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시작과 끝, 인천국제공항 사람들
여행의 시작과 끝, 인천국제공항 사람들
  • 최은혜 기자
  • 승인 2019.08.08 08:46
  • 수정 2019.08.08 08:4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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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10%씩 성장하는 비행 산업
“여객 늘어나는 하계 성수기에는 공항 노동자들을 위한 배려 부탁”

[리포트] 하계 성수기 맞은 인천국제공항 이야기

인천광역시 중구 공항로 272. 즐겁고 설레는, 혹은 아쉬운 마음을 가득 안은 사람들이 향하는 곳. 바로 인천국제공항이다. 연면적 5,606만㎡(약 1,700만 평) 규모의 인천국제공항은 하루 평균 20만 명의 여객이 찾는 공항이다.

세계적으로 항공 산업은 매년 10%대의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그에 걸맞게 인천국제공항을 이용하는 여객 역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올해 6월 현충일 연휴 기간에 인천국제공항을 찾은 여객은 전년 대비 13.3% 증가한 124만 명으로, 역대 6월 연휴 기간 중 최다 여객을 기록했을 정도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지난해 인천국제공항을 이용한 여객 규모를 6,800여만 명이 이용했고 올해는 7,300만 명가량이 인천국제공항을 이용할 것으로 예측하기도 했다.

수많은 여객이 이용하는 인천국제공항의 위상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인천국제공항은 국제공항운영협의회(ACI)가 주관하는 세계공항서비스평가(ASQ)에서 12년 연속 1위를 차지하며 명예의 전당에 올랐고 Skytrax가 매년 발표하고 있는 세계 공항 서비스 순위에서도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올해 7월 19일부터 인천국제공항은 하계 성수기를 맞이한다. 지난해 591만 명의 여객이 하계 성수기에 인천국제공항을 이용한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하계 성수기에는 더 많은 여객이 인천국제공항을 이용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여객의 행복한 여행과 쾌적한 공항 운영을 위해 인천국제공항 곳곳에서 애쓰고 있는 인천공항공사의 노동자들의 하계 성수기에 대한 소회를 들어봤다.

ⓒ 인천국제공항공사노조
ⓒ 인천국제공항공사노조

공항은 하나의 소국가

인천국제공항이 제대로 굴러갈 수 있는 이유는 인천국제공항공사의 1,600여 명의 직원들과 공항 내에서 일하는 정부부처 파견노동자, 협력사 노동자 등 만여 명이 넘는 노동자들의 구슬땀 덕분이다. 실제로 인천국제공항공사의 노동자들은 “공항은 하나의 소국가”라며 “인천국제공항공사의 노동자뿐 아니라 정부기관, 항공사, 협력사 등 다양한 노동자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유기체처럼 일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여객이 공항을 이용하는 과정에 맞춰 곳곳에서 일하는 공항 노동자를 만나보자.

여객이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는 공항의 노동자는 ‘여객서비스팀’ 소속 노동자다. 여객서비스팀은 지난해 인천국제공항을 소재로 한 SBS 드라마 ‘여우각시별’의 주인공이 일하던 부서로 대중에게 익숙한 부서다. 또한 대부분의 부서가 여객터미널과 거리가 떨어진 인천국제공항공사 내에 사무실이 있지만 여객서비스팀은 여객터미널 내에 사무실이 있을 정도로 현장 중심의 부서다.

<참여와혁신>이 만난 여객서비스팀의 관계자는 “여객터미널 현장관리, 안내, 카트 이동 등 터미널 운영에 관련된 모든 일을 한다”며 “인천국제공항의 ‘집사’같은 존재”라고 여객서비스팀의 업무를 소개했다. 여객터미널 운영 전반을 관리하다 보니 하루 세 차례 정도 랜드 사이드(출국 게이트 바깥쪽. 공항의 부속 건물 가운데 승객과 공항 관계자가 아닌 사람에게도 접근이 허가된 공간을 이르는 말)를 돈다. 여객터미널 규모가 워낙 커 하루에 최소 4~5Km는 걷는데 10Km 이상을 걸을 때도 많아 신발 밑창이 빨리 닳는다는 고충을 전했다.

출국을 위한 장소인 에어 사이드로 가기 위해 통과하는 보안검색대에서는 보안검색팀을 만날 수 있다. 여객이 출국할 때 주로 만나는 보안검색요원은 협력사 노동자이나 현장에서 기내 반입 금지 물품 등을 조사하거나 업무지원을 담당하는 역할은 인천국제공항공사의 노동자가 한다.

보안검색팀 관계자는 “공항의 시작과 끝은 보안”이라며 “보안 분야의 중요성과 전문성 때문에 보안검색 분야의 경우 별도로 채용해 보안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예전에는 ROTC나 군 장교 출신의 비중이 높았는데 요즘은 5~10% 정도가 ROTC나 군 장교 출신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보안검색이 끝나 에어 사이드로 들어간 여객은 보통 면세점으로 향한다. 이렇게 면세점 등 공항 전체의 상업시설을 관리하는 부서가 상업시설처다. <참여와혁신>에서 만난 상업시설처 관계자는 “상업시설 안내를 가장 효과적으로 하는 일을 담당한다”고 소개하며 모니터링 업무를 위해 일주일에 1~2회 정도는 여객터미널을 돈다고 밝혔다.

