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훈 국회의원, “변함없는 노동자 국회의원 되겠다”
김종훈 국회의원, “변함없는 노동자 국회의원 되겠다”
  • 김란영 기자
  • 승인 2019.08.07 10:32
  • 수정 2019.08.07 22:46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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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⑦ 노동계 출신 의원 연쇄 인터뷰 - 김종훈 민중당 국회의원
국회보다 아스팔트에서 보낸 시간 더 많아

노동계가 국회에 진출하는 이유

2016년 봄. 20대 총선이 있었다. 20대 총선에서 우리가 주목할만한 점은 노동계 출신 인사가 역대 최다 규모로 국회에 입성했다는 것이다. 노동계 출신 인사들은 매번 총선 때마다 국회 입성을 위한 문을 두드린다. 이유가 뭘까?

<참여와혁신>은 노동계가 국회의 문을 두드리는 이유에 대해 들어보고자 했다. 그래서 양대 노총의 각 산별대표자와 노동계 출신의 20대 국회의원을 찾아 질문을 던졌다. 기꺼이 취재에 응해준 노동계 인사와 국회의원에 감사를 전하며 다시 한 번 질문을 던져보고자 한다.

“노동계 출신 국회의원이 왜 필요한가요?”

김종훈 민중당 국회의원 ⓒ 김종훈 민중당 국회의원실
김종훈 민중당 국회의원 ⓒ 김종훈 민중당 국회의원실

“너희들이 지금은 노동자이니 해도 나중에 대학 졸업하면 우리 머리 위에서 군림할 것 아니냐?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학교 가서 공부나 해라!” 1990년 4월 현대중공업 골리앗 투쟁 현장. 한 노동자는 파업에 나온 대학생들에게 외쳤다. 자리에 있던 스물일곱 청년은 “저는 절대 그렇지 않겠습니다”라고 야무지게 되받아쳤다. 30년이 흐른 2019년. 여전히 그는 현대중공업 노동자들과 아스팔트 도로 위에서 함께 하고 있다. 김종훈 민중당 의원은 울산 동구를 지역구로 2016년 처음 국회에 입성했다. 민중당은 2017년 10월 15일 창당된 정당으로 국회의원은 김종훈 의원뿐이다(윤종오 전 의원도 민중당 소속이었으나, 선거법 위반 혐의가 대법원에서 확정돼 의원직을 상실했다). 김종훈 의원은 “지금까지도 노동자 형님들과 했던 약속을 지키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인터뷰는 서면으로 진행됐다.

Q. 언제부터 노동에 관심을 가졌나.

대학시절부터 민족문제나 노동문제에 관심이 많았다. 80년대 울산은 노동운동이 활발했던 지역이다. 골리앗 투쟁에도 참여했다. 그때 들었던 말이 아직도 가슴 속에 남아 있다. 나는 그 자리에서 “절대 그러지 않겠다”고 몇 번이고 대답했다. 투쟁 이후 구속됐었는데, 감옥을 나온 뒤에는 노동자 문화단체를 만들어서 노동운동, 지역운동을 줄곧 해왔다.

Q. 그러다 울산시의원으로 출마했다. 계기가 무엇인가?

87년 노동자 대투쟁 이후 노동자들의 요구가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96년 노동법 날치기 통과를 지켜보면서 노동운동의 한계를 느끼게 됐다. ‘우리를 위한 정치인이 한 명도 없구나’, ‘우리가 힘들 때 버팀목이 될 수 있는 국회의원이 한 명만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당시 노동운동 현장의 분위기가 그랬다. 97년 <국민승리 21> 이후 민주노동당 창당 때까지도 그 기세가 만만치 않았다. 시의원 출마는 그런 노동운동의 흐름 속에 있었다. 이전에는 정치에는 근처에도 얼씬거리지 말자고 생각했다.

Q. 이유가 궁금하다.

정치는 추하고 잘난 사람, 돈 많은 사람만의 호화스러운 잔치라 여겼다. 그런데 노동자들과 함께 그런 정치를 바꿔보자고 결심하게 된 것이다. 어려운 일이다. 아직도 성공하지 못한 것 같다. 그러니 그 도전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Q. 의정활동에 노동계 경력이 도움이 되던가.

