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노조, “하청노동자 조직화로 원·하청 공동교섭 이룰 것”
현대중공업노조, “하청노동자 조직화로 원·하청 공동교섭 이룰 것”
  • 이동희 기자
  • 승인 2019.07.18 18:55
  • 수정 2019.07.18 18: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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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원·하청 공동 총회-총투표 마무리 지어… 오는 25일 노조 창립기념식도 함께
2019년 하청노동자 요구안 찬반투표 결과 공고. ⓒ 금속노조
2019년 하청노동자 요구안 찬반투표 결과 공고. ⓒ 금속노조

2,209명의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가 참여한 하청노동자 요구안이 100%에 가까운 99.05% 높은 찬성률로 통과됐다. 이번 투표결과는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와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의 ‘원·하청 공동 총회-총투표’의 결과로, 현재 현대중공업 정규직노조와 사내하청노조는 원·하청 공동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지부장 박근태, 이하 현대중공업지부)는 2019년 임단협 쟁의행위 조합원 찬반투표가 진행되는 지난 15일부터 17일까지 3일간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지회장 이성호, 이하 사내하청지회)의 하청노동자 요구안 찬반투표와 해고자 역사바로세우기 찬반투표를 동시에 진행했다.

하청노동자 요구안은 현대중공업 정규직 노동자와 사내하청 노동자가 함께 논의해서 만든 요구안으로, 하청노동자 요구안 찬반투표는 사내하청지회 가입 여부와 상관없이 현대중공업 소속 하청노동자 전체를 대상으로 실시됐다.

요구안에는 ▲하청노동자 임금 25% 인상 ▲정규직과 동일한 학자금, 명절귀향비, 휴가비, 성과금 지급 ▲정규직과 동일한 유급 휴가 및 휴일 실시 ▲불법 무급휴업 중단 및 휴업수당 지급 ▲일당제 8시간 1공수, 퇴직금·연차 적용 ▲연장·야간·휴일 가산수당 똑바로 지급 등 6개 내용이 담겼다.

투표결과, 2,209명의 하청노동자들이 투표에 참여했으며 이중 2,188명(99.05%, 반대 12표, 무효 9표)이 찬성표를 던져 요구안이 높은 찬성률로 통과됐다.

같은 날 진행된 2019년 임단협 쟁의행위 조합원 찬반투표(현대중공업지부 조합원 대상)는 86.98% 찬성률로 가결됐으며, 현대중공업지부와 사내하청지회 조합원 모두가 참여한 ‘해고자 역사바로세우기’ 안건 역시 73.86% 찬성을 받아 가결됐다.

해고자 역사바로세우기 안건은 지난 2002년 현대중공업노조 14대 집행부가 해고 당사자들과 사전 협의 없이 「해고자문제 정리를 위한 합의서」를 총회에 상정하고 통과시킨 것을 바로잡기 위해 상정한 안건으로, 현대중공업지부와 사내하청지회는 “노동조합 역사상 처음으로 원·하청 노동자들이 총회에 함께한 것은 의미 있는 일”이라며 높이 평가하고 있다.

박근태 현대중공업지부장은 이번 총회를 앞두고 “민주노조를 지향하고 법인분할 저지, 임시주총 무효 투쟁 등 앞으로 닥칠 더 큰 싸움을 위해서는 잘못된 것을 바로 잡고 더 많은 조합원들의 권익을 위해 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으며, 김형균 현대중공업지부 정책기획실장은 “이번 총회는 하청노동자들이 자신들의 요구안을 스스로 선택하고 당당히 함께했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8일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와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는 울산시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하청노동자 요구안 쟁취를 위해 원하청 공동 총회-총투표를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 금속노조
지난 8일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와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는 울산시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하청노동자 요구안 쟁취를 위해 원하청 공동 총회-총투표를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 금속노조

하청노동자 조직화에서 원·하청 공동교섭으로

현대중공업지부는 지난해 정규직노조와 사내하청노조가 하나가 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인 ‘1사1노조’를 마련한 뒤, 현재는 원·하청 공동교섭으로 나아가기 위한 과정을 밟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5월 31일 현대중공업 물적분할 안건이 임시 주주총회에서 통과되면서 원·하청 공동투쟁의 불씨는 더욱 커졌고, 이후 현대중공업지부와 사내하청지회가 함께 사내하청지회 가입을 독려하는 등 하청노동자 조직화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하청노동자가 2,000명 이상 조직될 시에는 현대중공업과 협력사들에게 집단교섭 요구서를 발송하는 등 원·하청 공동교섭 계획까지 밝혔다.

현재 현대중공업지부가 집중하고 있는 법인분할 반대와 주총 무효 투쟁은 장기적인 투쟁이 될 가능성이 높은데, 여기에 하청노동자까지 결합하면 노조가 파업 등 쟁의행위로 사측에 줄 수 있는 타격이 훨씬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김 정책기획실장은 “이제 남은 과제는 하청노동자 2,000명 이상을 노조에 가입시켜 원·하청 공동교섭으로 나아가는 일”이라며 “오는 25일에 있는 노조창립기념식 역시 원·하청이 함께할 예정이며, 이제 진짜 원·하청이 하나가 되어 공동 임단투에 나설 것”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