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A생명보험지부, 고단한 업무 속에서 조합원 즐거움 찾기
AIA생명보험지부, 고단한 업무 속에서 조합원 즐거움 찾기
  • 강은영 기자
  • 승인 2019.08.08 08:45
  • 수정 2019.08.08 08: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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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원들의 행복 길라잡이

[리포트] AIA생명보험지부

일주일이라는 기간 동안 주말은 단 2일뿐. 회사에 나가야하는 날은 5일이나 된다. 그래서 우리는 이런 문구를 온라인이나 오프라인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워어어어얼화아아수우모옥금-퇼’ 출근하는 하루하루는 너무도 길고 시간이 가지 않는데, 주말은 눈 깜짝할 사이 지나가버린다는 것에 대한 아쉬운 표현이다.

그래서 짧은 주말을 보내고 한 주를 시작하는 월요일을 맞이하는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월요병’이 찾아오곤 한다. 늦잠도 자지 못 하고, 주말 동안 등져 있던 업무를 처리해야 하는 고단함. 반복되는 업무를 벗어나고 싶지만, 우리가 회사를 떠나지 못하는 이유가 딱 하나 있다. 바로 월급. 잠깐 스쳐지나가는 그 월급이 한 달을 버티게 하고, 일 년을 버티게 한다.

쏟아지는 업무 속에서 즐거움을 느끼기 쉽지 않지만, 조합원들이 회사 안에서 특별한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고민하고 행동에 나선 노동조합이 있다. 올 1월, 지부장으로 첫 행보를 시작한 황복연 AIA생명보험지부 지부장을 만나봤다.

ⓒ AIA지부
ⓒ AIA지부

인싸 중에 인싸, 현장에서 답을 찾다

이번에 AIA생명보험지부(이하 AIA지부)를 이끌어가게 된 황복연 지부장은 지난 2011년부터 노동조합에 몸 담아 활동해 왔다. 그는 노동조합에 들어가기 전 보험설계사나 매니저, 지점장 등을 상대로 상품에 대한 설명과 동기 부여 등 영업 활동에 필요한 강의를 했던 강사였다.

뿐만 아니라 그는 회사에서도 알아주는 인싸(인사이더, 각종 행사나 모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사람들과 잘 어울려 지내는 사람) 중에 인싸였다. 사람들과 어울리기 좋아하는 황 지부장은 사내 동호회 중 가장 큰 동호회 회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한 달에 한 권씩 책을 나눠 읽고, 토론회를 할 정도로 활발하게 운영되던 ‘책 동호회’는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면서 점차 회원 수가 증가하게 됐다. 사내 동호회 중 회원 수가 많았던 산악회를 누르고 당당하게 사내에서 가장 많은 회원 수를 보유한 동호회가 됐다.

황복연 지부장은 노동조합 활동을 시작하면서 강사 경험에 더해 어떻게 하면 사람들에게 더 좋은 내용의 강의를 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영업하는 분들도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 계약을 성사시키기 때문에 직원들과의 상담을 통해 상품판매에 도움을 주고 싶었다”며 NLP 자격증을 취득하게 됐다고 밝혔다.

NLP는 Neuro-Linguistic Program의 줄임말로 언어와 두뇌를 효과적으로 활용해 태도 변화와 행동 변화, 그리고 성취를 이루어내는 응용심리학을 말한다. 뇌와 관련된 분야들에 대해서 대화를 나눌 때 어떤 뉘앙스나 눈빛, 제스처가 더 효과적인지를 배운다.

황 지부장은 “처음 공부를 시작했을 때만 해도 ‘직장 내 괴롭힘’이라는 단어가 만연한 분위기는 아니었다”며 “정확한 단어로 지칭하지 않았지만, 관련해서 상담신청을 하는 이들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상담을 통해서 “많은 사람을 상대해야 하는 보험업계 특성상 일만으로 힘들어하는 게 아니라 사람들을 만나서 생기는 문제나 동료나 상사, 후배로 겪는 문제들이 많았다”고 밝혔다.

