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둘러싼 문제, 수건 돌리기는 이제 그만
최저임금 둘러싼 문제, 수건 돌리기는 이제 그만
  • 박완순 기자
  • 승인 2019.08.02 14:27
  • 수정 2019.08.05 17: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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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제기되는 최저임금제도 문제와 최저임금 효과 문제
7월 10일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11차 전원회의 모습ⓒ 최은혜 기자 ehchoi@laborplus.co.kr
7월 10일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11차 전원회의 모습ⓒ 최은혜 기자 ehchoi@laborplus.co.kr

2020년도 최저임금 시급 기준 8,590원(월 환산액 179만 5,310원)은 아직 출생신고 전이다. 최저임금위원회에서 결정된 최저임금이 법적 효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최종적으로 고용노동부 장관의 확정 고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확정 고시 이전에는 이의제기도 가능하다. 전국 규모의 노사단체는 확정 고시일인 8월 5일 이전에 이의제기를 신청할 수 있다. 고용노동부 장관이 이의제기의 이유가 타당하다고 인정할 경우 최저임금위원회에 재심의를 요청할 수 있다.

한국노총은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안에 “절차상 위법성을 지니는 동시에 내용적으로도 최저임금 결정 기준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며 이의제기를 신청했다. 한국노총의 이의제기가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예상된다. 최저임금제도가 시행된 1988년 이후 노사 양쪽에서 24건의 이의제기가 있었지만 단 한 번도 수용된 적이 없기 때문이다.

한편, 최저임금위원회 사용자위원 9명은 1일에 “2020년도 최저임금은 현실적으로 불가피하게 기존 제도 하에서 결정됐지만, 2021년 적용 최저임금부터는 반드시 선 제도 개선 후에 논의를 해야 한다”며 제14차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 소집을 요청했다. 내년도 최저임금에 대해서는 받아들이겠지만 경영계가 요구해 온 제도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뜻이다. 사용자위원들은 논의 내용으로 최저임금 업종·규모별 구분적용, 외국인노동자 최저임금 적용 등을 제시했다.

이처럼 최저임금은 결정 전부터 결정이 끝난 후까지 여러 사회적 쟁점에 둘러싸인다. 이 쟁점은 크게 최저임금제도 자체의 문제점과 최저임금이 사회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둘러싼 갈등으로 나눌 수 있다. 일각에서는 이와 같은 사회적 논쟁을 연례행사로 치부해 버리는 경향도 있다. 그러나 연례행사처럼 돌아오는 문제 지점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발전적인 최저임금제도 정착과 정확한 최저임금 영향 분석이 가능하지 못하다는 시선도 다수이다.

최저임금제도를 둘러싼 문제는 결정방식에 대한 비판과 최저임금 산출 근거에 대한 비판이 핵심이다. ILO는 대한민국을 최저임금위원회가 사실상 위임된 최저임금 결정 권한을 보유하고 있는 사례로 분류한다. 이는 1986년 당시 최저임금위원회에 자문기능만 부여할 경우 최저임금이 정부 주도로 운영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를 반영한 결과다. 결국 노사합의라는 성숙한 노사관계로 최저임금을 결정하겠다는 의지가 투영된 것인데, 지금까지 최저임금 결정의 역사를 살펴보면 공익위원이 최저임금 결정의 가장 핵심적 역할을 맡고 있다.

그러나 공익위원은 고용노동부 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규정돼 있어 사실상 최저임금 수준은 정부안으로 결정된다는 비판을 면하기 힘들다. 공익위원들의 독립성·중립성·공정성·전문성 등을 갖춘 임명 방식이 필요하다는 지적으로 이어진다. 때문에 공익위원을 노사단체 혹은 국회 추천으로 임명하자는 구체적 방식이 제안되고 있다.

최저임금 산출 근거에 앞서, 최저임금 결정 기준은 최저임금법에 “노동자의 생계비, 유사 노동자의 임금, 노동생산성 및 소득분배율 등을 고려하여 정한다”고 나와 있다. 이 기준을 과학적 수식에 입각해 최저임금을 결정하면 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있다. 최저임금 객관적 산출 근거가 해마다 제각각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올해 최저임금 산출 근거를 보면 임금인상 전망치 3.8%, 소득분배 개선분 4.9%, 협상 배려분 1.2%, 최저임금 산입범위 조정에 따른 보전분1%를 모두 더해 10.9% 인상률이 나왔다. 이를 두고 여러 말들이 나왔는데, 소득분배 개선분의 기준이 중위임금에서 평균임금으로 바뀌었다는 지적, 협상 배려분의 산정 기준은 무엇이냐는 지적이 잇따랐다.

