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현 위원장 “사회적 대화, 상대방 입장도 이해하는 데서 출발해야”
문성현 위원장 “사회적 대화, 상대방 입장도 이해하는 데서 출발해야”
  • 이동희 기자
  • 승인 2019.07.12 15:43
  • 수정 2019.07.12 15: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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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15주년 기념 인터뷰➍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

2019년, 노동과 노동자의 오늘과 내일

<참여와혁신>이 2019년 7월 창간 15주년을 맞아 ‘2019년, 노동과 노동자의 오늘과 내일’이라는 주제로 노·사·정 대표자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노동과 노동자의 현재를 진단하고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기 위함입니다. 이에 따라 인터뷰 질문도 특정한 현안보다는 바탕에 깔려 있는 인식과 노사관계를 종합적으로 살펴볼 수 있게 준비했습니다.

처음 인터뷰를 기획할 때는 양대 노총 위원장, 경총 회장,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고용노동부 장관,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 국회 환경노동위원장 등 노사정 대표자 7인을 인터뷰하려 했으나, 경영계 대표자들은 인터뷰에 응하기 어렵다는 뜻을 전해 왔습니다.

이번 창간 특집 인터뷰가 노동 분야 오피니언 리더들의 고민을 통해 현재의 모습을 성찰하고 내일을 그리는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 ⓒ 이현석 기자 175studio@gmail.com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 ⓒ 이현석 기자 175studio@gmail.com

<참여와혁신>은 2019년 7월 창간 15주년을 맞아 ‘2019년, 노동과 노동자의 오늘과 내일’이라는 주제로 노사정 대표자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이를 통해 지금 우리나라 노동과 노동자는 어느 지점을 경과하고 있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모색하고자 합니다.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과의 인터뷰는 6월 19일(수)에 진행됐습니다. <참여와혁신> 7월호에는 사회적 대화와 관련된 인터뷰 일부만 담았으나, 온라인에는 인터뷰 전문을 옮겼습니다.

Q. 지난 3월부터 지금까지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본위원회가 개최되고 있지 못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고 있는 현재 경사노위 본위원회가 개최되지 못하고 있는 점에 대해서는 경사노위에서 늦어도 7월 초까지는 본위원회를 성립시킬 것이고, 그렇게 될 것이라고 말씀드립니다.

잘 아시다시피 본위원회가 열리지 못하게 된 발단은 탄력근로제를 둘러싼 협의과정이었습니다. 주 52시간은 작년 12월까지 가닥을 잡아야 하는 문제였기 때문에 국회와 대통령 권유로 탄력근로제에 대한 논의가 급박하게 진행됐습니다.

사실은 주요 당사자들 모두 경사노위에서 탄력근로제 논의를 하고 싶어 하지 않았습니다. 탄력근로제 3개월 단위기간을 본격적으로 시행도 안 해보고 단위기간 연장을 검토하는 건 적합하지 않다는 게 한국노총 입장이었고, 이미 다 하기로 한 건데 왜 굳이 경사노위에서 논의해야 하느냐가 경총 입장이었습니다. 그렇다면 두 주체 모두 원하지 않던 상황에서 왜 진행했느냐, 이에 대한 대답은 작년 최저임금 산입범위 논의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확대할 것이냐 말 것이냐, 확대한다면 어떻게 할 것이냐 이야기가 나온 상황에서 최저임금이 지난 2년간 29.2%가 올랐기 때문에 산입범위 논의가 불가피하다고 본 것이 한국노총이었고, 민주노총은 산입범위 확대에 반대한 거죠. 결국 산입범위 논의를 정리하지 못한 채 국회에 넘어갔고, 국회에서 최저임금 산입범위 문제가 노사 간의 문제가 아니라 여야 간의 문제로 치환되면서 산입범위가 확 넓어지는 결과가 나온 거죠.

결과적으로 원래는 상여금 수준에서 정리될 수 있었던 산입범위가 국회로 넘어가면서 복리후생비까지 확 넓어져 버린 거죠. 이를 두고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이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노사가 책임 있게 논의하지 못하고 국회로 넘기니까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했어요. 그래서 이번 탄력근로제 논의도 한국노총에서 처음에는 반대하다가 좋다고 해보자 해서 시작한 거죠.

