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 연합노련을 확 와닿게 표현한다면? 답 : 작은 한국노총
문 : 연합노련을 확 와닿게 표현한다면? 답 : 작은 한국노총
  • 박완순 기자
  • 승인 2019.07.11 04:21
  • 수정 2019.07.11 04:21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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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전국연합노동조합연맹이란?

전국연합노동조합연맹.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의 회원 노동조합이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의 회원 노동조합들 앞에 붙은 이름들인 공공, 화학, 금속, 자동차, 택시 등등. 읽어보면 어떤 노동자들이 모인 노동조합인지 알기 쉽다. 그런데 전국연합노동조합은? 연합이라는 특성을 가진 노동이 있지는 않다. 왜 연합일까. 궁금했다. 여의도에 있는 한국노총 건물 902호를 찾아갔다. 전국연합노동조합연맹 사무실의 문을 열었다.

ⓒ 연합노련
ⓒ 연합노련

전국연합노동조합연맹은 노동조합의 연합

전국연합노동조합연맹(위원장 이대규, 이하 연합노련)은 다른 산업별 노동조합에 소속되기 어려운 업종이나 직종을 포괄하는 노동조합의 연맹체이다. 노동자들의 특성도 그렇다. 어느 산업으로 구분지어 분류되기 어려운 혹은, 소속되기 어려운 노동자들과 함께하는 노동조합이다. 그래도 감이 잡히지 않는다면 연합노련의 규약 ‘제2장 조직의 제6조 구성 및 조직대상’을 보면 확실하게 알 수 있다.

제6조 [구성 및 조직대상] 본 노련의 선언, 강령 및 규약을 찬동하는 아래의 산업 및 업종관련 대상으로 조직된 노동조합으로 구성하며 본 노련을 유일한 단일연합조직체로 한다.

환경미화, 목가공, 목재, 항공, 의료업, 환경위생, 공항조업, 청소 및 경비용역, 아파트관리, 시설관리, 일반제조, 식품가공, 봉제, 연료제조, 수·축산, 피혁, 연예, 공공서비스(교육. 정부출연. 투자기관), 흥행, 레저시설, 검수, 주조, 제분, 음료제조, 하역, 건설, 레미콘, 요식, 석재, 제지, 조선, 유통, 직물 등 외 타 노련 및 산별노조에 속하지 않는 업종

그래서 김태우 정책본부장은 연합노련이 작은 한국노총이라고 불린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연합노련은 언제 시작된 것일까? 김태우 정책본부장은 50년 전의 이야기부터 꺼냈다. 현재 연합노련의 모체인 전국연합노동조합은 1961년 박정희 군사정권에 의해 노동조합 활동이 전면 중지되고, 같은 해 8월 3일 ‘노동자의 단체활동에 관한 임시 조치법’이 공포되면서 해체됐던 노동조합을 재건하면서 다시 시작했다. 1961년 9월 21일 용산구 소재 시립노동회관 회의실에서 당시 13개 산업별 노동조합에 속하지 않는 각 사업장 노동자 대표 30명이 참석한 결성대회에서 염태운을 초대위원장으로 선출해 전국연합노동조합이 재건됐다.

전국연합노동조합은 1980년 12월 31일 정부의 노동조합법 개정으로 산업별 노동조합이 기업별로 전환되면서 1981년 2월 24일 제19년차 정기전국대의원대회에서 지금의 연합노련으로 개편됐다. 1987년 8월, 9월 노동자 대투쟁 이후 노동운동이 폭발적으로 전개되면서 조직수가 급격히 증가했다. 이후 노동환경 변화, 산업 경쟁력 약화에 따른 조합원 수 감소도 있었다. 현재는 320여 개 노동조합, 5만 5,000명의 조합원이 함께 활동하고 10개 지역본부와 다양한 업종을 비슷하게 묶어낸 분과별 위원회가 있다. 분과별 위원회는 환경, 건설, 항공, 공공, 일반서비스, 제조, 유통 등으로 이뤄져있다.

연합노련의 노동자들

‘어디에도 소속되지 못한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노동조합을 만들고 연합노련에 함께 하다 보니 연합노련의 노동자들을 보면 한국 사회의 여러 노동 군상을 볼 수 있다. 한국 사회의 산업과 경제 구조의 변화 과정도 살필 수 있다.

처음 연합노련에는 시장 하역노동자들이 많았다. 대규모 시장에서 물건을 운송하는 노동자들이다. 우리 사회 많은 사람들은 시장 현대화와 대형 마켓의 골목 진출 이전에는 큰 시장을 찾았다. 아직까지 남아있는 청량리 경동시장, 가락시장 같은 거대한 시장 말이다. 또는 동대문의 평화시장처럼 원단을 취급했던 대규모 시장 말이다. 시장 하역노동자들은 굽이진 시장 골목을 바삐 돌아다니며 지방에서 올라온 배추를, 섬유공장에서 올라온 원단을 아주 이른 새벽에 받아 대규모 시장의 도매상들에게 전달했다. 시장이 현대화되고 대형 마켓이 골목 구석구석으로 들어오면서, 유통망이 전국적으로 촘촘하게 갖춰지면서 시장 하역노동자들은 자연스레 줄기 시작했다. 현재 연합노련에는 가락시장 청과시장에 서울청과라 불리는 조직이 하나 남았다.