물론, 최저임금 결정이 노사의 사회정치적 합의에 따른 결과라는 측면에서 산출 방법을 수식화하는 것은 합의 과정을 간과하는 방향으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하지만 노사의 사회정치적 합의 과정의 기준이 되는 산출 근거 기준이 종잇장 뒤집듯이 바뀌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유효하다.

최저임금 인상이 끼치는 사회경제적 영향에 대해서도 긴밀한 연구가 필요한데, 노사가 최저임금을 두고 대척점에 서는 핵심 사안이기 때문이다. 경영계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고용률 악화와 경제 악화를 이야기하고, 노동계는 소득분배 개선과 양극화 해소를 주장한다.

올해 6월 한국노동연구원이 발행한 노동정책연구의 ‘최저임금 인상의 고용 및 임금효과(김태훈)’라는 연구 논문을 보면 최저임금 인상은 15~64세 인구의 전체 고용률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는 지역별 고용조사 2008~2018년 자료를 이용해 분석한 결과이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은 “2018년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끼친 영향을 분석한 연구결과가 지금까지 10편이 발표됐는데, 7편은 최저임금의 부정적 고용효과가 발견되지 않는다는 것이고 3편은 고용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라며 “OECD는 20년 전 선행 연구들을 종합하면서 이론적으로나 실증적으로나 최저임금의 고용효과에 대한 합의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결론지었다”라고 설명했다.

한국노총이 6월에 진행한 ‘최저임금 바로보자’ 토론회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끼치는 연구에 대한 논쟁이 많다”며 최저임금과 고용률의 반비례 그래프가 성립하는지 의문을 던졌다. 한편, “최저임금 인상이 소득분배를 개선하고 양극화를 완화한다는 연구는 다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이를 종합하면 최저임금 인상이 끼치는 사회경제적 악영향에 대한 실질적 합의는 전 세계적으로도 이뤄지지 않은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따라서 매년 반복되는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두고 노사가 갈등 아닌 갈등보다 실증적 연구에 노력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그렇다면 최저임금제도 문제와 최저임금 인상 효과 문제 어떻게 해야 할까. 허재준 한국노동연구원 고용정책연구본부장은 올해 4월에 발간한 국제노동브리프에서 ‘최저임금 결정절차의 신뢰성 증진을 위하여’라는 원고에 “인상률을 도출한 나름의 논거를 명시적으로 제시할 수 있는 사람이 전문가로 참여하고 그 논거의 타당성을 논쟁에 부치는 한편, 다음 연도 초에 고려한 변수(생산성 증가율과 물가상승률 등)들의 증가율이 예상과 다르게 실현되는 경우 다음 연도 최저임금 수준 도출 시 오차만큼을 반영하게 한다면 의사결정의 일관성을 확보하고 위원들의 의사결정 신중성을 증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또한, “이처럼 정부의 책무성을 증진시키고 위원들의 의사결정 신중성을 증진하는 장치를 둔다면 최저임금 결정과정에 대한 신뢰성은 지금보다 현저히 증진될 것”이라며 “이러한 과정에서 현재 4~6월의 90일에 집중된 심의기간이 부족하다면 좀 더 늘려도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심의기간을 늘리고 그 기간에 최저임금이 사회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진지한 토론도 이어져야한다는 뜻을 포함하고 있기도 하다.

최저임금법 제1조 목적에는 “근로자에 대하여 임금의 최저수준을 보장하여 근로자의 생활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꾀함으로써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돼 있다.

최저임금법의 목적에 따라, 매년 제기되는 최저임금제도 문제와 최저임금 인상의 사회경제적 영향문제를 연례행사로 치부하지 말고 좀 더 깊은 논의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지금까지 나온 최저임금을 둘러싼 지적과 연구 결과들을 늘어놓고 살피는 첫 단추부터 꿸 차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