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고 싶다! 공장 가동하라!!
일하고 싶다! 공장 가동하라!!
  • 박석모 기자
  • 승인 2008.07.31 22:31
  • 수정 0000.00.00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건설기계노조 태형분회 조합원들 본사 사무실 점거
노조 현판식 이유로 3월부터 생산중단

7월 31일 오전 8시 40분. 서울 삼전동 소재 태형기업(대표이사 김재수) 사무실에 전국건설노동조합 경기도건설기계지부 태형분회(이하 태형분회) 조합원 13명이 들이닥쳤다. 이들은 오후 3시 현재 태형기업 사무실을 점거한 채 대표이사 회장과의 면담을 요구하고 있다.

태형기업은 레미콘, 아스콘 등을 생산하는 건설골재 전문 업체다. 태형분회 조합원들은 이중 레미콘을 생산하는 태형산업(사장 윤호중) 소속이며 태형기업은 계열사들의 본사다.

태형분회 조합원들의 요구는 “일하고 싶다. 공장을 가동하라”는 한 가지다. 이날 “지금까지 사장도 만나봤고 공장장도 만나봤다. 대표이사의 정확한 의중을 알기 위해 면담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에 따르면 “지금까지 계속 면담을 요구했지만 (대표이사는) 한 번도 만나지 못했고 전화통화도 못했다”는 것.

오후 3시 10분경, 지역을 관할하는 지구대에서 경찰이 출동했다. “사무실 직원들의 신고를 받고 나왔다. 사무실에서 나가지 않으면 ‘퇴거불응죄’가 성립하며 강제로 집행할 수 있다”며 사무실 점거를 풀라고 엄포를 놓았다.

하지만 조합원들은 “회사에서 우리를 시궁창으로 몰아넣었다. 퇴거불응죄에 걸리더라도 대표자 얼굴을 보기 전에는 한 발짝도 나갈 수 없다” 강경하게 버텨 긴장감이 흐르는 가운데 점거는 계속되고 있다.

▲ 태형분회 조합원들이 7월 31일 태형기업 사무실을 점거한 채 대표이사 면담을 요구하고 있다.  ⓒ 이현석 기자

현판식 했다고 생산 중단

태형분회는 지난 2006년 3월 노조를 설립한 이후 임금교섭 등 활동을 하다 2008년 3월 20일 태형분회 사무실 현판식을 진행했다. 당일 저녁 공장장(이수범)이 현판을 탈취하려는 것을 분회장이 발견하고 되찾아왔다. 다음 날인 3월 21일 오전에 공장장이 재차 현판을 탈취하려다 태형분회 조합원들과 실랑이가 있었다. 당일 오후 공장장은 “당신들과 같이 일할 수 없다”며 일방적으로 생산을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그 이후 7월 31일 현재까지 태형분회는 133일째 생산 재개를 요구하며 농성 중이다. 농성이 한창 진행 중이던 지난 7월 11일에는 태형산업에서 고용한 것으로 보이는 용역업체 직원들이 농성하고 있던 조합원들을 폭행한 후 분회 사무실에서 내쫓았다. 현재 태형분회는 회사 입구에 천막을 치고 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사무실을 점거한 정이재 조합원(58)은 “회사는 노조에서 탈퇴하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탈퇴하면 한두 명씩 해고하겠다는 수순 아니겠느냐”며 “대표이사를 만나 담판을 지으려고 왔다. 대표이사도 사장이나 공장장과 생각이 같은지 직접 들어보고 어떻게 할 것인지 따지려 한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경찰이 출동한 오후 3시 현재 대표이사는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 조합원들은 “열흘이고 한 달이고 대표이사를 만나고 가겠다”는 굳은 뜻을 내비쳤다.

▲ 사무실 직원의 신고를 받은 경찰이 출동해 해산을 종용하고 있다.                   ⓒ 이현석 기자 hslee@laborplus.co.kr

한편 태형분회는 지난 2007년 20여 차례에 걸친 교섭을 통해 1회전 당 2,600원의 임금을 인상하기로 태형산업과 합의했다. 2007년 7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는 1,300원을 인상하고 2008년 1월 1일부터 2,600원을 인상하되 2007년에 미지급된 1,300원을 소급해서 지급하기로 잠정합의안을 도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조합원들에 따르면 이 합의안은 현재 지켜지지 않고 있다.

태형분회 이용석 조직차장은 “지난해 맺은 잠정합의안을 이행하고 공장을 가동해 조합원을 원직복직시키라”며 “사측이 조합원의 요구에 폭력과 무시로 대응하는 것을 그만두고 성실교섭에 임할 때까지 점거를 유지하고 강도 높은 투쟁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