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GS25 파트타이머 장용순씨, 50대 ‘신(新)중년’의 홀로서기
[인터뷰] GS25 파트타이머 장용순씨, 50대 ‘신(新)중년’의 홀로서기
  • 임동우 기자
  • 승인 2019.08.08 08:43
  • 수정 2019.08.08 08: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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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
지금 이 자리에서 미래를 꿈꿀 수 있게…”

[리포트] 마지막 30년을 준비하는 사람들 ①

‘100세에 저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좋은 날 좋은 시에 간다고 전해라’

- 가수 이애란의 <백세인생> 중

TV를 켜면 심심찮게 들려오던 이 노래. ‘백세인생’이다. 가끔 허기진 배를 채우려 동네 패스트푸드점에 갔을 때, 머리가 센 노인이 유니폼을 갖춰 입고 테이블을 닦는 모습을 본 적 있다. 그 당시 풍경은 내게 신선하게 다가왔다. 노인의 사회·경제적 활동에 대한 인식은 과거 ‘노인은 부양 받아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우리의 일상에서 점차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지난 2월 8일자 <매일경제> 기사에는 서울 성북구 맥도날드 미아점에서 일하는 91세 김갑지 크루가 소개되기도 했다. 퇴직의 의미가 ‘재취업의 기능을 상실한 때’를 말한다면, 아마 우리는 평생 퇴직을 모르고 살아야할지도 모를 일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11년 뒤인 2030년 국민 4명 가운데 1명(25%)이 만 65살 이상 노인일 것이며, 2067년엔 65살 이상 인구가 생산연령인구(15~64살)를 뛰어넘는 상황이 도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한민국의 고령화는 경제발전에 따른 소득 증가와 출생률 감소, 가족의 핵가족화 등에 의해 따르는 사회변화로, 마주할 수밖에 없는 필연적인 현상이다.

지난 1월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 “만 65세로 규정하고 있는 노인 연령을 70세로 올려야 한다”며 방안에 대한 논의를 주문했다. 정부도 매년 80만 명 정도나 되는 베이비부머 세대의 노동시장 이탈이 걱정되었는지 이들의 노후 대책 마련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고 정년연장 등의 이슈에 대해 사회적 논의가 필요함을 시사하고 있다. 지난 2월엔 대법원도 전원합의체를 열어 육체노동자 가동연한을 60세에서 65세로 늘려야 한다며 판례를 바꿨으니, 노령노동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가 높아지는 건 기정사실이다.

그러나 변화하는 사회에 발맞춘 대책은 구체적으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 사회보장관련 지출 증대로 경제적 불안에 시달리는 노인들의 현실을 들여다보면 금방 알 수 있다. 1989년 대법원이 육체노동자 가동연한을 55세에서 60세로 연장할 것을 얘기했으나 법안 통과가 2014년에 이뤄진 사례로 보아, 앞서 말한 대법원 판결과 법안 통과 사이에는 많은 시간의 소요가 예상되어 현실과의 괴리가 있다. 결국 해결방안은 복지지출 부담으로 이어지는데 정부는 복지재원이 부담스러운 눈치다. 퇴직 이후 재취업 시장을 전전하며 과도기의 중점에 서있는 50대는 어떻게 이 상황을 대비하고 있을까?

사회복지직 공무원을 준비하는 67년생

67년생 장용순씨는 GS25 장안썬앤빌점에서 야간 파트타이머로 일한다. 고려대학교 87학번으로 입학해 스페인어문학을 전공하였고, 공부하는 것이 좋아 한때는 교수를 꿈꾸기도 했다. 대학교·대학원을 나온 이후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수학강사가 되었고, 20년 동안 강북과 강남의 학원가를 전전해왔다.

Q. 오래 해온 일을 그만두기에 부담이 되셨을 텐데?

“아무래도 크게 마음에 없던 일이다보니, 반복되는 일상을 견디기 힘들었어요. 학부모와의 갈등도 그렇고, 이렇게 살아서는 안되겠구나 싶었죠. 공부도 계속하고 싶었고,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싶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편의점 야간을 시작했고, 거기서 1년 반을 일했어요. 근데 어느 날 사장님이 점포를 내놓는다고 하더라구요. 그때 들었던 생각이, 아이 엄마 나이가 오십인데 요즘 직장 구하기도 어려우니까 해보면 괜찮겠다, 그래서 인수하는 거 어떠냐 물어봤고, 아이 엄마가 점포를 내게 되었죠.”

Q. 일상에서 일의 비중이 큰 것 같아요.

“아이 엄마가 인건비 대한 고민이 많아요. 인건비 때문에 저와 아이 엄마가 여기 앉아있는 거 에요. 하루로 따지면 8만 3천원인데 한 달 170만 원 돈이에요. 그렇게 6개월 하면 적은 돈은 아니잖아요. 한 달 인건비만 해도 꽤 됩니다. 저희도 고민이죠. 저희도 저희 시간을 가지면 좋지만 어려워요. 최저임금도 올랐는데, 자영업자 입장에선 아무래도 타격이 있죠. 그래도 하고 있습니다. 갈등은 언제나 있지만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가 중요하니까요.”

장용순씨는 야간 파트타이머로 일하면서 사회복지직 9급 공무원을 준비하고 있다. 사회복지사2급 자격증 취득을 위해 현장실습을 뛸 때는 하루 수면시간이 3시간뿐이었다. 이번 시험 결과를 기다리는 그는 계속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경동시장 가보셨어요? 가슴이 뛰어요. 그 작은 체구의 노인들이 살아보겠다고 손수레 끌고 돌아다녀요. 삶은 현장이에요. 제가 노인 복지에 힘쓰고 싶은 이유도 그겁니다. 정책을 조금 더 가까운 곳에서 알고 싶어요. 예산을 받기 위해 서류에 도장 찍고 그런 일을 하기보다, 사회에 실질적인 보탬이 되고 싶습니다.”

장용순씨의 가훈은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으로 ‘머무르는 곳마다 주인이 되면, 그곳에 늘 진리가 있다’는 뜻이다. 미래에 대한 희망을 꿈꾸는 장용순씨는 지난 5년 동안 주말과 연휴에도 쉬어본 적이 없었다. 우리나라 자영업자의 비중은 25.4%로, OECD 국가기준 5위. 퇴직 이후 재취업의 문턱이 높아 자영업에 도전하는 이들의 비중이 매년 늘어가는 추세다. 어떻게 하면 재취업을 고려하는 이들이 머무르는 곳마다 주인이 될 수 있을까? 모두가 함께 고민할 때다. 이것은 중년만의 문제도, 노인만의 문제도 아닌 우리의 문제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