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용 위원장 "노동운동의 정상화, 미룰 수 없는 과제"
김학용 위원장 "노동운동의 정상화, 미룰 수 없는 과제"
  • 박석모 기자
  • 승인 2019.07.12 15:46
  • 수정 2019.07.12 15: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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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15주년 기념 인터뷰 ➎ 김학용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

2019년, 노동과 노동자의 오늘과 내일

<참여와혁신>이 2019년 7월 창간 15주년을 맞아 ‘2019년, 노동과 노동자의 오늘과 내일’이라는 주제로 노·사·정 대표자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노동과 노동자의 현재를 진단하고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기 위함입니다. 이에 따라 인터뷰 질문도 특정한 현안보다는 바탕에 깔려 있는 인식과 노사관계를 종합적으로 살펴볼 수 있게 준비했습니다.

처음 인터뷰를 기획할 때는 양대 노총 위원장, 경총 회장,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고용노동부 장관,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 국회 환경노동위원장 등 노사정 대표자 7인을 인터뷰하려 했으나, 경영계 대표자들은 인터뷰에 응하기 어렵다는 뜻을 전해 왔습니다.

이번 창간 특집 인터뷰가 노동 분야 오피니언 리더들의 고민을 통해 현재의 모습을 성찰하고 내일을 그리는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김학용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 ⓒ 김학용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

최근 4차 산업혁명이 화두가 되면서 산업이 고도화되고 기술이 진화하면서 일의 개념이 달라지고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일과 삶의 균형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삶과 균형을 이루며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일터와 제도를 만드는 것은 노사정 각 주체에게 주어진 과제일 것입니다.

김학용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은 저마다 일과 삶의 균형점이 다른 만큼, 정부의 획일적인 정책으로는 행복한 일터를 실현하기 어렵다면서, 노동자들이 차별받지 않고 행복을 느끼며 일할 수 있는 일터를 만들기 위해 각 주체들이 부단히 노력할 것을 주문합니다.

Q.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힌 사회에서 ‘노동’은 어떤 의미를 지닌다고 보십니까?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도 노동이 중요하다면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일자리가 중요한 사회문제로 떠오른 지금,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을 앞세운 4차 산업혁명이 현실로 다가오면서 일과 노동의 미래도 불투명해지고 있습니다. 여러 전문가들이 인공지능과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아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고, 이미 산업현장과 생활공간 곳곳에서도 인공지능 로봇이 배치돼 인간이 하는 일의 상당 부분을 수행하고 있어 그런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4차 산업혁명으로 기존에 우리가 알고 있는 일과 노동의 행태는 크게 바뀔지 모르겠지만, 노동이 갖는 의미가 크게 퇴색되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어느 시대나 새로운 기술발전에 따른 대량실업의 우려는 존재해 왔지만, 실제로는 일자리의 진화를 통해 그런 우려가 현실이 되지는 않았다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스를 수 없는 큰 흐름에서도 삶의 현장에서 땀 흘리는 노동의 가치는 우선적으로 존중되어야 합니다.

Q. 오늘날 우리나라의 노사관계를 어떻게 진단하시는지요? 노사관계가 변해야 한다면 어떤 방향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우리나라 노사관계도 이제는 새롭게 정립되어야 합니다. 문재인 정부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근로제 등 친노조 정책을 잇따라 추진하면서, 일명 ‘촛불 청구서’를 내민 노동단체에 끌려 다니며 노사관계를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지금도 ‘노조 공화국’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강성 노조의 위세가 대단합니다. ‘노동존중’을 내세우던 정부·여당조차도 ‘더 이상 사회적 약자가 아니다’라고 할 정도로 노조는 기득권 세력이 된 지 오래입니다. 일부 노조는 임금인상을 위해 툭하면 생산라인을 멈춰 세우고, ‘철밥통 대물림’을 위한 고용세습도 서슴지 않고 있습니다. 이 같은 대립적이고 갈등적인 노사관계로는 한 발자국도 더 전진하지 못할 것입니다.

대통령도 어쩌지 못하는 악명 높은 한국의 갈등·대립적 노사관계를 협력·타협적 관계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노사가 힘의 균형을 통해 상생관계를 형성하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합니다. 그래서 저는 ‘노조할 권리’에 맞춰 ‘기업할 권리’도 동등하게 보장해 달라는 경영계의 호소가 무리한 요구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현장에서 땀 흘리는 노동의 가치는 최우선적으로 존중돼야 합니다. 따라서 고용주의 제대로 된 노동 인식도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고, 이에 맞춰 기업문화도 변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노동계 또한 이런 변화된 환경에 부합해 투쟁보다는 대화와 상생의 노동운동을 펼쳐야 할 것입니다.

