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금융노조, 더 큰 연대를 꿈꾸다
사무금융노조, 더 큰 연대를 꿈꾸다
  • 강은영 기자
  • 승인 2019.07.11 04:20
  • 수정 2019.07.11 04: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무금융 대산별 활동의 본격화
비정규직 문제, 흐름을 바꾸다

[리포트] 사무금융노조의 오늘과 내일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이하 사무금융노조, 김현정 위원장)에게 2019년은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는 해이다. 지난 5월 치러진 사무금융연맹 위원장 재보궐선거에서 김현정 위원장이 단독후보로 출마해 당선됐다. 이에 사무금융노조는 2016년 탈퇴한 연맹을 재가입하기 위한 활동에 본격적인 담금질을 시작하게 됐다.

또한, 사무금융노조의 주된 기조 중 하나인 ‘불평등 양극화 해소’를 위한 ‘사무금융 우분투재단’이 공식 출범을 알리기도 했다. 매일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사무금융노조의 오늘과 그들이 꿈꾸는 내일에 대해 들어보자.

김현정 사무금융연맹 · 사무금융노조 위원장
김현정 사무금융연맹 · 사무금융노조 위원장

산별노조 건설로 인한 마찰,
3년간의 헤어짐

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연맹(이하 사무금융연맹)은 지난 2011년 ‘대산별 전환’을 내세우며 사무금융노조를 출범시켰다. 산별전환을 하는 과정에서 지역농협 조직을 어떻게 편제하느냐를 두고 갈등의 불씨가 시작됐다.

전국농협노조는 지역농협 노동자들이 모여 만든 소산별 노동조합으로, 지역노조로 출발해 1999년 소산별 노조의 형태를 갖추게 됐다. 농협노조 안에서는 산별 전환을 시도하려는 지역 본부장과 반대하는 지역 본부장들이 대립했다.

전국농협노조에서 시작된 갈등은 산별전환을 시도하려는 사무금융노조와 반대하는 사무금융연맹의 갈등으로 번져나갔고 2014년에 이르러 대립은 더욱 더 심화됐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연맹 대의원대회가 몇 차례 연기되면서 총연맹인 민주노총 규율위원회에 문제가 넘어가게 됐다.

하지만, 규율위에서의 결정이 운영규정상 민주노총 중집에 보고된 이후 통보돼야 한다는 절차를 위반하는 문제가 발생하면서 결정 자체가 취소되는 사태까지 일어났다. 사태는 쉽게 진정되지 않았다. 당시 문제에 책임을 지고 사퇴한 4명의 농협노조 지역본부장이 2014년 다시 지역본부장으로 인준되면서 또 다시 갈등이 일어났다. 사무금융노조는 이에 반발해 지역본부 건설안을 요청하며 규약에 따라 지역본부장을 선출할 것을 요구했다. 사무금융노조의 의견이 묵살되자, 사무금융노조는 사무금융연맹의 모든 회의와 주관 행사 등을 거부하고 사업장 방문도 자제할 것을 결의했다.

결국 연맹과 노조의 갈등은 절정에 다다른다. 사무금융노조는 2016년 1월 임시대의원대회를 열어 사무금융연맹 탈퇴를 가결했다. 사무금융연맹도 다음 달인 2월, 정기대의원대회에서 사무금융노조를 제명하기로 결정했다.

당시 대의원대회장에서는 “갈등을 잠재우고 다시 한 번 대화를 통해 연대하자”는 의견도 존재했으나 재적 대의원 54명 중 41명이 제명에 찬성했다. 연맹과 노조는 그 때부터 3년간 분리된 상태에서 각자의 활동을 이어나가게 됐다.

동질성 회복하고 화학적 통합 완성해야

노조와 연맹의 이별은 3년을 끝으로 종지부를 찍게 됐다. 지난 2018년 12월, 사무금융연맹은 서울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임시대의원대회를 열고 사무금융노조 가입 인준의 건을 가결했다.

인준이 가결되기 전 2017년 민주노총에 TF를 재요청해 3자 간 3차례 간담회를 열고 조직 갈등 해소에 최우선적으로 노력하기로 합의한 내용이 결실을 맺은 것이다.