이런 조건 속에서 집중적인 논의가 이어졌고, 노사정이 합의를 했지만 노동계를 대표하는 계층별 대표 3인이 반대의사를 밝히면서 본위원회에 참가하지 않은 게 지금까지 쭉 이어져 지금까지도 본위원회가 열리지 못하고 있죠.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계층별 노동위원 3인도 탄력근로제 합의에 대해서 아무 문제도 없는 것처럼 찬성하기 만만치 않고, 때문에 주변에서 (참석하지 말라는) 압력이 많이 들어간 것 같아요. 만약 탄력근로제 합의를 국회에 넘기고 처리됐으면 계층별 노동위원 3인도 탄력근로제 문제가 없어지는 거니까 경사노위 본위원회는 오래전에 열렸을 텐데.

최근 확인한 건 계층별 노동위원 3인이 누구보다도 사회적 대화를 원한다는 것, 사회적 대화를 하겠다는 진정성과 책임감을 제가 확인했습니다. 단언해서 말하기는 어렵지만 계층별 노동위원 3인이 본위원회 참석 쪽으로 분위기가 가고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Q. 출범 이후 지금까지의 경사노위 활동을 어떻게 평가하시는지, 그리고 앞으로의 경사노위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계획입니까?

2017년 8월 말 노사정위원회 위원장으로 위촉돼 이제 임기 2년이 다 돼갑니다. 지난 사회적 대화 과정을 되돌아보면 사회적 대화가 무엇인지, 경사노위는 뭐하는 곳인지에 대한 노사정 모두의 이해가 충분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경사노위는 노동 의제를 노사가 같이 협의하고 결론을 내리는 기구라는 걸 분명히 해야 합니다. 노동의 요구만 노동 의제가 되는 게 아니라 노동과 연관된 사용자의 요구도 노동 의제죠. 노동 의제 자체가 노사의 공동 의제이고 그 노동 의제에 접근하는 관점이 바로 사회적 대화입니다. 노동은 노동대로 자기 것만 고집해서 안 되고, 사용자도 사용자대로 자기 것만 고집해서는 안 되는 거죠.

대화의 첫 번째 원칙은 상대방을 인정하는 겁니다. 예를 들어 노동시간 단축 논의에서 68시간을 52시간으로 줄인 건 노동의 요구를 받은 거지만, 그걸로 끝내는 게 아니라 이와 연동해 탄력근로제가 사용자들의 요구로 나오는 거예요. 탄력적 운용을 이야기하는 사용자 입장도 이해해 보겠다는 데서 출발해야 대화가 됩니다. 이런 점에 대한 이해가 충분하지 못했죠.

경사노위에 들어올 때는 반드시 그런 관점을 가지고 와야 합니다. 내가 절실히 필요한 게 있으면 상대방의 절박한 요구도 들어줄 수 있어야 해요. 상대방의 요구는 들어주지 않고 자기 것만 하겠다고 하면 사회적 대화를 할 게 아니라 힘을 통해 관철시켜야 합니다. 투쟁을 선택한 민주노총의 노선도 의미 있는 길이니까 가면 됩니다. 다만, 사회적 대화를 하고자 한다면 상대방을 인정하고 주고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걸 이해하고 들어와야 합니다.

경사노위가 앞으로 뭘 할 거냐, 우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책을 시행하는 과정에 남아있는 처우개선이나 기관마다 다른 임금체계 등 여러 가지 문제들을 사회적 대화의 틀에 올려서 정리해야 할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경사노위가 새롭게 주목해야 할 부분은 양극화 해소 문제와 사회안전망 강화 문제라고 봅니다.

앞으로의 사회적 대화를 문재인 정부 사회적 대화 2기라고 표현한다면, 사회적 대화 2기에서 핵심은 불평등 해소와 사회안전망 강화입니다. 큰 그림을 그릴 건 그리고, 각 지역과 산업·업종별로 어떻게 이 문제를 풀어 나갈 것인지 촘촘하게 배치하면서 논의를 해 나가겠습니다. 작은 것 하나라도 충분한 협의 해 나가면 큰 틀에서의 불평등, 양극화를 어떻게 해소하고 사회안전망을 어떻게 강화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도 진행할 수 있을 겁니다. 노사와 정부가 자기 역할을 하면서 논의하면 못할 게 없다고 생각합니다. 각자 입장을 놓고 조율해서 정리하면 될 것 같고, 그런 걸 하나하나 챙겨보려고 합니다.

