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멈춰선 물류, 반응은 달랐다
다시 멈춰선 물류, 반응은 달랐다
  • 장인성 기자
  • 승인 2008.08.05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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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계형 파업 … 국민 호응 이어져
실질 운임 인상 합의했지만 과제 여전

운수산업이 몸살을 앓고 있다. 6월 13일부터 시작된 화물연대의 파업은 1주일 동안 물류를 멈췄다. 화물연대에 이어 6월 16일 시작된 건설기계분과의 파업도 한 달을 넘긴 바 있다. ‘시민의 발’ 버스와 택시도 운행해봐야 적자만 쌓인다고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바퀴 산업’은 지금 어떤 모습인가? 무엇이 문제이고 어디로 나아갈 것인가? 온라인 <참여와혁신>이 운수산업의 고민을 들어봤다. 각 부문별로 <참여와혁신> 홈페이지를 통해 운수산업의 현재와 문제점, 해법 모색을 위한 고민을 싣는다.

이번에는 택시에 이어 두 번째로 화물운송을 중심으로 한 물류 부문을 다룬다.


ⓒ 이현석 기자 hslee@laborplus.co.kr

지난 6월 10일. 화물차주들은 ‘달리면 달릴수록 손해를 보는’ 현실에 총파업을 결의했다. 그들이 요구한 것은 ▲ 경유가격 상승 부담 축소 ▲ 화물차 공급 과잉으로 인한 수급 붕괴 개선 ▲ 화주의 불공정거래 행위 제한 ▲ 지입제, 다단계 하도급 체계 등 낙후된 제도 개선 ▲ 화물차주 최저생계 보장을 위한 운임제도 개선 등이었다.

화물연대는 총파업 찬반 투표를 실시했고, 투표 참가자 중 90%가 넘는 찬성률로 파업을 가결했다.

“조합원님들 힘내세요”

이번 파업은 6월 13일부터 19일까지 1주일 동안 진행됐다. 2003년에 경험했던 것처럼 이번 파업에서도 일부 언론들은 ‘화물연대 파업으로 인한 수출 손실액 OOO억 달러’, ‘비상’, ‘대란’, ‘고통 분담’, ‘경제도 어려운데’, ‘화물연대 파업으로 관련 산업 고사 위기’ 등을 헤드라인으로 뽑았다. 그리고 이에 따른 국민감정 악화와 정부의 강경한 대응, 화물연대 파업 철회라는 반복된 공식이 반복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이번 여름은 달랐다. 화물연대가 파업을 선언했을 때, 화물연대의 입장도, 기업의 태도도, 정부의 반응도, 언론의 보도 내용도 2003년과 변함이 없었다. 하지만 달라진 것이 하나 있었다. 바로 국민들이었다.

‘또 파업이야?’
‘국민들 생활에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 좀 자제해야지’
‘니들만 힘들어? 나도 힘들어!’

예전에는 대다수 국민들이 이런 반응을 보였다. 화물 노동자들이 자신의 고통을 이야기해도 여론은 달라지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이번 파업에는 국민들의 여론이 적극적인 관심을 보였다. 그것도 파업을 지지하는 관심이었다. ‘생계형 파업’이라는 말도 유행했다. ‘우리도 살자’는 절규에 국민들이 반응을 보인 것이다.

각종 인터넷, 포털 사이트 등에는 화물연대의 파업을 지지하는 글과 댓글이 확산되기 시작했다. ‘조합원님들 힘내세요’, ‘꼭 요구사항 쟁취하세요’라는 응원메시지가 줄을 이었다.


성과, 그리고 풀어야 할 과제

◆ 정부-화물연대 합의내용
1. 표준요율제 도입
ㆍ2008년 7월 총리실 산하 화물운임관리위원회 구성
ㆍ2008년 하반기 연구용역
ㆍ2009년 시범운영 및 법제화 시행
2. 직접비용 인하
ㆍ고속도로 통행료 심야할인 1~3종 화물자동차 확대적용
ㆍ7월 중 실시
3. 과잉공급조기해소
ㆍ화물차 감차 보상추진
ㆍ2008~2009년 1000억 원 지원
4. LNG 화물차 개조비용 지원
ㆍLNG 화물차 전환 비용 지원(대당 약 2000만 원)
ㆍ2008~2009년 : 500억 원(2500대)
5. 제도개선
ㆍ다단계 및 지입제등 전근대적인 물류체계 개선

이런 여론에 밀려 정부도, 화주인 대기업도 한발 물러서서 합의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 파업으로 화물연대는 ▲ 1~3종 화물차까지 고속도로통행료 심야할인 확대 적용 ▲ 화물차 감차 지원 ▲ LNG개조비용 지원 ▲ 표준요율제의 경우 2008년 7월 총리실 산하 화물운임관리위원회 구성 및 하반기 연구용역실시, ’09년 시범운영 및 법제화 시행 ▲ 다단계 및 지입제등 전근대적인 물류체계 개선을 정부와 합의했다.

비록 핵심적인 요구사항으로 내걸었던 표준요율제를 당장 적용하지는 못했지만, 한시적인 기한을 정해 제도를 시행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또 실질적인 운임의 인상을 가져왔다는 점에서 일정 부분의 성과를 거뒀다. 파업에 대해 정부도 부담을 느끼지만, 화물차주들도 ‘파업’에 부담을 느끼는 것을 생각한다면 이번 성과는 의미 있는 일이다.

‘국민’들의 지지는 그냥 얻어진 것은 아니다. 화물연대는 ‘쇠고기 정국’과 관련 미국산 쇠고기 운송 거부 및 하역 저지 투쟁이라는 ‘국민적인’ 이슈에 참여하면서 국민들의 신뢰를 쌓아왔다. 그리고 그 결과가 ‘국민들의 지지’로 나타난 것이다.

이번 파업은 화물연대와 화물운송사업에 커다란 과제를 남긴 채 마무리 됐다. 화물연대 박상현 법규부장은 “운임은 인상됐지만 표준요율제나 화물운송사업을 둘러싼 근본적인 문제는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았다”고 말한다. 이와 함께 “이번 파업에서 나타난 국민들의 반응을 앞으로 조합 활동의 힘으로 바꿔내야 한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