NLP 자격증을 취득한 후 조합원들과 상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는 것이 황 지부장의 설명이다. “토익이나 토플처럼 단순히 점수를 획득하기 위해 자격증을 딴 것이 아니라 어떻게 업무적으로 접목할 수 있을지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준비를 했다”며 “이전에 상담을 했던 것에 비해 솔루선을 제시할 때 직·간접적으로 도움이 많이 됐고, 스스로도 그 동안 힘든 과정들을 떠올리며 ‘이렇게 극복했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NLP 감정노동사관리사 자격증 취득을 강력 추천했다.

황복연 지부장이 지부를 이끌면서 가장 강조했던 것은 ‘조합원과의 소통’이다. 황 지부장은 “지난 6년간의 노동조합 활동을 하면서 느낀 것은 언제나 현장에 답이 있고, 사람에게 답이 있다는 사실”이었다며 “어떤 문제나 이슈가 있으면 조합원들이 궁금해 하는 것을 투명하게 소통해주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노동조합은 단지 임금 협상만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높아진 권위를 권력으로 휘두르는 게 아니라 조합원들에게 낮아질 수 있을 만큼 낮아져야 한다”면서 “강한 모습은 조합원들을 지키기 위해 회사 앞에서만 보여주면 된다”고 생각을 전했다.

독약과 같은 스트레스에서 해방을 느끼다

AIA지부는 오는 2020년 창립 30주년을 맞는다. 의미 있는 생일을 앞두고 황복연 지부장은 조합원들과 특별한 활동을 고민했다. 그 동안 창립기념일은 매번 있었지만 다수의 조합원들과 함께하는 행사를 가져본 적이 없기에 임기 첫 해이자 지부 30년차를 기념하는 마음으로 즐거운 행사를 해보자는 취지였다.

올해 AIA지부는 개그맨 윤형빈, 개그우먼 조승희와 함께 기획회의를 진행했다. 회의를 통해 나온 아이디어는 일명 ‘오피스 어택’. 개그 공연 행사를 일주일 앞두고 사무실에서 근무하고 있는 직원들을 찾아가 행사 참여를 위한 홍보를 진행하는 것이었다.

“책임지고 웃겨드립니다”라는 피켓을 직접 든 윤형빈은 본사를 각 층마다 돌아다니면서 적극적인 홍보 활동을 펼쳤다. 업무에 집중하고 있던 조합원은 갑자기 드리워진 그림자와 함께 눈앞에 피켓을 든 윤형빈이 서 있는 것을 보고 놀라움과 함께 웃음이 빵하고 터졌다.

황복연 지부장은 “행사 당일에 참여할 수 있는 조합원들도 있겠지만, 그렇지 못한 조합원들을 위한 색다른 활동을 고민했다”며 “사무실에서 연예인과 함께 사진도 찍고 그 사진을 SNS에 올려 자랑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4월 10일 창립기념일에는 조합원들과 함께 개그맨 윤형빈, 김지호 등이 참여하는 <윤형빈소극장>을 찾아 개그공연을 관람했다. AIA지부는 다양한 공연들 중 왜 개그공연을 선택한 것일까.

황 지부장은 “일을 하다보면 밤샘근무를 할 수도 있고 무더위와 혹한 속에서도 야외 업무를 하는 상황 속에서 독약과 같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럼에도 일을 하게 되는 이유는 월급을 받는다는 사실 때문”이라며 “회사의 성장을 위해 고생하는 이들에게 아무 생각 없이 실컷 웃을 수 있는 자리를 고민하다 보니 개그공연을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고민의 결실이었을까. ‘오피스어택’과 ‘개그공연’은 성공적이었다. 이번 행사를 통해 얻은 작은 변화도 있었다. 황복연 지부장은 “노동조합을 7년 동안 했지만 그동안 한 번도 말을 하지 않고 데면데면한 조합원들이 있었다”며 “이번 행사를 계기로 즐거웠다고 말하며 인사를 먼저 건네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고 뿌듯함을 전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노동조합을 통해서 조합원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기획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행사를 통해 일과 가정에 집중해야 했던 조합원들이 그 시간 동안 실컷 웃고 떠들 수 있었다는 사실이 가장 큰 성과”라고 자평했다.

