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사정사가 공공연맹에 가입한 이유는...
손해사정사가 공공연맹에 가입한 이유는...
  • 최은혜 기자
  • 승인 2019.08.06 13:31
  • 수정 2019.08.06 13: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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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인터뷰] 최원석 삼성화재애니카손해사정노조 위원장

손해사정이란 자동차 사고 시 발생한 차량, 재물 피해를 신속, 정확하게 처리하기 위해 필요한 업무를 말한다. 손해사정사는 자동차 사고가 발생하면 차량이나 재물과 관련한 보험금을 산정하는 일을 한다.

자동차보험은 1980년대 초반까지 ㈜한국자동차보험에서 운영하는 공보험이었다. 그러다 1983년, 민영화로 지금과 같은 시장을 이루게 됐다. 손해사정 업무 역시 공적 업무에서 민간의 업무로 바뀌게 된 것이다.

이러한 손해사정사가 지난해 7월 노동조합을 만들었다. 그것도 무노조 경영으로 유명한 삼성의 자동차보험회사인 삼성화재에서 노동조합을 만든 것이다. 지난 27일, 삼성화재애니카손해사정노조는 임시대의원대회를 열고 집행간부 및 대의원, 지부장 등을 1년 만에 구성했다.

3개 지부, 450여 명의 조합원을 이끌고 있는 최원석 삼성화재애니카손해사정노조 위원장과 미니인터뷰를 진행했다.

삼성화재애니카손해사정노조가 지난 27일 한국노총에서 임시대의원대회를 열고 집행 간부와 대의원, 지부장을 선출했다.ⓒ 공공연맹 삼성화재애니카손해사정노조
삼성화재애니카손해사정노조가 지난 27일 한국노총에서 임시대의원대회를 열고 집행 간부와 대의원, 지부장을 선출했다.
ⓒ 공공연맹 삼성화재애니카손해사정노조

- 상급단체가 한국노총 공공연맹이다. 공공기관이 아닌데 공공연맹이 상급단체라는 것이 의외다. 공공연맹을 상급단체로 선택한 이유가 있나?

손해사정이라는 업무 자체가 공정성을 담보로 한다. 보험금 산정에 있어서 적정보험금을 산정해야 하는데 때에 따라 공정성 시비가 있을 수 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여러 가지 유혹도 존재한다. 우리가 민간영역에서 일을 하지만 공정하고 공적인 일을 하다 보니 상급단체를 공공연맹으로 정했다.

또 공공연맹이 노조가 처음인 우리를 잘 가르쳐주고 상급단체로서 잘 이끌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 지난해 7월 4일 노조 설립필증을 받았다. 1년 전에 노조를 만들게 된 계기가 있나?

아시다시피 삼성은 무노조 경영을 하고 있다. 노조가 없다보니 취업규칙 변경이나 인사제도의 변경 시 불이익변경이 생길 수 있다. 삼성은 업무 평가가 굉장히 중요한데 이런 평가권을 쥔 사람이 취업규칙이나 인사제도 변경 내용을 설명하고 직원들의 서명을 받는다. 그래서 내용을 자세히 살피기도 어렵고 불의한 내용을 찾아도 항의하기 어렵다.

삼성은 노사협의회를 주기적으로 진행한다. 나 역시 15-16년도 노사협의회 회장을 맡았었다. 3개월에 한 번씩 노사협의회를 진행하는데 여기서 협의한 내용을 회사가 지키지 않아도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이 없다. 회사 대표가 바뀌거나 그룹 분위기가 바뀌면 협의한 내용을 잘 안 지킨다. 이런 구조에서 노사협의회에 대해 잘 알고 있으니 노조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됐다.

- 노조 간부를 구성하는데 1년이나 걸렸다.

투표는 지난 7월에 완료했다. 처음 노조를 만들었을 때 신분을 드러내고 노조 간부를 시작한 사람이 나까지 8명이다. 1년 동안 노조를 하고 있다고 드러낸 사람이 없었다. 회사 분위기가 아직 그렇다. 당연히 조합원들도 노조활동을 하고 있다는 걸 드러내면 불이익을 받을까봐 부담스러워한다.

노조 설립 6~8개월 차에 간부 선출을 위해 투표했다면, 노조 간부는 10명도 안 됐을 거다. 1년 동안 ‘노조를 해도 괜찮다’는 것을 설명하고 설득했다. 그렇게 해서 이번에 40여 명의 간부를 선출했다.

- 삼성에서 10번째로 만들어진 노조라고 주목을 받았다. 노조 설립 전과 후, 회사는 어떻게 달라졌나?

과거에는 일을 잘 못하면 인격적인 모독을 서슴없이 했다. 노조가 생기고 나서는 그런 부분이 많이 줄었다. 우리도 조합원들에 인격적인 모독을 하는 관리자에 대한 퇴출 의지를 적극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관련 제보도 열심히 받고 있다. 그런 부분에서 회사가 조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 앞으로 계획은 어떻게 되나?

회사가 그동안 노사협의회를 노조처럼 운영하다 보니 직원들, 특히 젊은 직원들이 노조와 노사협의회를 헷갈려 한다. 노사협의회가 조합비처럼 회비도 걷고 그러다 보니 노조와의 차이를 잘 못 느끼고 있다.

또 노조 설립 초반에는 600여 명에 달했던 조합원이 노사협의회의 노조 폄하 메일에 450여 명으로 줄었다. 이번에 집행 간부와 대의원, 지부장 선출을 완료했으니 내년 상반기까지는 조직화에 힘을 쏟기로 했다.

지금 1년째 교섭을 진행하고 있다. 32차까지 교섭을 진행했지만 사측이 인사권, 경영권을 이유로 교섭을 거부하고 있다. 단협을 체결해야 다음 계획을 세울 수 있을 것 같은데, 회사가 방어적 입장을 고수하면서 시간을 끌고 있어서... 이달 말에는 하나하나 풀어갈지 힘들더라도 쟁의를 통해 해결할지 결정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