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최저임금위원회 위원 사퇴, 무엇이 문제인가?
반복되는 최저임금위원회 위원 사퇴, 무엇이 문제인가?
  • 박완순 기자, 임동우 기자
  • 승인 2019.08.05 17:10
  • 수정 2019.08.05 17: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사회적 대화기구
갈등 당연하나... 대화 위해 논의 기간 확대 및 전문성 확보 필요
회의 시작 전 비어 있는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 ⓒ 박완순 기자 wspark@laborplus.co.kr
회의 시작 전 비어 있는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 ⓒ 박완순 기자 wspark@laborplus.co.kr

내년도 최저임금은 시급 기준 8,590원, 월 환산액 179만 5,310원이다. 5일자로 고용노동부 장관이 최저임금위원회가 제출한 최저임금안을 확정 고시한 결과이다. 최저임금위원회가 제출한 최저임금안은 사용자위원 제시안인데, 지난달 12일 전원회의에서 표결로 채택됐다. 표결 당시에 노동자위원 안은 8,880원, 사용자위원 안은 8,590원이었다. 표결 결과는 사용자위원 안이 15표, 노동자위원 안이 11표, 기권 1표였다.

지난달 15일 민주노총 추천 노동자위원 4명은 “올해 대비 2.87% 인상이 근거가 없고, 문재인 정부가 최저임금 1만 원이라는 사회적 합의와 대선 공약 파기를 선언했다”며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사퇴했다. 이틀 뒤 17일에는 한국노총 추천 노동자위원 5명 역시 전원 사퇴 입장을 밝혔다. 최저임금위원회 노동자위원 9명 모두 사퇴를 한 셈이다.

사퇴는 이전에도 있었다

최저임금위원회 위원 사퇴는 이전 최저임금위원회에서도 흔히 있었던 일이다. 2011년 노동자위원과 사용자위원, 2012년 노동자위원, 2016년 노동자위원, 2018년 노동자위원, 2019년 노동자위원과 공익위원이 해당 연도에 각각 사퇴한 적이 있다. 노·사·공익위원 모두 자신들의 입장이 수용되거나 합리적으로 반영되지 않은 것에 대한 정치적 행동으로 사퇴를 선택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노·사·공익위원들의 사퇴 시기는 최저임금 결정 전과 후로 나눌 수 있다. 대표적으로 2011년에는 노동자위원과 사용자위원이 최저임금수준을 놓고 갈등이 격화돼 동반 사퇴를 한 사례인데, 최저임금 표결에 사용자위원이 복귀해 최저임금 표결이 이뤄졌다.

2019년도 공익위원 사퇴는 역시 최저임금 결정 전 사퇴이다. 당시 정부가 최저임금 결정구조 이원화(구간설정위원회와 결정위원회) 논의를 부치면서 공익위원들이 사퇴를 표명했다. “새로 간판을 다는 게 낫다”는 입장 표명에서 해당 논의가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이뤄지지 않은 점에 대한 반발임을 알 수 있다.

2018년도, 2019년도 노동자위원의 사퇴는 최저임금 결정 후 사퇴다. 2018년도에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정기상여금 및 복리후생비 일부를 최저임금에 포함하는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정안’을 통과시킨 것에 실질임금수준을 악화시키는 것이라 반발하며 노동자위원 일부가 사퇴했다.

사퇴의 효력은 있다? 없다?

최저임금위원회의 위원들의 사퇴가 효과 있는 입장 표명 방식인지는 의문스럽다. 지금까지 최저임금위원회 각 위원들이 사퇴 의사를 표명했지만 위원들(노동자위원 9명, 사용자위원 9명, 공익위원 9명) 없이 당해 최저임금위원회가 시작한 적은 없다. 최저임금은 국민임금이라 불릴 정도로 최저임금 결정이 대한민국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커 한 쪽이 없는 상태에서 최저임금 논의 진행은 정치적 부담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또한, 최저임금법 상 의결을 할 때 노동자위원과 사용자위원 각 3분의 1 이상의 출석이 있어야 한다. 다만, 노동자위원이나 사용자위원이 2회 이상 출석요구를 받고도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의결이 가능하다. 노동자위원이든 사용자위원이든 9명 중 3명 이하 참석 혹은 불참이 이어진다면, 한 쪽을 배제한 채 의결 가능하다. 그렇기에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 중에 위원 사퇴가 있어도 다시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복귀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2011년에는 민주노총 추천 노동자위원들은 복귀하지 않고 사퇴한 사용자위원의 표결 복귀 저지 행동을 했다.

위원들의 사퇴보다 필요한 무엇과 어떻게

최저임금위원회 위원들이 사퇴를 하는 이유는 자신들의 주장이 반영되지 않는 회의 구조라는 불만의 정치적 행동이다. 바꿔 말하면 최저임금위원회는 최저임금수준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사회적 대화기구인데, 각각 위원들의 갈등만 첨예해질 뿐 갈등을 넘어선 합의 지렛대가 작용하고 있지 않다는 뜻이다.

사회적 대화기구의 성격을 지닌 만큼 의견 대립이 존재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갈등 자체만 공전해서는 안 되고, 한 발 더 나아갈 필요성을 최저임금위원회의 사퇴 역사에서 살필 수 있다.

‘사회적 대화’에서 ‘대화’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현재 최저임금위원회가 갖춰야 할 것들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사항이 있다. 첫째, 최저임금 효과에 대한 충분한 연구를 통한 풍부한 자료를 확보할 것, 둘째, 최저임금위원회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높일 것, 셋째, 최저임금 논의기간을 현 90일에서 더 늘릴 것과 현장 실태조사와 간담회를 늘릴 것 등이다. 이것들은 갈등이라는 과정을 겪고 사회적 대화라는 결과물을 내놓기 위한 기본적 전제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