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택배 노동자도 日 불매운동 나선다
마트-택배 노동자도 日 불매운동 나선다
  • 정다솜 기자
  • 승인 2019.07.24 16:35
  • 수정 2019.07.25 00: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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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노조,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 3사 마트노동자들 일본제품 안내 거부"
택배노조, "일본 브랜드인 유니클로 배송 거부"
24일 오전 롯데마트 서울역점 앞에서 '마트노동자 일본제품 안내 거부 선언 기자회견'이 진행 중이다. ⓒ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24일 오전 롯데마트 서울역점 앞에서 '마트노동자 일본제품 안내 거부 선언 기자회견'이 진행 중이다. ⓒ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일본의 한국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로 촉발된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대형마트 노동자들과 택배 노동자들이 힘을 보태기로 했다. 마트 노동자들은 고객에게 일본제품 안내를 거부하고 택배 노동자들은 일본제품 배송을 거부하는 방식이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김기완 위원장, 이하 마트노조)은 24일 오전 10시 롯데마트 서울역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국의 마트 노동자들은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 3사에 매장 내 일본 제품 판매를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며 "앞으로 고객들에게 일본 제품을 안내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강규혁 서비스연맹 위원장은 "일본제품 안내 거부 선언은 대형마트 노동자들이 대기업 노동자로서 역할을 다하겠다는 의미"라며 "이들의 투쟁에 국민들은 박수와 지지를 보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롯데마트 원주점에서 주류 담당으로 일하고 있는 김형주 씨는 "일본의 경제보복 이후 일주일에 400여 개씩 나가던 일본산 아사히 맥주가 1/4 수준으로 판매량이 줄었다"며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얼마나 많은 국민이 분노하고 있는지 현장에서 절실히 느낄 수 있다"고 마트에서 불고 있는 일본 불매운동 분위기를 설명했다. 

홈플러스 영등포점에서 일하는 정미화 씨가 롯데마트 서울역점 앞에서 '#BoycottJapan' 손팻말을 들고 있다. ⓒ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홈플러스 영등포점에서 일하는 정미화 씨가 롯데마트 서울역점 앞에서 '#BoycottJapan' 손팻말을 들고 있다. ⓒ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홈플러스 영등포점 수산식품부 담당인 정미화 씨는 어제부터 일본 제품 안내를 거부하고 있다. 그에게 고객의 반응을 묻자 "고객들에게 일본 제품 안내를 하지 않는 이유를 설명하고 양해를 구했더니 불쾌해하거나 기분 나빠하는 분은 단 한 분도 안 계셨다"며 "저희 마트 노동자들은 독립운동을 하지는 못하더라도 독립운동을 하는 심정으로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함께하겠다"고 불매운동 동참 의지를 밝혔다.  

기자회견 전 김기완 마트노조 위원장을 만나 대형마트 노동자들의 일본제품 안내 보이콧 운동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 어떤지 들어봤다. 

일본제품 안내를 거부해도 마트 노동자들에게 불이익은 없나?

마트 노동자들도 국민의 한 사람이기에 일반 국민과 같은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현장에서 불이익을 받거나 문제될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을 때도 마트 노동자들은 추모리본을 달았고, 박근혜 퇴진 촛불운동이 벌어졌을 때도 배지를 부착했다. 마트 노동자들은 사회 문제에 대해서 의견을 활발하게 낸다. 노동조합은 그 의견들을 모아 표현하는 것이다. 자연스러운 일이다. 

일본 제품 안내 거부 방식은? 

예를 들어 지금 롯데마트 서울역점 같은 경우는 안에 유니클로 매장이 있다. 고객이 "유니클로 매장이 어디 있나요?"라고 물어보면 기본은 안내를 하지 않는 거다. 실제로 많은 고객이 구매하는 제품이 일본 것인지 모르는 경우도 많다. 그럴 때 마트 노동자들이 해당 제품은 일본 제품이라고 안내하는 것도 불매운동이 확산되는 데 도움이 될 거다. 물론 마트 현장마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마트 노동자 분들이 잘 판단해서 행동하실 거라고 생각한다. 

어제(23일) 저녁 마트노조는 대형마트 3사에 일본 상품 전체를 진열대에서 철수해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맞다. 우리는 불매운동에 힘을 실을 수 있는 방법을 계속 찾고 있다. 일본 불매 운동에 우리 국민들의 압도적 요구가 있는데 대형마트가 매출 등을 이유로 이러한 요구를 외면하는 태도는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어제 공문 보냈기 때문에 마트 측 입장은 아직까지 받은 바 없다. 

대형마트는 중소마트와 달리 거래사와의 관계, 법령 위반 소지 등 현실적 어려움도 있다고 한다.

당연히 어려움이 있을 거다. 그렇지만 입장을 정한다면 방법은 다 찾을 수 있다고 본다. 양해를 구할 땐 양해를 구하면 된다. 일본 제품을 프로모션하지 않거나 진열대에서 일본 제품을 철수할 준비를 다 할 수 있는 역량이 있다고 본다. 

일본 제품을 불매하면 국내 수입업체가 타격받는다는 의견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럴 수 있겠지만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는 일제강점기에 강제징용 노동자들을 무참하게 끌고 가고 강제노역을 시킨 것에 대해서 사죄하고 배상하라는 법적 판결을 인정하지 않는 노골적인 보복 조치다. 이 인식이 먼저다. 백여 년 전에도 그렇게 당했는데 지금도 이렇게 압력에 굴복할 수 없다는 마음이 우리 국민들 사이에 공유되고 있다. 이런 마음에 온 국민이 동참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우리도 노동자다. 일제강점기에 우리가 노동자로 살고 있었다면 강제로 일본에 끌려갔을 거다. 그런 심정으로 우리 마트 노동자들이 할 수 있는 일들을 최선을 다해서 찾고 있는 중이다.

24일 롯데마트 서울역점 관계자가 "23일 마트노조가 대형마트 3사에 일본상품 전체를 진열대에서 철수해달라는 공문을 보낸 것으로 안다"며 "어제 저녁부터 위에서 2줄 모두를 차지하던 일본맥주 수량을 대폭으로 줄였다"고 밝혔다. ⓒ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24일 롯데마트 서울역점 관계자가 "23일 마트노조가 대형마트 3사에 일본상품 전체를 진열대에서 철수해달라는 공문을 보낸 것으로 안다"며 "어제 저녁부터 위에서 2줄 모두를 차지하던 일본맥주 수량을 대폭으로 줄였다"고 밝혔다. ⓒ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같은 날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택배노동조합(김태완 위원장, 이하 택배노조)은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일본 SPA 브랜드인 유니클로 배송을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택배노조는 "유니클로는 디자인에 전범기인 욱일기를 지속해서 사용해 온 대표적인 일본기업"이라면서 "우리도 아베 정권의 경제보복 행위를 규탄하며 유니클로 배송거부 등 범국민적 반일 물결에 동참하겠다"고 선언했다. 택배노조는 유니클로 배송거부 인증사진을 찍어 교환하는 운동을 벌이는 한편 조합원의 택배 차량에 일본의 경제보복 행위를 규탄하는 스티커를 붙이고 다니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