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희의 노크노크] ‘일방적 매각, 일방적 달래기’ 그 후
[이동희의 노크노크] ‘일방적 매각, 일방적 달래기’ 그 후
  • 이동희 기자
  • 승인 2019.07.26 20:34
  • 수정 2019.07.26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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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희의 노크노크] 기자의 일은 두드리는 일
이동희 기자 dhlee@laborplus.co.kr
이동희 기자 dhlee@laborplus.co.kr

지난 6월 3일 작성한 칼럼 ‘[이동희의 노크노크] 일방적 매각, 일방적 달래기’가 온라인 홈페이지에 게재된 후 정말 감사하게도 독자들에게 메일을 많이 받았다. 그 칼럼은 지난 5월 31일 현대중공업 물적분할이 임시 주주총회에서 통과된 이후 기자 개인의 단상을 적은 글이었다.

개인적으로 독자에게 직접 메일을 받는 일이 굉장히 드물었기 때문에 메일함에 이름 모를 수신자로부터 온 메일이 쌓여갈 때도 당연히 스팸메일이겠거니 생각했다. 그런데 웬걸. 독자들이 보낸 거였다. 칼럼을 보고 메일을 보낸다며 자신을 현대중공업에 근무하는 직원이라고 밝힌 한 독자는 “지난주 한마음회관 점거 파업으로 몸도 마음도 힘든 한주였다”는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기도 했다.

괜히 마음이 따끔했다. 물적분할을 막기 위해 주총 일주일 전부터 점거농성에 들어간 현대중공업 노조와 조합원들을 두고 어떤 기사들이 올라왔는지 봤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주총 당일 서울에 일정이 있어 울산에 가지 못한 게 계속 마음에 걸렸었는데 메일을 받고 역시 갔어야 했다고 후회했다. 그날 현장을 직접 봤어야 했는데, 이 사람들을 직접 가서 만났어야 했는데.

조선소를 처음 방문했을 때가 생각난다. 짧은 기자경력에도 자랑할 만한 경험이 몇 가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조선소를 다녀온 일이다. 울산 현대중공업 세 번, 거제 대우조선해양 두 번, 통영 성동조선해양 한 번, 이렇게 총 여섯 번을 다녀왔으니 기자 일을 시작하고 반년에 한 번꼴로 조선소를 방문한 셈이다. 처음으로 방문했던 조선소는 거제에 위치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낮선 풍경과 낯선 소음이 주는 무언가에 들떠있었던 것 같다. 조선소의 상징인 크레인을 올려다보다가 고개를 아래로 내리자 한쪽에 정렬된 오토바이들이 보였다. 오토바이가 이렇게 많은데 여기 사람들은 자기 오토바이를 어떻게 찾는 거지? 다소 엉뚱한 생각을 하다가 작업 시작 전 동그랗게 둘러서서 체조를 하는 모습을 보고는 학교 체육시간이 떠오르기도 했다.

어느 정도 배의 형태를 갖춘 선박 옆에 섰을 때는 입이 떡 벌어졌다. 이 모습을 본 노조 간부가 이 정도는 그렇게 큰 배도 아니라며 웃었다. 그 웃음 한편에는 배를 만드는 노동자 특유의 자부심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고 동시에 그의 왼쪽 가슴에 달려 있는 까만색 근조리본에 눈이 갔다. 인터뷰가 있었던 당일 거제에 도착하자마자 작업 중이었던 하청 노동자 한 명이 목숨을 잃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일터. 지금까지도 조선소는 처음 방문했을 때 느꼈던 이미지 그대로 남아 있다.

주총 이후 한 달여가 흐른 지난 6월 28일, 민주노총전국 단위사업장 비상 대표자회의에서 현대중공업 노조 관계자를 만났다. 가장 궁금한 것부터 물었다. 결과적으로 주총을 막지 못했는데 조합원들의 사기가 떨어지지는 않았냐고, 현장 분위기는 어떠냐고. 답변이 돌아왔다. 사기가 떨어지기는커녕 집행부에서 조합원들을 달래야 할 정도로 주총 당일의 기세 그대로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