 있다는 응답률보다 높아졌다. 한국노동연구원은 각 조사 시기의 사회적 분위기, 해당 시기 정부의 정책방향, 노사의 교섭력 등 다양한 변수에 따라 결과가 변화한 것으로 분석했다.

이러한 연구결과를 통해 우리 사회가 30년 가까운 시간동안 노사관계를 부정적이고 문제가 있는 영역으로 간주하고 있지만 어떤 구체적인 개선 방향을 모색하지 못했다는 의미를 도출할 수 있다. 또한, 약 30년 간 노사관계에서 분위기를 악화시키고 문제를 발생시키는 주체로 노사 모두를 지적했다는 것에서는 노사가 상대의 변화를 기대하기보다는 주체적인 변화도 고민해야 한다는 뜻을 살필 수 있다.

노사, 4주 뒤에 만날 수 있을까?

노사관계는 거대 담론이다. 노사관계가 정치·사회·경제 구조에 끼치는 영향력이 대단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다루지 못할 거대 담론이 아니라 충분히 다룰 수 있고 다뤄야만 할 담론이다. 충분히 다룰 수 있다는 것은 단순한 믿음과 기대만은 아니다. 인간은 많은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고 그 관계를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방법을 체득했다. 다뤄야만 한다는 것 역시 단순한 선언만은 아니다. 인간이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면서 떼려야 뗄 수 없는 노사관계는 어쨌거나 역사 속에서 발전해 이 시간까지 왔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노사관계를 나타내는 표상들의 면면을 봤을 때, 우리 사회가 인식하고 있는 노사관계에 대해 표층적으로 알 수 있었다. 이것만으로는 다룰 수 있고 다뤄야만 할 노사관계의 심층부로 다가가지는 못한다.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지점은 당사자다. 당사자가 서로를 어떻게 바라보고, 관계에서 무엇을 요구하는지 파악해야만 관계는 발전적이다. 이제 노동자와 사용자, 당사자에게 묻는다. 서로를 어떻게 생각해왔는가, 이 관계에서 자신과 상대가 견지해야 할 태도는 뭐라고 생각하는가. 그래서 4주 뒤에 만날 수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