노사 모두 시장 자본주의의 무한경쟁 시대에 살고 있는 이상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생존경쟁에 나서지 않으면 안 됩니다. 한순간 노사 모두가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공유하고, 협력적 노사관계 정립을 위해 양쪽 모두가 한 걸음씩 양보의 미덕을 보여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Q. 우리 사회에서 사회적 대화를 어떻게 만들어가야 한다고 보십니까? 노동 문제에 있어서 입법기관으로서의 국회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심각한 사회양극화와 격차 문제를 해소하고 고용과 복지, 성장과 번영, 사회통합을 함께 만들어가자는 의미에서 출범한 사회적 대화의 필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최근 경사노위의 파행으로 제대로 된 역할을 못하고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경사노위 시스템의 문제이지, 사회적 대화 자체의 필요성마저 부정되어서는 안 됩니다.

사회적 대화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노·사 모두에게 득 될 게 없습니다. 공전이 길어질수록 사회적·경제적 비용이 늘어나고 비정규직 등 소외계층의 피해만 커질 뿐입니다. 사회적 대화에 참여하는 주체들이 책임감을 갖고 제 역할을 해야 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경사노위를 통한 사회적 대화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참여하는 주체들의 책임감도 결여되어 있을 뿐 아니라, 각종 노동현안에 대해 경사노위 논의 따로, 국회 논의 따로 이중 삼중의 논란만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최근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와 관련한 논의가 대표적인데, 경사노위에서 사회적 타협을 했다고 하더라도 국회 논의를 별도로 또 진행해야 하는 구조입니다.

엄연히 국민의 대표인 국회가 있고, 노동문제를 전담토록 하는 환노위도 상설 상임위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국회 또한 대화와 타협의 장이기 때문에 굳이 외부에 사회적 대화기구를 둘 필요성에 대해 고민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국회에 사회적 대타협을 위한 특별 기구를 구성하고, 그 결과를 적극 수용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것은 어떤 형태로든 사회적 대화에 참여하는 주체들이 보다 책임감을 가지고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정부정책의 미흡한 부분을 찾아 개선하고 이를 통해 일방적 국정운영을 견제하는 것이 국회에 주어진 역할인 만큼 한쪽으로 기울어진 노사문제에 대해 여야가 중심을 가지고 고용노동 현안논의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노동 문제 중에서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이슈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탄력근로제나 정년연장 문제,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문제 등 시급한 현안들이 많지만, 그중 제가 제일 관심을 갖고 있는 건 노동운동의 정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노조가 근로자들의 근로조건과 처우개선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파업을 무기로 사사건건 경영의 발목을 잡는데서야 어떤 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겠습니까! 최근 르노삼성 노조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기업이 튼튼해야 노조원의 수입과 삶의 기반도 안정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우리나라 노조의 파업행태를 보면 임단협의 범위를 벗어나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부의 ILO 핵심협약 비준 문제나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등이 대표적인 경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 사항들은 정부를 비롯해 정치권에서 각 경제 주체들의 이해를 두루 반영하고 국가경제 전체를 생각해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사항들이지만, 우리나라 일부 강성노조는 경제 전체가 아니라 자신들의 이해관계에만 집착하는 이기적인 태도를 보일 때가 많습니다.

노사 양측이 각자 자신의 요구를 100% 관철시키려고 한다면 이 문제는 해법이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노사의 이익보다 우리 사회가 처한 경제 상황이 그리 녹록치 않다는 점입니다. 경기는 하락하고 기업들의 생산성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습니다. 소득 양극화는 벌어지고, 실업률은 치솟고 있습니다. 그만큼 우리 사회의 미래가 불투명해지고 있다는 반증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 우리나라 노동운동의 행태가 변하지 않으면 저는 이 나라의 경제는 미래가 암울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Q. 창간 15주년을 맞는 <참여와혁신>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어떤 것입니까?

오랜 시간동안 노동자의 대변지로서 자리매김해 온 <참여와혁신>의 노고에 이 자리를 빌려 고마움을 전합니다. 저는 소관 상임위원장으로서 최대한 이념적 당파성을 갖지 않고 대한민국의 경제발전이라는 공익적 관점에서 노동문제를 바라보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창간 15주년을 맞는 <참여와혁신>을 통해 노동자들의 삶의 조건을 향상시키고, 경제·사회적 수준이 보다 선진화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참여와혁신>이 노동자의 삶을 바꾸고 포용과 혁신의 자세로 진정한 노동자의 대변지로서 확실하게 자리매김 되길 진심으로 기원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창간 15주년을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