첫 번째 도전이 성공적이었던 것만큼 다음 행사를 기획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도 클 테지만, 이에 대해 황복연 지부장의 재치있는 답변을 내놨다. “한국은 수없이 많은 유튜버들이 어마어마한 콘텐츠를 만들어낼 정도로 콘텐츠 왕국”이라며 “노동조합이 그걸 모두 따라갈 수 없겠지만, 조합원들을 위해 이전에 했던 것들 말고도 더 큰 즐거움을 줄 수 있을만한 콘텐츠를 고민해보겠다”고 전했다.

황복연 AIA생명보험지부 지부장
황복연 AIA생명보험지부 지부장

조합원 행복 찾기, 노동조합의 또 다른 방향성

돈을 쓰면서도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일이 있다. 바로 취미다. 자신이 진짜 좋아하는 일은 내 돈이 나가는 일임에도 즐겁다. 회사는 어떨까. 돈을 쓰는 게 아니라 버는 일임에도 “회사가기 싫어”를 외치는 이들이 많다.

황복연 지부장은 “조합원들의 스펙트럼이 넓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을 만족하기는 쉽지 않다”면서도 “공통분모를 찾아 우리가 모였을 때 다들 즐거워하고 좋아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그에 대한 활동 중 하나가 지부 사무실에 조합원들을 위한 아이스크림을 제공하는 것이다. 무더운 여름을 피하기 위해 잠시 동안 시원함과 달콤함을 주기 위한 방편이다. 황 지부장은 “지부장이라는 자리는 3년이라는 기간제로 임시로 머무를 뿐이지만 노동조합 사무실은 조합원들의 소유”라며 “이 공간 속에서 힐링을 느끼고 스트레스로부터 해소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노동조합을 찾아오는 문턱이 높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조합원들이 많이 찾아오지 못 해 마음의 문턱만이 존재할 뿐 실제로 문턱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조합원들을 위한 첫 번째 행사를 무사히 치른 황복연 지부장은 다음 행사도 구상 중에 있다. 다른 노조가 했던 프로그램을 모방해 ‘쿠킹박스’를 진행하는 것이다. 쿠킹박스는 전문가의 노하우를 담은 레시피와 함게 정량으로 손질된 식재료가 담겨 있어 간단한 조리 과정만 거치면 레스토랑에서 먹는 것과 비슷한 요리를 즐길 수 있다.

매년 노동조합에서는 연극이나 영화관람, 가족 역사기행 등 다양한 문화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본인이 싱글이기 때문에 또는 가족이나 배우자가 회사에서 진행하는 행사를 참여하는 것을 꺼려하는 경우도 있다.

황 지부장은 “노동조합에서 진행하는 문화행사에 참석을 못 하거나 앞으로도 나갈 예정이 없는 노동조합 사각지대에 위치한 사람들에게 혼자 또는 가족과 함께 특별한 식사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고자 계획했다”고 설명했다.

황복연 지부장은 조합원들이 노동조합을 통해 행복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이다. “조합원들이 재미를 넘어 행복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좋은 평가에 대한 보상이나 승진하는 것 등 일적인 행복을 얻을 수 있지만 즐거움을 얻기는 쉽지 않다”며 “일을 하는 것에는 다양한 이유들이 존재하지만 회사에서 상처를 받을 수도 격려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합원들을 비롯해 직원들이 노동조합을 통해서 ‘사람 사는 아름다운 세상’을 느꼈으면 좋겠다”며 “이를 통해 노동조합이 있어서 든든하고 신뢰를 받는 곳으로 거듭나고 싶은 것이 최종 꿈”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