재결합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하던 지난 3월 27일, 사무금융연맹 확대대의원대회에서 ‘8대 임원 불신임의 건’이 상정됐다. 당시 임시의장을 맡은 이기철 사무금융노조 수석부위원장은 “8대 집행부는 연맹과 산별 운영에서 끊임없는 분열 양상이 불거졌고, 식물노조라 할 만큼 투쟁과 사업이 없었다”며 “구성원 사이에 감정의 골이 깊은 상황으로 조속히 현장을 지원하는 집행부를 만들기 위해 안건이 상정됐다”고 설명했다.

8대 집행부였던 이윤경 위원장은 대의원대회 전날 사퇴했고, 보궐선거가 진행되기 전까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운영하게 됐다. 김현정 사무금융노조 위원장은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활동했고, 이어서 보궐선거에 단독 후보로 출마했다.

사무금융연맹은 새로운 지도부 선출을 위해 5월 22일과 23일 모바일투표와 현장투표를 진행했다. 단독후보조로 출마한 김현정 위원장 후보, 유지섭 수석부위원장 후보, 김금숙 부위원장 후보, 이경 사무처장 후보는 선거인 929명 중 734명이 참여해 찬성 673표(91.7%)를 얻어 당선됐다.

선거를 통해 당선된 김현정 위원장의 연맹 임기는 오는 2020년 2월까지로 1년도 채 안 되는 시간이다. 김 위원장은 “임기가 만료되기 전까지 궁극적으로는 사무금융연맹을 해산하고 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인 대산별 노조로 전환하는 것이 목표”라며 “남은 임기가 8~9개월 정도이지만 이 시간 동안 산별 전환을 위한 초석을 다지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3년 동안 떨어져 생긴 연맹과 노조 조합원들 간의 간극을 좁히고 동질성을 회복하는 것이 중요한 숙제”라며 “노동자가 단결하는 가장 큰 이유는 하나로 합쳤을 때 커다란 힘이 되기 때문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활동을 펼쳐나갈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동질성을 회복하기 위한 첫 번째 활동은 장기투쟁 사업장 집회에 함께 하는 것이었다. 연맹과 노조의 대표적 투쟁 사업장인 오라클노조를 찾아 연대의 힘을 다시 한 번 다졌다. 또한, ‘6·10 기념항쟁’을 기념하는 자리에도 함께 했다. 6·10 항쟁은 넥타이부대와 학생들이 ‘호헌철폐’와 ‘독재타도’를 외치면서 6.29 선언을 쟁취한 역사이다. 사무금융노조에게 있어도 뜻 깊은 날이다.

이 날 행사는 향린교회에서 이뤄졌다. 김현정 위원장은 “민주헌법쟁취국민운동본부가 설치된 곳이 향린교회이며 올해를 끝으로 철거가 예정됐다”며 “당시 인사말에서도 연맹과 노조가 다시 하나로 합쳐졌으니 6·10 항쟁 당시 선배들의 저항 정신을 다시 복구해 실질적으로 사무금융노동자들을 대변하는 단체로 우뚝 설 것을 독려했다”고 밝혔다.

또한, 앞으로의 통합 과정에 있어서 일방적인 행동보다는 과거의 불신을 해소하는 것부터 단계적인 과정을 밟아가겠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그 동안 쌓여있던 갈등 문제를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한 다음에 연맹의 조직들이 산별로 전환할 수 있는 기간을 부여해야 한다”며 “그 속에서 화학적 통합을 이뤄낼 것”이라고 다짐했다. 대산별 노조를 건설하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다. 김 위원장은 “지금은 대산별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겪는 일종의 시행착오”라며 “다만, 이제는 우리가 상급단체를 바라보는 시각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상급단체는 결국 우리가 속해 있는 조직인데, 내 일이라고 생각하면서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의견도 내고 대안을 도출하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하지만 현실은 내 주장만 강하게 하고 자기 주장과 의견이 다르면 갈등으로 생각하고 부딪치는 것에 대한 시각을 교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도부에 대한 태도 전환도 주문했다. “지도부는 다양한 이견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하고 모 아니면 도식의 표결을 통한 결정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더 많이 소통하고 대안을 찾아내 이해 당사자들 간의 가교 역할을 하는 노력을 많이 해야 한다”고 다짐했다.