연합노련에는 목가공 노동자들도 노동조합을 이뤄 대규모로 가입했었다. 우리나라는 목재를 외국에서 수입해 가공하고 국내나 국외로 팔았던 시기가 있었고 목가공업이 호황을 이뤘던 시기가 있었다. 60~70년대 노동집약적 산업이 발달했던 시기, 보루네오 가구, 대성 목재에서 일하던 조합원들이 많았다. 특히나 목가공은 노동집약적 산업이니 노동조합이 생겨 노동자들이 가입하면 기본 수천 명이었다. 그러나 목가공 기업들이 생산을 외주화하고 아웃소싱을 하면서 국내 목가공 노동자들이 급격하게 줄었다. 노동집약적 산업에서 기술집약적 산업으로 넘어가는 산업의 변화, 아웃소싱과 같이 글로벌화 전략을 취하는 새로운 경제의 흐름이 연합노련의 역사에 고스란히 묻어있었다.

현재는 대한항공노동조합이 연합노련 내에서 단일노조로 가장 큰 조직이다. 연합노련 조합원의 20%를 차지하고 있다. 환경미화 분야, 시설관리 분야, 건설 분야에 종사하는 노동자들도 연합노련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국회에서 미화노동을 하는 국회환경노동조합도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고 2017년에는 직접고용됐다. 서울시 가로 환경(도로와 인도의 환경미화를 담당하는 업무)노동자들도 연합노련에서 활동하고 있고 생활폐기물수거 노동자들도 연합노련의 조합원이다.

인천공항시설관리노동조합은 우리가 아주 잘 알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의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위한 인천공항 방문과 연관이 있다. 공공부문 정규직화 방식인 자회사 설립 후 직접고용의 당사자들이다. 4월에 출범한 인천공항 2자회사 소속의 노동자들로 주로 주차관리와 시설관리 노동자들이다. 인천공항시설관리노동조합 인천공항 2자회사의 교섭 대표 노동조합이다.

건설 분야에서는 타워크레인노동자들이 최근 타워크레인노동자 고공농성파업으로 적극적인 활동을 했었다. 소형무인타워크레인이 노동자와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기 때문에 고공농성파업을 했었다. 지금은 정부가 노사민정 협의체를 구성하기로 약속해 고공농성을 해제한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최근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로 설립된 한전MCS라는 자회사의 전기검침 노동자 5천여 명도 연합노련의 조합원이다. 이처럼 연합노련은 최근, 건설 분야의 이슈들도 있지만 많은 부분은 공공부문 시설환경노동자들의 정규직화 이슈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김태우 정책본부장은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생활폐기물 수거 및 운반 업무를 담당 환경노동자들에 대해서 “아직 전환되지 못한 민간위탁 환경미화노동자들은 상시적인 고용불안 및 노동조건 저하, 안전 및 건강권 등의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다”며 “환경노동자의 제대로 된 노동환경 조성과 건강권 확보를 위해서는 직접고용만이 답”이라고 주장했다.

ⓒ 연합노련
ⓒ 연합노련

 

연합노련은 한국노동운동에서
어떤 부분을 담당하고 있나

연합노련은 다종다양한 업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공간이었다. 어떻게 보면 어느 산업에도 속하지 못한 노동자들은 가장 사회의 경제구조 변화에 연약한 존재였다. 김태우 정책본부장에게 이러한 연합노련이 한국사회 노동운동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물었다.

김태우 정책본부장은 담담하게 “대공장이라든지, 대규모 공공부문이라든지, 과거부터 잘 조직된 노동조합이라든지, 어찌 보면 기득권을 가지고 있던 노조보다는 그렇지 못한 노조와 함께 노동운동을 해나가는 부분이지 않을까”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그런 노동자들, 노조들과 일단은 조직 확대라든지, 노조할 수 있는 방법이라든지, 법률 서비스라든지 꼭 노조를 해야 하는 노동자들에게 거기에 맞는 대안과 내용을 함께 만들어나가는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새로 연합노련의 문을 두드리는 노동자들도 있다. 보험설계 노동자들이다. 비정규직에 기간제이고 특수고용 형태인 우리 사회의 가장 취약한 노동 지대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다. 환경미화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계속해서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 노동조합이 너무 소규모라서 지역일반노동조합 형태로 노동조합 활동 중인 곳도 있다. 인천 지역인데, 연합노련 내 지역일반노조 활동을 열심히 펼치고 있다.

인하공전 시설환경 여성 노동자들이 대부분이다. 이처럼 최저임금을 받고 소규모인 사업장들을 지역일반노조의 형태로 노동조합 활동을 보장할 수 있게 하는 방안도 연합노련은 꾸준히 고민 중이다.이러한 고민 지점을 이대규 연합노련 위원장은 항상 염두에 두고 있다. 이대규 연합노련 위원장은 “공공부문 민간위탁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에 힘써야 한다”며 “특히나 연합노련으로 뭉치는 노동자들은 노동의 사각지대와 사회 취약계층으로의 삶에 놓여있기 때문에 이들의 권리보호에 신경을 쓸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앞으로 사회의 가장 외곽에 있는 노동자들을 조직하는 연합노련이 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