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최저임금 결정 말말말 ... 노사 모두 '불만'
내년 최저임금 결정 말말말 ... 노사 모두 '불만'
  • 박완순 기자
  • 승인 2019.07.12 16:04
  • 수정 2019.07.13 00: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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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도 최저임금 8,590원 결정 두고 극명한 온도 차 존재
ⓒ 최은혜 기자 ehchoi@laborplus.co.kr
ⓒ 최은혜 기자 ehchoi@laborplus.co.kr

240원, 백 원짜리 동전 두 개와 십 원짜리 동전 네 개. 이 동전 여섯 개에 대해 많은 말들이 나오고 있다.

12일 새벽 5시 30분에 내년도 최저임금이 시급 8,590원으로 결정됐다. 월 환산액(주 40시간 기준, 월 209시간)으로는 179만 5,310원이다. 시급 기준으로 올해보다 240원, 월 환산액으로는 5만 160원 인상된 액수다.

8,590원은 최저임금위원회 사용자위원들이 제시한 최종안이었다. 사용자위원의 최종안으로 내년도 최저임금이 결정되면서 예상대로 노동계가 반발했다. 양대 노총은 오전부터 날선 표현이 담긴 성명을 내놨다.

오전 7시 45분에 가장 먼저 성명을 낸 민주노총은 문재인 정부가 소득주도성장 폐기 선언을 했다고 규탄했다. 민주노총은 성명서에서 “‘최저임금 1만 원’이라는 시대정신을 외면한 것”이라며 “실질적 최저임금 삭감 결정”이라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또한, “문재인 정부가 최저임금 실질 삭감에 머무르지 않을 것”이라며 “국회에 숱한 노동개악 법안과 최저임금제, 탄력근로제 개악이 예정됐다”고 전망했다. 이어 “분노한 저임금 노동자와 함께 노동개악 분쇄를 위해 총파업과 전면적인 투쟁 조직할 것”이라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한국노총 역시 성명을 통해 “최저임금 참사가 일어났다”고 비판에 가세했다. 한국노총은 “저임금 노동자들의 처지를 조금도 고려하지 않은 참담한 결과”라며 “최저임금 1만 원을 통한 양극화 해소, 노동존중사회 실현도 불가능해졌다”고 비판했다.

한편, 내년도 최저임금 시급 기준 240원 인상에 화가 난 곳은 노동계만이 아니다. 경영계도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 결정에 비판을 가했는데, 동결되지 않았다는 것에 대한 반발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발표문을 통해 “최근 2년 간 최저임금 인상률이 29%에 달하며 최저임금 수준은 이미 중소·영세기업의 지불능력을 넘어섰고 취약계층들도 고용 불안에 시달리고 있는 실정”이라며 “이 같은 이유로 많은 곳이 최저임금 동결의 필요성을 제기했는데도 8,590원으로 결정돼 매우 아쉽다”고 주장했다.

동시에 “최저임금 인상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업종별·지역별로 부가가치와 생산성, 생활비 수준이 다른 상황에서 일률적으로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불합리한 점을 개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격월·분기 정기상여금, 현물로 지급되는 숙식비 등이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되지 않아 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가중되는 문제를 시정하고 최저임금 시급 산정시 근로시간 수에 실제 일한 시간이 아닌 유급 주휴시간을 제외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와 정치권에 최저인금 인상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할 제도 개선”을 주문했다.

중소기업중앙회 역시 내년 최저임금 결정에 대해 “최저임금 인상으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영세기업과 소상공인들이 절실히 기대한 동결을 이루지 못한 것은 안타까운 결과”라고 긴급 입장문을 냈다. 또한, “향후 최저임금위원회가 기업의 지급능력을 고려한 업종별·규모별 구분 적용을 최대한 이른 시일 내 논의할 것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이하 한상총련)는 다른 목소리를 냈다. 한상총련은 “내년도 최저임금을 2.9% 소폭 인상한 8,590원으로 결정한 것은 현장 중소상인 자영업자들의 목소리가 어느 정도 고려된 결정”이라면서도 “최저임금을 두고 을과 을의 갈등으로 치닫는 현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매출이익을 키우기 위한 종합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저임금 문제보다는 자영업자의 지불능력을 키우는 정책적 대책 강구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한상총련은 “중소상인과 노동자 보호, 경제민주화 실현을 위한 정부와 정치권의 노력과 정책 추진이 과감하고 속도감 있게 추진돼야 할 때”라며 “유통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를 뜯어고치기 위해 정부와 정치권의 움직임이 지금 바로 절실히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치권에서도 내년도 최저임금 240원 인상에 대한 논평과 브리핑이 쏟아졌다.

더불어민주당과 민주평화당은 최저임금 인상 속도조절을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특히 정부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최저임금 1만 원 달성을 사실상 포기했다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노조 등 특정 세력의 눈치 보기 바쁜 현 정권은 인상 결정을 내리고 말았다”며 최저임금 240원 인상을 강하게 비판했다.

바른미래당 역시 비판에 동승했는데, 최저임금 인상 속도조절에 안심할 것이 아니라 소득주도성장이라는 잘못된 경제정책의 대전환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의당과 민중당은 이번 최저임금 소폭 인상을 통해 노동존중, 사회양극화 해소, 소득주도성장이라는 문재인 정부의 공약을 스스로 파기한 셈이라고 강력하게 문제 제기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인 김학용 의원(자유한국당)도 개인적인 입장을 발표했다. 김학용 의원은 “이번 결정이 물가상승률 범위 안에서 불가피한 소폭 인상이라고 하더라도 주휴수당을 포함할 경우 실제 최저임금액이 1만 원을 넘어섰다”며 “동결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점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표명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아무리 작은 폭탄도 폭탄이다. 동결이 최소한의 조치”라며 “고용노동부 장관은 (최저임금을) 재심의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