뉴스나 인터넷만으로는 서민들의 삶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정치인의 기본은 공감이라고 생각한다. 어려운 사람들의 마음을 공감하지 못하면 제대로 된 법안을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행정도 마찬가지다. 나는 공장 굴뚝을 타며 현장에서 일했다. 그러면서 어려운 사람들의 권리를 찾기 위해 함께 싸웠다. 지역 주민들이 김종훈을 뽑아주신 이유도 김종훈의 그런 삶 때문이고, 노동자의 입장에서 국회의원, 구청장 역할을 해달라는 요구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노동계 경력이 국회의원 당선을 가져다 줬으니, 정치인으로서 가장 큰 도움을 받은 셈이다.

Q. 반면, 의정활동과 부딪히는 점은?

우리사회는 아직 노동자, 노동운동에 대한 편견이 많다. 노동조합을 적대시하는 정치권의 분위기도 있다. 노동계 출신 국회의원이라고 하면 강경하게 보기도 한다. 실제로 그런 사람이 전혀 아닌데도 말이다.

Q. 노동계에선 노동계 출신 국회의원들이 노동계에 힘을 실어주는 입법 활동을 기대한다. 이러한 기대에 부흥하고 있다고 보나.

노동자 국회의원으로 노동 관련 입법활동은 당연한 책무다. 대표 발의한 법안들도 대다수 노동문제와 관련이 있다. 하지만 국회에는 노동 현안에 관심이 있는 국회의원들이 많지 않다. 그래서 법안 발의도 어렵지만, 통과는 더더욱 어렵다. 이는 국회의원 한 사람만의 문제는 아니다. 국회의 구성만 봐도 국회가 누구의 이익을 반영하게 될지 추론할 수 있다. 우리 사회의 절대 다수는 노동자지만, 국회의원 대다수는 법조계 인사나 고위공무원, 재력가 출신이다.

스웨덴에서는 집권당 국회의원의 다수가 금속노조 위원장 출신이었다. 노동조합 가입률도 80%에 육박했다. 그 사회에서 왜 평범한 노동자들이 힘을 가질 수 있게 되는지 알 수 있었다.

Q. 20대 국회는 특히나 노동계 출신 국회의원들이 많았다. 이번 국회가 노동계 현안에 얼마나 관심을 기울였다고 생각하나?

문재인 정부가 노동을 존중하는 일자리 정부를 자임하면서 후반기 국회에서는 나름대로 기대가 컸다. 실제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약속이 있었고, 최저임금이 2년 연속 크게 올랐다. 그 외에도 주52시간 노동을 법제화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정부와 여당은 경제위기를 핑계로 노동정책을 꾸준하고 힘 있게 밀고 나가지 못하고 있다. 주52시간 노동을 무력화하는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연장이나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자회사화가 그 한계다. 이는 우리가 민중당을 만들고 계속해서 노동자 정치를 외치고 있는 이유기도 하다.

Q. 이번 의정활동을 돌아본다면?

국회에 앉아 있는 시간보다 아스팔트에 앉아 있던 시간이 더 많았던 것 같다. 울산 동구의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은 지난 3년 내내 조선산업 위기와 구조조정에 시달려왔다. 서울에 가니 큰 빌딩 사이사이에 노동자들의 농성장이 있었다.

어려운 분들이 많았는데 다 챙기지 못했다. 노동계 국회의원들이 많아지고, 국회도 노동자들이 무서운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진짜 노동존중 사회가 만들어진다. 그 시절이 오면 국회도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Q. 앞으로 계획은 어떠한가?

노동자들이 정치의 주인이 되려면 보다 적극적인 활동이 필요하다고 본다. 근본적으로는 분열된 진보정치를 다시 세워야 하고, 최근 조직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이해를 대변하는 새로운 노동자 정치세력화 추진에 대한 모색이 필요하다.

민중당은 그 과정에 함께 할 것이다. 최근에는 공동사용자 책임 도입과 최저소득제처럼 근본적인 개혁을 담은 노동정책을 제안했다. 노동계가 먼저 현안과 관련한 사회적 담론을 만들어가야 한다. 20대 국회가 1년도 채 남지 않았다. 남은 시간 동안 노동자들의 삶을 바꿀 수 있는 새로운 정책들이 토론되고 반영될 수 있도록 의정활동에 임하겠다.

김종훈 민중당 국회의원

울산광역시 동구 지역구 국회의원
現 제20대 국회 후반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
現 제20대 국회 후반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
前 울산광역시 동구 구청장
前 민주노동당 울산광역시 부위원장

前 울산광역시의회 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