그동안 국민들이 사회적 대화에 대한 관심을 많이 가졌고 격려도 많이 해주셨습니다. 대통령께서 누구보다도 강력한 관심과 지지를 보내주셨는데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과정에 대한 성찰을 바탕으로 발전적 방향으로 논의해 나가면 작으면 작은 대로, 큰 것은 큰 것대로 가닥을 잡고 성과들을 축적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Q. 사회적 대화의 의제를 정하는 것도 참여 주체들의 대화를 통해서 정하기로 했지만, 탄력근로제 등의 의제를 보면 청와대나 국회에서 일방적으로 의제를 넘기는 것 같습니다. 이미 방향까지 정해진 채로 의제를 넘기는 것은 과거처럼 경사노위를 또다시 들러리 세우는 걸로 보이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최저임금, 노동시간 단축, ILO 기본협약, 비정규직 네 가지 의제는 노사 당사자들이 진작 해결했어야 했던 과제였습니다. 이 네 가지 의제가 해결되지 못한 채 지금까지 이어져와 경사노위에 숙제로 던져진 것이지 정부의 과제는 아니라는 거죠.

짧게는 10년 길게는 20년 노동운동을 해온 우리가 이를 해결하지 못한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가 촛불 정신을 이어받아 노동존중 사회를 선언하면서 경사노위에 던져진 우리 모두의 숙제였습니다.

노동계의 요구였던 최저임금, 노동시간 단축, ILO 기본협약, 비정규직 네 가지 의제를 경사노위에서 받았어요. 돌이켜 놓고 보면 이런 의제를 과감하게 던진 정부가 지금까지 있었냐는 거죠. 최저임금 29.2% 탁 올리고, 노동시간 줄이고, ILO 기본협약 비준하자도 던졌고, 공공 비정규직 제로도 선언하지 않았습니까. 거꾸로 보면 경영계에서는 문재인 정부 노동존중한다더니 노동만 존중하게, 우리는 완전히 무시한다고 비칠 수 있는 상황이잖아요.

사실 경사노위에서 논의된 의제들은 노동이 주체적으로 고민했어야 했는데 하지 않았기 때문에 경사노위로 들어온 겁니다. 문재인 정부가 과감하게 실행했기 때문에 사회적 이슈가 됐고 그걸 조정하는 과정이 있었습니다. 이를 정부나 국회가 다 한 것이 아니라 노사가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사노위에서 논의하자고 주어진 것만 해도 대단히 의미 있는 일입니다. 쭉 이어져서 본위원회에서 마무리됐으면 상당히 의미를 줬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에 본위원회가 무산되면서 의미가 퇴색된 점은 있지만 들러리 선 것이다? 우리나라 노사관계가 전부 기업별 노사관계에 매몰돼서 내 임금 내 고용 유지하다가 이렇게 된 거죠. 노동은 노동대로 정부가 나서라, 사용자는 사용자대로 정부가 해내라. 노사 당사자들이 해야 할 역할을 방기하고 안 했기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지 절대 들러리 선 것이 아닙니다.

경사노위 위원장을 하면서 제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는 생각은 전체적인 사회적 대화가 잘 풀리기 위해서는 개별 노사관계도 잘 풀려야 된다는 겁니다. 그래서 경사노위 위원장이 왜 그런 일까지 하냐는 말을 들어가며 쌍용자동차, 금호타이어, 중형 조선소 문제 등 개별 노사관계도 노사정 합의를 한 거죠. 지금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동차 부품사를 만나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저는 그런 과정에서 적어도 제 자신이 들러리를 선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굉장히 많은 숙제가 밀려들고 있는 상황에서 이 정도 역할을 부여받은 것에 대해 행복했었습니다.

Q. 지난 3~4월 민주노총의 국회 앞 ‘노동법 개악 저지’ 투쟁 이후 민주노총 간부 3명이 구속된 데 이어 경찰은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 민주노총 내부에서는 ‘이게 노동존중 사회냐’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어 민주노총과 정부의 노정관계가 악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되면 민주노총의 경사노위 참여가 앞으로 더 어려워질 텐데 현 상황을 어떻게 보십니까? *인터뷰는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구속되기 이틀 전인 지난달 19일에 진행됐습니다.

이런 상황이 발생했다는 것 자체가 안타깝습니다. 노동조합에게 투쟁과 교섭은 같이 가야 하는 것이지 따로 분리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노사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노는 노대로 가고, 사는 사대로 가는 우리나라 노동은 이미 지나갔단 말이죠. 저도 처음에는 전투적 투쟁을 통해서 노동자 세상을 만들자고 노동운동을 한 사람입니다. 어느 단계에 다다르니까 그게 아니었습니다. 오랜 경험에서 느낀 바로는 결국 노동조합이라는 건 투쟁과 교섭을 함께 하는 조직이라는 겁니다. 민주노총에게 투쟁과 교섭은 서로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 같이 가야한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경사노위 안에서 논의된 탄력근로제도 마찬가지입니다. 민주노총에서 참여했어야 했습니다. 참여해서 민주노총 이야기를 하고, 민주노총 이야기가 관철이 안 되면 경사노위 나가고 싸우면 되는 거였어요. 이건 도저히 경총이 이야기하는 바를 인정 못하겠다, 이 판에서는 도저히 있을 수 없으니 나가서 머리띠 두르고 싸우겠어라고 생각하면 나가면 되는 겁니다.

