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 아닌 주차장으로 출근하는 콜센터지부장의 사연은?
사무실 아닌 주차장으로 출근하는 콜센터지부장의 사연은?
  • 정다솜 기자
  • 승인 2019.08.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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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선 지부장, 17년 일한 사무실 떠나 세차 2달 차
"모욕감 주고 노조활동 위축시키는 노조탄압 명백"
​6일 오전 서울 고용노동청 앞에서 민주노총 서비스노조 콜센터지부가 '일본 기업 트랜스코스모스코리아 규탄 기자회견'을 진행 중이다. ⓒ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6일 오전 서울 고용노동청 앞에서 민주노총 서비스노조 콜센터지부가 '일본 기업 트랜스코스모스코리아 규탄 기자회견'을 진행 중이다. ⓒ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일본계 콜센터 전문 위탁업체인 트랜스코스모스코리아(TCK)의 노조위원장인 이윤선 콜센터지부장이 6일 서울 고용노동청 앞에 섰다. 자신을 향한 회사의 부당노동행위를 비판하고 이를 고용노동청에 고소하기 위해서다. 

민주노총 서비스일반노동조합 콜센터지부(지부장 이윤선)는 이날 오전 10시 서울 중구 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트랜스코스모스코리아는 이윤선 콜센터지부장에게 17년 사무관리직 경력을 무시하고 사무실조차 없는 세차장에서 세차 작업을 하도록 지시했다"며 "콜센터지부장이고 트랜스코스모스코리아 지회장인 이윤선에 대해 모욕감을 주고 노조활동을 위축시키는 노조 탄압임이 명백하다"고 비판했다. 

앞서 이윤선 지부장은 더불어민주당 이용득 의원이 주최한 콜센터 노동자 증언대회에 지난해 10월 참가해 상담사의 높은 이직률과 도급계약의 불법성 등 업계의 노동현실을 증언했다. 사측은 올해 이 지부장을 "회사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이유로 징계위원회에 회부했고 5월 21일 정직 1개월의 징계 처분을 내린 바 있다. 이 지부장은 1개월간 정직 징계를 받은 뒤 서울시내 공용주차장, 실외주차장, 주차타워 등을 돌아다니며 세차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조윤희 서비스연맹 법률원 노무사는 "이 지부장은 회사의 징계 처분이 부당하다고 판단하여 집회, 시위 등 계속적으로 정당한 조합활동을 했지만 트랜스코스모스코리아는 사무관리직인 이 지부장에게 갑자기 세차업무를 시키기 시작했다"며 "활발한 조합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노조활동을 탄압하기 위해 명백한 부당노동행위를 자행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 이후 서울 고용노동청에 고소장을 제출한 이윤선 지부장을 따로 만나 이야기를 더 들어봤다. 

- 왜 회사에서 세차 업무를 지시했다고 보는가? 

징계위원회가 열리기 전 기자회견 열고 매일 회사 앞에서 집회했다. 회사가 보기 싫었을 것이다. 그래서 징계위가 열리기 얼마 전에 집회를 못 하도록 양재로 발령받았다. 5월 중순이었다. 징계받기 며칠 전부터 지금까지 쭉 세차 업무를 하고 있다.

- 트랜스코스모스코리아에서 콜센터뿐 아니라 세차 위탁업무도 맡고 있는 건가? 

회사는 콜센터 서비스를 포함한 아웃소싱 전문기업이다. 그 중 승차공유(카셰어링) 브랜드의 세차 업무를 위탁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하는 일은 차에 청소 장비를 싣고 셰어링 차가 서 있는 주차장마다 돌아다니면서 세차를 한다. 

- 17년 동안 사무실에서 일했다. 세차 업무는 어떤가?

힘들다. 해보지 않은 일이라 몸에 무리가 간다. 더 문제는 더위다. 지하 주차장은 그나마 괜찮은데 노상 주차장, 예를 들어 사당역 공용주차장 같은 경우는 완전 땡볕 아래다. 요즘 같은 날씨에 직사광선을 맞으면서 세차하면 십 분만 움직여도 땀이 줄줄 흐른다. 또 주차타워 같은 경우는 세차할 공간이 부족해 차를 옥상까지 가져가서 세차한다. 옥상 온도를 측정해보면 예보보다 5°C 이상 높다. 바닥이 철판인 데다 햇볕도 강해서다. 밤이나 새벽에 일해야 하는 경우도 잦다. 낮에는 셰어링 카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저녁 9시쯤부터 다음날 새벽까지도 일한다. 그땐 오히려 시원하고 세차하기도 편하다. 

- 회사의 1개월 정직처분은 왜 "절차를 무시한 부당징계"로 보는 건가? 

징계하려면 권한 있는 사람이 징계 대상 노동자를 징계위원회에 회부해야 한다. 회사에서는 징계 회부 주체가 노사협의회였다. 그리고 이 노사협의회 위원들은 고충처리위원회를 겸직하고 있다. 노동법상 노사협의회의 근로자측 위원은 직원들이 직접 투표해서 선출하게 되어 있다. 그런데 회사가 절차를 무시하고 임의로 근로자측 위원들을 세워놨다. 근로자측 위원들이 고충처리위원도 겸직하면서 지난해 10월 국회 증언대회를 조사하고 징계위에 나를 회부했다. 그런데 이들은 노동자들이 직접 뽑은 노사협의회의 근로자측 위원이 아니기에 그럴 권한이 없다. 이 점은 얼마 전 회사가 '근로자측 위원 선출에 대해 지배개입을 했다'는 사실이 명확히 드러났고 고용노동부에 시정명령까지 받은 바 있다. 

- 기자회견에서 왜 트랜스코스모스코리아가 일본계 기업임을 강조했는지 궁금하다.

모두 그런 건 아니지만 SH공사 콜센터, 제주항공 콜센터 등은 같은 콜센터지부 소속이다. 이 두 군데는 교섭할 때 사측이 협조적이고 노조의 요구안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자세를 보인다. 그에 반해 트랜스코스모스코리아는 노조의 요구를 전면 부인하거나 안 된다는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 콜센터 중 일본계 기업이 하나밖에 없다. 회사가 노조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자체가 괘씸하고 일본계 기업이라서 더 괘씸한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