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비정규직 파업 아닌 무기계약직 파업이라고요?
[팩트체크] 비정규직 파업 아닌 무기계약직 파업이라고요?
  • 정다솜 기자
  • 승인 2019.07.1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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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습니다. 그런데요...!
"평등이란 이름으로 행해지는 공무원 역차별을 멈춰주세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7월 15일 오후6시)
"평등이란 이름으로 행해지는 공무원 역차별을 멈춰주세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7월 15일 오후6시)

"비정규직이라고 계속 보도는 되지만 사실은 무기계약직 파업이다."

지난 4일 청와대 핵심 관계자가 기자들과 만나 '비정규직 노동자 파업에 대한 청와대의 입장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급식조리원, 돌봄전담사 등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일터 차별 해소'를 요구하며 지난 3일부터 사흘 동안 이어간 총파업을 '무기계약직 파업'으로 규정한 것이다. 이에 민주노총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이하 학비노조)은 "무기계약직은 비정규직이 아니라는 청와대에 공개토론회를 제안한다"고 성명을 낸 바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청와대 관계자의 발언과 비슷한 내용의 청원이 진행 중이다. 지난달 26일 "언론은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보도하도록 해주시기 바랍니다(학교에 근무하는 교육공무직들은 대부분 비정규직이 아니라 무기계약직입니다)" 청원에 18,069명(15일 오후 6시)이 참여했다.

3일 "평등이란 이름으로 행해지는 공무원 역차별을 멈춰주세요" 청원에는 4만여 명(41,507명)이 동의했다. 청원의 핵심은 고용 안정은 이미 보장된 학교 무기계약직 노동자들이 치열한 채용 경쟁을 거친 공무원 수준의 처우 개선까지 요구하는 것은 공정하지 못하다는 내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따져봐야 할 질문을 마주하게 된다. '무기계약직을 정규직으로 규정할 수 있는가?' '총파업에 참여한 학교 비정규직은 대부분 무기계약직인가?' '이들이 공무원과 같은 처우를 요구하고 있는가?' 등의 물음이다.

■ 무기계약직은 정규직? 비정규직? 중규직?

무기계약직은 '기한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다. 2006년 노무현 정부가 '공공기관 비정규직 종합대책'으로 상시·지속적 업무에 2년 이상 근무한 기간제 노동자를 무기계약으로 전환한다고 발표한 후로 증가한 고용형태다.

무기계약직은 형식적으로 계약기간이 정해지지 않다는 점에서 정규직과 같지만 실질적 근로 조건은 비정규직과 크게 다르지 않다. 형식은 정규직인데 내용은 비정규직과 비슷해 '중규직' '2차정규직' '유사정규직' 등으로 불린다. 지난 3일 광화문광장에 모인 교육공무직 노동자들도 정규직 노동자와는 달리 교육, 수당, 복리후생 등 일터에서 차별을 받고 있다고 목소리를 낸 바 있다.

국가인권위는 <무기계약직 근로자 노동인권상황 실태조사>(2008)에서 '무기계약직 노동자'를 "공공기관 비정규직 종합대책 및 기간제법에 의해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으로 전환되었으나 기존 정규직에 비해 차등이 있는 노동자"로 정의했다.

<더불어사는 민주시민교과서> 고등학교 과정에서도 '무기계약직' 용어 설명(138쪽)을 보면 '대체로 정년까지 근무할 수 있는 점은 정규직과 비슷하지만 임금이나 복지 수준은 계약직과 비슷한 직급'이라고 적혀있다. 무기계약직은 정규직도 비정규직도 아닌 '낀' 직급인 것이다.  

■ 학교비정규직은 대부분 무기계약직?

그렇다면 청와대 관계자의 말대로 학교비정규직의 대부분은 무기계약직일까?

학비노조에 따르면 약 38만 명이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다. 비정규직 강사 16만 명, 교육공무직 14만 명, 기간제 교사 4만7,000명, 파견·용역직 2만7,000명 등이다. 전체 교직원(약 88만 5천 명) 중 43.1%를 차지한다.

배동산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정책기획국장은 <학교 비정규직 실태과 개선과제-노동존중이 교육이다>(2018)에서 학교비정규직 약 38만 명 중 무기계약을 제외하면 약 26만 명이라고 봤다. 학교비정규직 중 무기계약직이 절반도 안 되는 셈이다.  

다만 무기계약직이 대부분인 직군이 있다. 학교회계로 운영되는 직원이라는 의미에서 '학교회계직'으로 불려온 교육공무직이다. 교육공무직의 경우 14만 682명(2017년 4월)인데 이 중 무기계약직이 83.7%(11만 7,682명)이다. 그동안 정부 또는 교육청의 학교비정규직 관련 대책의 주요 대상이 교육공무직군이었기 때문이다.

학교비정규직 노동조합의 연합체인 전국비정규직연대회의(이하 연대회의)의 노조원도 대부분 무기계약직이다. 따라서 연대회의가 주최한 학교비정규직 총파업이 "무기계약직 파업"이라는 청와대 관계자의 발언은 틀리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3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 모여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3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 모여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 공무원과 같은 대우 요구?

연대회의 요구는 공무원이 아닌 ‘교육공무직’ 신설이다. 법적 체계가 없어서 같은 일을 하더라도 직종, 호칭, 임금 체계 등이 제각각이고 임금과 처우 등이 달라서다. 현재 인천을 제외한 16개 교육청에서 학교비정규직의 명칭을 조례를 통해 교육공무직원으로 정하고 있으나 법률적 근거는 없다. 따라서 초·중등교육법 개정을 통해  ‘교육공무직’이라는 체계를 만들어 학교비정규직의 지위와 역할을 법률로 정해달라는 것이다.

또한 연대회의는 공무원 임금의 80% 수준으로 높이는 공정임금제를 요구하고 있다. 공정임금제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사항이자 국정과제이기도 하다. 한국사회에서 대기업-중소기업 간, 정규직-비정규직 간, 대졸-고졸 간의 지나친 임금격차(중소기업 61.4%, 비정규직 53.5%)를 80% 수준으로 축소시키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연대회의는 전 직종 기본급을 6.24%로 인상하고 근속수당과 복리후생비 등에서 정규직과 격차를 줄여나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연대회의에 따르면 학교비정규직의 임금은 공무원 최하위 직급의 60~70%에 불과하다. 공무원과 똑같은 대우가 아닌 80% 수준으로 처우를 개선해달라는 것이다. 이는 부당한 차별을 줄이고 불가피한 차이를 인정하기 위한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전교생 앞에 영상으로 소개된 내 직종은 존재하지도 않는 ‘유치원실무원’이었다. 비정규직이기에 가장 마지막에 소개를 받았다. 행여나 아이가 엄마가 비정규직인 것을 알고 상처를 받으면 어쩌나.. 유치원실무원이 뭔지 물어보면 어쩌나... 괜히 이 곳으로 내신을 냈나 온갖 걱정이 들었지만 다행스럽게도 아직 3학년인 아이와 아이의 친구들은 나를 그저 병설유치원의 선생님으로 차별 없이 받아들여주었다.”

- 나아름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대전지부 유치원방과후과정전담사 

학교 내 차별 실태를 담은 <학교비정규직 수기응모전>에서 당선작으로 뽑힌 수기 중 일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