노동자들이 단결해서 때로는 투쟁하고, 때로는 교섭해서 문제를 해결해야지 투쟁만 또는 교섭만 하는 게 노동조합이 아닙니다. 투쟁도 하고 교섭도 하라고 이 사회가 열어준 게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사노위입니다.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건 노동조합이 가는 길에는 투쟁과 교섭이 상호작용해서 가야 하는데 교섭을 배제한 투쟁은 전투적일 수밖에 없고, 전투적으로 가면 현행법과 부딪힐 수밖에 없습니다. 각오를 해야 합니다. 민주노총에서는 투쟁 노선을 선택했기 때문에 투쟁 노선을 가다가 구속되는 걸 자랑스러워해야지 그걸 탄압이라고 하고 그럴 필요 없어요. 자랑스럽게 가야 합니다. 지금 김명환 위원장의 구속 여부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민주노총이 지금 이 순간에 주어진 문제들을 대화 내지 교섭을 통해 더 성찰적 관점을 가지고 고민을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Q. <참여와혁신>이 취재하면서 보니 특히 지역에서는 노동자들이 참여할 통로가 부족하다는 걸 느꼈습니다. 지역에서 노동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통로로 지역 노사민정협의회를 활성화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는데, 이를 위해 제도적인 뒷받침이나 지원을 한다면 어떤 부분일까요?

현재 경사노위법에는 지역 사회적 대화가 선언적으로만 나와 있어요. 노사발전법에 따라 지역 노사민정협의회를 구성하고 있는데 그것과 부딪히는 지점이 있죠. 이런 점을 종합적으로 보면서 경사노위가 컨트롤타워로서 지역 사회적 대화를 어떻게 할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지역의 사회적 대화를 위해서는 중앙과 똑같이 노동이 주체로 나서야 하고, 그러면서 정부나 전문가가 아닌 노사가 중심을 잡아야 합니다. 이런 바탕 위에서 지역 사회적 대화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노사발전법에 따른 노사민정협의회는 예산과 인력과 집행력이 상당히 취약합니다. 어떤 형태로 발전시키든지 새로운 대안을 만들어야 해요.

지역 사회적 대화의 틀에서 무얼 할 것인지도 정해야 합니다. 저는 앞으로 우리나라의 산업과 일자리 정책의 중심이 지역으로 가야 한다고 봐요. 우리나라는 그동안 산업화 과정에서 각 지역별로 특화된 산업이 다 배치되어 있습니다. 중앙에서 새롭게 재구성해야 할 영역도 있지만 지역에 현재 있는 것을 어떻게 잘 발전시킬 것인지가 중요합니다. 다행히 광주형 일자리를 계기로 사회적 협의 틀이 촉발돼서 각 지역에서 이런 것들이 논의되고 있는데, 이런 기회를 통해 지역 사회적 대화의 틀을 정비해서 제대로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대기업 산업정책은 지역에서 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지역에서 해야 하고 할 수 있는 산업 일자리 정책은 중소기업 산업정책이고,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청년 일자리를 고민해야 합니다. 중소기업과 청년 일자리 문제를 잘 논의할 수 있도록 지역 사회적 대화의 구조를 잡아야 합니다.

노사발전법에 따른 지역 노사민정협의회는 그대로 가더라도, 경사노위 규정대로 활성화하는 것, 특히 중소기업과 청년 일자리를 중심으로 지역 사회적 대화의 틀을 어떻게 할 건지는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고민하려고 합니다. 노사민정협의회를 그 틀에 맞게 운영할 수도 있고 다르게 운영할 수도 있는데, 지역상생형 일자리 정책을 사회적 대화의 방식으로, 지역 사회적 합의 방식으로 어떻게 만들어낼 건지 고민하려고 합니다.

지역에 가보면 노동과 경영계 모두 주체적인 준비와 결의가 부족해요. 노동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지자체장이 의지를 가지고 사회적 대화를 하려고 할 때 받쳐줘야 합니다. 지역 사회적 대화도 현재 지역상생형 일자리를 계기로 전기를 맞이하고 있고, 경사노위도 그 부분의 지속 가능한 발전방향을 잡기 위해서 주요하게 고민할 것입니다.