ⓒ 사무금융우분투재단
ⓒ 사무금융우분투재단

사회 전체에 연대의 가치를 꿈꾸다

지난 6월 12일 ‘사무금융 우분투재단’(이하 우분투재단)을 공식출범했다. 지난 2018년 2월, 정기대의원대회에서 ‘불평등 양극화 해소 특별위원회’를 발족으로 첫 번째 걸음을 내딛은 뒤 1년여가 지난 뒤 얻은 성과다.

그 동안 우분투재단은 공식 출범에 앞서 ▲불평등 양극화 해소 대안모색을 위한 국회 토론회 ▲사회연대기금 선포식 ▲사회연대기금 조성을 위한 산별중앙교섭 ▲KB증권을 시작으로 8개 사무금융 노사의 사회연대기금 출연 ▲발기인총회 및 출범토론회 등의 과정을 거쳤다. 우분투재단 외에도 노동자들의 사회공헌을 위해 설립된 재단은 ▲공공상상연대기금 ▲금융산업공익재단이 있다. 김현정 위원장은 “사무금융노조가 산별노조이긴 하지만 금융산업공익재단을 세운 금융노조처럼 사용자단체가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그러다 보니 기금 조성을 위해 본조가 지부를 하나하나 찾아가며 재단의 취지를 설명하고 설득하는 과정을 거치는 등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우분투재단은 ‘차별 없는 일터, 함께 잘 사는 사회’를 비전으로 내걸고, 주요 사업 목표는 ▲상생(비정규직 차별 시정) ▲연대(비정규직 개선 노력 지원) ▲책임(사회양극화 해소)로 설정했다. 재단 이사장으로는 신필균 복지국가여성연대 대표가 맡았다.

김현정 위원장은 “신필균 이사장의 지난 행적을 살펴보면 우분투재단의 설립취지와 잘 맞았다”며 “스웨덴에서 오랫동안 공부해오면서 사민주의에 대한 이해가 대단히 높고 국내에서도 관련 활동을 바탕으로 이사장 제안을 드렸는데 흔쾌히 수락했다”고 설명했다.

신필균 이사장 외에 총 9명의 이사가 구성됐는데, 김현정 사무금융노조 위원장이 노동을 대표해 참여했고, 이동철 KB국민카드 대표이사는 경영을 대표해 참여했다. 주목할 점은 노사대표로 참여하는 사람은 2명뿐이라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이사를 구성할 때 많은 고민을 했는데, 우분투재단이 꿈꾸는 가치와 철학을 공유할 수 있는 분들로 선정했다”며 “특히, 노동계가 많이 참여하면 노동단체의 하나로 인식할 수 있어 교수, 변호사, 의료, 언론, 시민단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섭외했다”고 말했다.

우분투재단은 ‘불평등 양극화 해소의 마중물’ 역할을 가장 큰 비전이라고 설명했다. 그 구체적인 방법이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우분투재단은 사무금융분야 비정규직 문제를 파악하기 위한 실태조사를 진행 중이다. 단순한 설문조사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직·간접 비정규직을 대상으로 심층면접을 진행해 사무금융 비정규직의 진단부터 실질적인 지원 방안을 고민할 생각이다.

김현정 위원장은 “우분투재단은 노사가 함께 기금을 통해 불평등 양극화 문제를 해소하는 마중물 역할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노동운동에 대한 사회대개혁”이라며 “똑같이 노력했음에도 격차가 계속 벌어지고 공평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에서 갈등이 생기고 불행해진다”고 말했다.

이어서 “노동계에서는 단결과 연대를 강조하지만 실제로 노동계급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분절돼 있다”며 “정권과 자본에 요구해서 문제를 해결하기 보다는 우리가 먼저 실천해 사회 변화의 흐름을 만들어내자는 것이 가장 중요한 가치”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