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의료 확대? 의료민영화 선봉장 될라
원격의료 확대? 의료민영화 선봉장 될라
  • 손광모 기자
  • 승인 2019.07.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부, 강원도에 ‘원격의료 실증특례’
효과 제대로 증명된 적 없는데 졸속 추진
ⓒ 보건의료노조
ⓒ 보건의료노조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원격의료 사업에 대해서 시민사회의 우려가 깊다. 논란 많은 원격의료 사업을 정부가 제대로 된 검증과정 없이 추진한다는 것이다.

29일 오전 10시 30분 광화문 정부청사 앞에서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이하 무상의료본부)와 의료민영화 저지 범국민운동본부(이하 의료민영화저지범국본)는 ‘규제자유특구 이용한 의료민영화 영리화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 23일 규제자유특구위원회(위원장 이낙연 국무총리)는 강원도를 비롯한 전국 7개 지역을 규제자유특구로 지정했다. 규제자유특구법은 다른 법에서 불허하는 사업도 ‘실증특례’로 허용해주고, 실증특례 결과에 따라 관련 법령을 개정해야 한다는 조항도 있다. 후보시절 문재인 대통령은 박근혜 정부가 ‘경제활성화법’의 일환으로 추진한 '규제프리존법'(현 규제자유특구법)을 ‘박근혜 적폐’라고 언급한 바 있다.

강원도는 의료정보를 활용한 건강관리서비스와 원격의료 등 바이오헬스 사업에 특화된 지역이다. 현행법상 ‘원격의료는 의료인 간 협진 시에만 가능하도록 제한’(의료법 제34조)돼 있지만 강원도에서는 원격의료사업을 벌일 수 있게 된 것이다.

원격의료 사업의 주요 내용은 1차 의료기관(소규모 병원, 의원급)에 한해서 △의사-환자 간의 모니터링 △상담교육 및 내원안내 △의사-환자 간 진단 처방을 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다만 원격의료의 대상은 강원도 격오지의 고혈압, 당뇨 등 재진 및 만성질환자로 한정하고, 원격 진단 및 처방은 간호사 입회하에서 가능하도록 제한했다.

원격의료 논란 많은데도 민간까지 확대추진?

의료민영화저지범국본은 원격의료의 효과가 제대로 연구된 적 없었음에도 정부가 실증특례를 통해 강행한다고 지적했다. 유철수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책실장은 “원격의료는 여러 차례 시범사업에서 한 번도 효과를 제대로 증명한 바 없다”며, “현재까지 원격진료는 대면진료에 비해 환자에게 도움 된다는 것이 입증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2010년에서 2013년까지 산업통상자원부는 355억 원을 투입해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벌였다. 그 결과 비만 등 대사증후군에 한해서 원격진료의 효과가 확인되었지만,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에 대해서는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다. 그러나 당시 산업통상자원부는 4편의 임상보고서 중 우월성이 나온 1편만을 선별적으로 보고해 비판을 받기도 했다.

2013년 11월 13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보도자료 내용. 연구보고서 4건 중 원격진료 유효성이 확인된 1건만 발표해 논란이 있었다.
2013년 11월 13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보도자료 내용. 연구보고서 4건 중 원격진료 유효성이 확인된 1건만 발표해 논란이 있었다.

2014~2015년 박근혜 정부에서 실시한 원격의료 1, 2차 시범사업도 졸속이라는 평가가 다수였다. 1차 시범사업은 원격의료 만족도 평가에 불과했고, 2차 시범사업도 진행기간이 3개월로 짧은 점, 표본이 적은 점이 문제가 됐다. 원격의료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조차도 지난해 3월 국회 질의시간에 “2018년~2019년 간 시범사업이 부실했다. 시범사업을 제대로 했으면 좋겠다. 원격의료의 장단점을 드러내서 취할건지 버릴건지 자세히 하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전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은 “현재 원격의료 사업이 지역 보건소를 중심으로 여러 군데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중앙에서 이를 통합해 원격의료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는 않다”며, “아직 정부에서도 원격의료에 대한 결론이 나지 않았는데, 이를 민간에 확대시키는 것은 잘못”이라고 밝혔다. 정부에서도 입장이 제대로 정리되지 않은 사안을 민간까지 무리하게 확대한다는 것이다.

또한, 전 정책국장은 “규제자유특구법상 실증특례 결과에 따라 관련 법령을 바꿔야 하는데, 보건복지부 담당자가 언론에 밝힌 바에 따르면 실증특례 참여 대상이 의원급 진료기관 3곳에 불과하다"며, “졸속으로 실증특례를 통과시키고, 규제 강도가 낮아지면 대형병원들이 사업에 뛰어 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수용 국무조정실 규제혁신기획부 사무관은 “1차 의료기관(의원급)을 원격의료 실증특례의 대상으로 삼은 건 정부 원칙”이라며, “실증특례 이후 제도개선과정에서도 당연히 검증 대상이었던 1차 의료기관을 한정해 적용된다. 대형병원에 규제를 풀어주기 위해서 실증특례를 진행하는 건 오해다. 정부의 원칙을 믿어 달라”고 반박했다.

격오지 만성질환자에게 원격의료가 필요하나?

원격의료 사업이 격오지 만성질환자에게 필요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부는 원격의료를 통해 격오지 만성질환자들의 건강권을 보장할 수 있다고 말하지만, 정작 격오지 만성질환자들에게 필요한 조처는 응급진료 체계라는 게 의료민영화저지범국본의 주장이다.

전 정책국장은 “현재 격오지에서는 응급상황이 발생해도 헬기나 배가 안 뜨면 속수무책”이라며, “현재 보건소가 있기에 만성질환자가 관리가 안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원격의료로는 신체적 진단이 안 되기 때문에 응급상황에서 대처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더불어 전 정책국장은 “격오지에 만성질환자는 대부분 어르신 분들이다. 스마트 기기에 친숙하지 않아 실제 사용에 곤란을 겪을 것”이라며, “원격진료보다는 방문 진료를 하고 전화 상담하는 게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들은 회견문에서 “정부가 안전과 효과, 비용효과성이 입증되지 않은 원격의료를 밀어붙이는 이유는 이것이 보건의료정책이 아니라 산업정책으로 추진되기 때문이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원격의료 담당부서라는 사실이 이를 단적으로 증명하고 있다”며, △박근혜 적폐 규제자유특구를 활용해 밀어붙이는 행정독재를 중단할 것 △졸속 검증으로 밀어붙이는 원격의료 중단할 것 △기업만 배불리는 의료민영화, 원격의료 추진 전면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