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관계 발전을 위해 각 주체들에게 요구한다
노사관계 발전을 위해 각 주체들에게 요구한다
  • 이동희 기자
  • 승인 2019.07.12 15:52
  • 수정 2019.07.12 15: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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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역량 및 조직률 확대, 연대 복원...
노동계 내부 과제들 담겨

커버스토리 ⑦ 결론

노동자 × 사용자 : 대한민국 노사관계 

노동자와 사용자. 떼려야 뗄 수 없는 이 관계를 이야기할 때 따라붙는 수식어는 갈등, 분규, 대립 등 부정적인 말이 대부분이다. 노사관계 당사자들도 한국 노사관계 정말 심각하다고, 이대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늘 그랬듯 질문을 던진다. 한국 노사관계를 둘러싼 문제가 무엇인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서로 상대방 탓이라며 손가락질하는 노동자와 사용자가 스스로 되돌아봐야 할 지점은 무엇인지, 노사관계 당사자인 노동자와 사용자 외 다른 주체들이 노사관계 발전을 위해 할 수 있는 노력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노사 신뢰가 없어” “노사관계? 회사가 한번 망해봐야 알지” “회사 망하고 난 다음에 길거리에 나앉고 나면?” “서로 죽자고 하는 거예요” “기대하는 거 없어요” “지쳐버린 거죠” “노동조합이 바뀔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해요” “회사가 별로 의지가 없어” “우리나라는 다시 판을 바꾸긴 어려워요” “누가 와서 어떤 이야기를 해도 서로가 안 믿는데”

이번 노사관계 특집은 현장에서 만난 노사관계 당사자들에게 들어왔던 수많은 단편들로부터 시작됐다. 노동계는 경영계를, 경영계는 노동계를, 서로를 이야기할 때 나오는 표현에서 지난 세월동안 쌓아온 노사관계의 골이 얼마나 깊은지 확인할 수 있었다.

서로를 향한 냉소를 멈추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하는 이 시점에 노동계가 사용자와 정부에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상대방에게 원하는 것을 말하기는 쉽다. 반대로 노동계가 스스로 짚어보고 되돌아봐야 할 지점은 무엇일까?

이번 특집을 마무리하며 설문조사 마지막에 던진 ‘노사관계 발전을 위해 노동계에서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노사관계 발전을 위해 다른 주체들은 어떤 노력을 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이 두 가지 질문에 대합 답변을 정리해보았다. 똑같은 질문에 대한 답변을 경영계에게서도 들어보고 싶었지만, 경영계 설문 응답률이 높지 않아 기사에는 노동계 답변만을 정리했다.

경영계에게 “우리는 파트너”

노사관계 발전을 위해 경영계가 해야 할 노력에 대해서도 다양한 답변이 이어졌다. 노동계는 경영계를 향해서 노동조합을 노사관계의 대등한 파트너로 인식할 것과 기업 운영에 있어 필요충분조건으로 이해할 것을 당부했다. 무엇보다 노동조합 혐오에서 벗어나 노동조합을 인정하는 모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신뢰를 쌓기 위한 투명성 제고’, ‘이익 중심이 아닌 사람(노동자) 중심의 경영’, ‘기업의 사회적 책임’, ‘기업의 부가 공동체 구성원 모두의 기여와 참여로 이루어졌다는 것에 대한 이해’, ‘산업·지역 단위 노사관계 활성화를 위한 인식 변화’를 요청했다.

정부, 노사관계 법·제도 개선에 힘써야

정부를 향해서는 앞서 ‘현재 한국의 노사관계에 필요한 것은 무엇이냐’를 묻는 질문에서 내놓은 답변처럼 제도 및 정책과 관련된 요구가 줄을 이었다. 노동기본권을 위한 법·제도 개선을 가장 많이 꼽았으며, ILO(국제노동기구) 기본협약 비준 요구도 빠지지 않았다. 또한, 정부가 노사관계의 중재자로서 부당노동행위 처벌 등 엄격한 관리감독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경영계에 당부한 것과 마찬가지로 정부도 노동계를 사회경제 주제로 인정할 것과 온정주의적 인식을 버리고 대화와 협상의 파트너로 볼 것을 강조했다. 노사 균형적인 시각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이를 위해 노동계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밝혔다. 노동법 관련 교육을 정규 교육과정에 포함하는 등 노동교육이 우리 일상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노사정이 함께 만드는 노사관계 비전은?

노사관계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한국 노사관계에 대한 비전을 노사정 당사자들이 내놓아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장홍근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앞으로 우리의 노사관계에서는 노사정 모두가 어떤 노사관계를 만들어야 경제사회에 도움이 될지 고민하고 공감하는 비전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서는 단기적으로, 중장기적으로 각 주체가 해야 할 역할이 무엇인지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이를 논의하기 위한 테이블로는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를 꼽았다. 장홍근 선임연구위원은 “사회적 대화기구가 노사관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중요한 열쇠라고 생각한다”며 “현재는 축적해 나가야 할 신뢰조차 저하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지만 그 안에서 논의하고, 협의한 내용들을 우리 사회로 내보내 노사 간의 대화를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이 내놓은 노사관계 비전을 간단히 정리하자면 이렇다. 노동조합은 노동조합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노동자의 삶과 노동조건이 기업의 생산력과 경쟁력에서 나온다는 것을 알아야 하며, 경쟁력 향상 과정에서 노동조합이 회사와 파트너가 되어 이를 함께 지켜 나가야 한다. 

반대로 사용자는 자신들이 노동자의 삶을 책임지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마찬가지로 기업의 비전을 노동조합에 제시해야 하며 노동조합과 이를 함께 만들어 갈 수 있다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

우리 사회에서 갈등은 수없이 발생하고, 노사 간에 발생하는 갈등도 큰 부분을 차지한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갈등 자체가 문제는 아니라는 거다. 갈등이 없는 노사관계를 두고 이른바 건강하고 좋은 노사관계라고 볼 수 있을까? 쉽게 고개를 끄덕이기 어렵다.

장홍근 선임연구위원은 “갈등과 분쟁이 없는 노사관계를 좋은 노사관계라고 해석하는 것은 굉장히 소극적인 해석 방법”이라고 지적한다. 노사 간의 갈등, 나아가 분규가 발생하더라도 서로의 권리와 책임, 그 균형을 유지해나가면서 갈등을 해결해 나간다면 충분히 건강한 노사관계로 볼 수 있다고 설명한다. 한국 노사관계 당사자들이 함께 비전을 이야기할 때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