Q. 오늘날 우리는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힌 사회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노동’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을까요? 특히, 최근 몇 년 동안 이른바 ‘4차 산업혁명’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사람의 노동을 기계와 인공지능(AI)이 대체할 거라는 전망이 많이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시대에서도 노동이 중요하다고 보십니까?

4차 산업혁명, 일터혁신과 같은 의미는 아니지만 비슷한 개념으로 많이 쓰이고 있는 게 스마트공장(Smart Factory, 설계·개발, 제조 및 유통·물류 등 생산 과정에 디지털 자동화 솔루션이 결합된 정보통신기술·ICT을 적용하여 생산성, 품질, 고객만족도를 향상시키는 지능형 생산공장)이죠. 공장을 스마트화하면 노동자가 공장 밖으로 밀려난다는 문제의식이 등장하고 있지 않습니까. 근데 그 이전에 우리가 같이 고민해야 하는 지점은 공장을 스마트화한다고 했을 때, 기계와 설비만 스마트화한다고 해서 되는 것인가? 아니라는 거죠.

4차 산업혁명이라고 불리는 구조의 전환기에서는 부당한 격차를 줄이는 것이 첫 번째입니다. 두 번째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건 하드웨어의 스마트화 이전에 인적요소의 스마트화가 대단히 중요하다는 겁니다.

자동차를 예를 들면 4차 산업혁명으로 불리는 기술변화, 패러다임 변화로 내연기관차에서 친환경차로 변화하고 있고, 자율주행, 공유경제가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런 것들이 주요한 변화인데, 이를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이야기할 때 가장 중요한 건 자동차산업의 생태계입니다. 대기업과 정규직이 100을 받을 때 중소기업과 비정규직이 50밖에 못 받는 이 구조를 꼭 바꿔야 합니다.

대한민국 노동 현실을 보면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들이 10명 중 한 명인데, 이들이 100을 가져가요. 중소기업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10명 중 9명인데 50밖에 못 가져간다는 거죠. 우리는 우리 사회가 그렇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매일을 살고 있어요. 10명 중 9명이 그런 조건에 있다는 건 숨이 콱콱 막히는 상황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4차 산업혁명이라고 불리는 전환기에 우리가 신경 써야 할 지점은 부당한 격차예요. 이 전환기에 바꾸지 못하면 영원히 못 바꾼다는 걸 강조하고 싶습니다.

4차 산업혁명의 방향이 사람을 늘리는 쪽으로 갈지, 줄이는 쪽으로 갈지는 모르겠지만 변화의 방향성에 대해서는 누구나 다 인정하지 않습니까. 노동의 스마트화도 어느 날 갑자기 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기술의 변화를 어떻게 수용할지 속도조절을 해나가야 하죠.

저는 인공지능(AI) 미래가 온다고 하더라도 훨씬 더 차원 높은 노동의 영역이 늘어날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훨씬 더 노동이 정교해져야 하죠. 이런 변화가 인구감소 등 공조의 흐름 속에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사회적 합의 내지는 협의라고 하는 조절 기능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각각의 노사가 분절돼 있는 상황에서는 전부 약육강식의 세계로 가게 됩니다. 기업별 노사관계, 기업별 단절관계 속에서는 조절 능력도 없는 거죠. 우리 미래의 노동을 위해서는 산업별, 지역별 전체를 아우르는 초기업 단위의 노사관계, 그것에 바탕을 둔 사회적 합의 모델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창간 15주년을 맞은 <참여와혁신>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행복한 일터의 동반자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참여와혁신>에 박수를 보냅니다. 행복한 일터를 위해 <참여와혁신>이 격차 해소에 도전하는 구체적인 현장을 끝까지 추적하는 언론이 되기를 바랍니다.

지금 우리나라 노사가 격차 해소에 도전하고 있는 단계예요. 광주에서 지역상생형 일자리에 도전한 것처럼. 경사노위에서는 지역상생형 일자리를 격차에 대한 도전으로 보고 있어요. 이런 현장들에 <참여와혁신>이 함께 해주셨으면 합니다.

SK이노베이션 노사도 노동자가 기본급 1%를 기부하면 회사가 같은 금액을 기부해 상생기금을 마련하지 않나. 격차에 대한 도전을 시작했단 말이죠. 금융 노사도 마찬가지고, 사무금융노조 우분투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미 깨어 있는 노사는 움직이고 있어요.

<참여와혁신>에서 추구하는 행복한 일터, 제가 진단하는 행복한 일터는 격차에 대한 도전입니다. 이 대장정에 <참여와혁신>이 함께 갔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