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엔 천천히 가도 될까요?"
"비 오는 날엔 천천히 가도 될까요?"
  • 손광모 기자
  • 승인 2019.07.25 20:45
  • 수정 2019.07.25 20: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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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폭우에 배달노동자들 위험 노출 … 안전배달료 도입 요구
ⓒ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더운 여름날 비까지 추적추적 내리면 아무래도 밖에 나가기가 싫다. 주린 배는 밥을 찾는데 이럴 때 생각나는 게 배달음식이다. 우리는 편하게 배달음식을 시켜먹는다. 하지만 배달노동자는 폭염과 폭우 그리고 밀려드는 주문을 처리하다가 사고의 위험에 그대로 노출된다. 라이더유니온이 안전배달료를 요구하는 배경이다.

25일 오후 2시 광화문 앞에서 라이더유니온(위원장 박정훈)은 ‘폭염에 폭우까지. 라이더가 위험하다“라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폭염 속 배달노동자의 처지를 생생하게 전달해주기 위해서 실제 배달노동자들의 근무 복장을 그대로 착용하고 나왔다. 두꺼운 헬멧과 조끼, 콜(배달주문)을 받을 수 있는 전자기기까지 모두 장착했다.

발언하는 박정훈 위원장(가운데). 배달노동 시 근무복장을 하고 있다. ⓒ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발언하는 박정훈 위원장(가운데). 배달노동 시 근무복장을 하고 있다. ⓒ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박 위원장은 “콜을 받는 전자기기는 오토바이에 붙이기만 하면 충전이 가능하다. 하지만 사람을 충전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한 고민은 얼마나 했는지 따져봐야 한다”며, “아스팔트 온도를 측정하고 있는데 42도였다. 열기가 올라와 헬멧 속은 증기로 42도가 넘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최저임금 수준을 맞추기 위해서는 6~7개의 배달을 해야 한다”고 배달노동자의 실태를 증언했다.

라이더유니온은 노동부의 형식적인 폭염 방지 대책도 비판했다. 박 위원장은 “고용노동부가 말하는 온열질환 방지법은 ‘물 많이 마셔라’, ‘그늘에서 자주 쉬어라’다. 물 많이 마시라는 당연한 얘기로는 해결이 되지 않는다”면서, “배달 한 건당 4~5천 원 수준을 보장해 한 시간에 3~4건 배달만 해도 최저임금을 넘길 수 있는 노동조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최승현 노무사(노무법인 삶)는 고용노동부의 폭염 대비 가이드라인이 건설현장에 맞춰져 있어 야외에서 근무하는 노동자의 각기 다른 실태와 적합하지 않은 점을 꼬집었다. 고용노동부가 올해 작업장 내 폭염 경보 수준을 변경하면서 작업 중지 기준이 35도에서 38도로 해석이 가능해졌다는 것도 지적했다.

최 노무사는 “온열질환 때문에 죽지 않으려면, 많은 노동자들이 작업중지권 사용할 수 있어야 하고, 사용자도 작업중지권을 써야한다”며, “노동부가 가이드라인이라고 지침을 냈는데 이것이 제대로 지켜졌는지 점검하지 않는다. 올해는 꼭 점검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발언하는 고은영 대책위원장(왼쪽에서 두번째)ⓒ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발언하는 고은영 대책위원장(왼쪽에서 두번째)ⓒ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이날 기자회견에 함께한 고은영 녹색당 미세먼지 기후변화 대책위원장은 “우리나라 정부는 2006년부터 폭염 대책을 내놓았지만 14년 동안 노동자를 위한 법적 대책이 없었다”면서, “사람의 몸을 기후위기에 맞추라는 뜻이다. 노동을 간과하는 정치의 모습이다. 기후 위기 속에서 그 누구도 당사자가 아닌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