상업시설처는 여객서비스팀과 가장 긴밀하게 소통하는 편이지만 제한적인 공간 활용 때문에 부딪히는 경우도 있다고. 상업시설의 확대와 서비스 질의 관점에서 생각하지만 상업시설처 역시 여객이 공항 이용 중 불편을 겪지 않도록 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상업시설을 이용하던 여객은 비행기를 탑승하러 탑승구로 향한다. 비행기 티켓을 받을 때 배정되는 탑승구는 누가 배정할까? 바로 계류장관리팀이다. 매일 1,100여 편의 비행기의 탑승구와 수하물 캐로셀(수하물을 찾는 컨베이어 벨트)을 여객이 가장 빠르게 이용할 수 있도록 배정하는 일을 담당한다. 4조 3교대로 근무하는 계류장관리팀은 1조당 6~7명의 인원이 T1(제1여객터미널), T2(제2여객터미널), 탑승동, 캐로셀까지 전반의 배정을 담당한다.

매일 모니터로 주기장(활주로에서 비행기가 정지하는 장소. 계류장이라고도 한다)과 캐로셀을 확인하다 보니 안구건조증이 심하다. 계류장관리팀 관계자는 비행기의 크기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탑승구가 제한돼있어 그런 부분을 감안하는 것이 어렵지만 최대한 여객의 비행시간이 늦어지지 않게 선제적인 대응을 하는 곳이라고 자신의 업무를 소개했다.

안개나 태풍 등 날씨의 영향과 군사훈련 등으로 인한 항로 혼잡의 영향을 많이 받는 비행 특성상 모니터링이 가장 중요하다. 비행기의 운항 상태나 도착 예정 시간 등을 항상 메시지로 체크하고 꼭 항공사와도 크로스체크를 하는 것은 여객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특히나 출발할 때 탑승구를 옮기는 것은 항공사도 부담스러워 마찰을 빚을 때가 많기 때문에 요즘은 전화기에 녹음 기능이 설치돼있다.

비행기가 무사히 이륙했다. 편안한 비행으로 목적지에 도착한 여객이 가장 먼저 향하는 곳은 수하물을 찾는 캐로셀이다. 여객은 내 수하물이 안전하게 도착했는지 언제쯤 수하물을 받아 공항을 벗어날 수 있을지 궁금하다. 그런 수하물처리를 관장하는 곳이 수하물운영팀이다. 수하물운영팀에서는 BHS(수화물처리시스템. 수하물을 자동으로 분류하고 운반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감시, 제어, 운영을 담당한다. BHS는 컨베이어 벨트를 이용해 자동으로 수하물을 분류, 운반하기 때문에 BHS가 잘 작동하는지 모니터링하는 것이 수하물운영팀의 주 업무다.

무사히 도착한 수하물을 찾은 여객은 출국 게이트를 통과해 랜드 사이드로 나온다. 이제 집 혹은 여행의 최종 목적지를 향해 인천국제공항을 떠날 시간이다. 이때 택시나 콜밴을 이용하거나 주차장에 주차했던 차량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인천국제공항의 주차장과 주차대행 운영, 택시와 콜밴 등의 불법 영업을 단속하는 곳이 바로 교통서비스팀이다. 예전에는 불법영업을 하는 일부 기사가 사무실에 찾아오기도 했지만 요즘은 그런 일은 거의 없다고 했다.

지난해 1월 18일, T2가 개장하면서 교통서비스팀은 두 개의 팀으로 나뉘어 운영됐다. 최근에는 다시 한 팀으로 합쳐서 운영 중이다. 교통서비스팀은 현재 하계 성수기를 앞두고 T1과 T2의 주차장 운영과 불법 영업에 대비하는 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차를 타고 인천국제공항을 떠날 시간이다. 인천국제공항에 진입·출하는 대부분의 도로와 교량 등 공항의 토목시설을 관리하는 곳이 바로 공항시설처의 토목시설팀이다. 토목시설팀의 관계자는 <참여와혁신>에 토목시설팀을 ‘인천국제공항의 홍반장’이라고 소개했다. 다른 팀의 협조 요청이 많고 어디든 투입되는 팀이기 때문이다.

여객이 이용하는 여객터미널 바닥을 고르게 관리하는 역할부터 맨홀 관리, 눈이나 비가 올 때 도로 정비 등의 역할을 한다. 잘 보이지는 않지만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으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에 작은 균열이 발견되면 즉각 보수하고 상태에 대한 점검을 매일 한다. 토목시설팀 관계자는 공항의 첫 이미지와 여객과 공항 노동자들의 안전을 좌우하는 업무를 담당한다는 생각에 책임감이 막중하다고 했다.

ⓒ 인천국제공항공사노조
ⓒ 인천국제공항공사노조

다양한 사람, 사건도 각양각색

하루 평균 20만 명에 육박하는 여객이 인천국제공항을 이용하고 인천국제공항에서 근무하는 노동자 역시 만여 명에 이를 정도로 인천국제공항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공존한다. 당연히 매일매일 각양각색의 소소한 사건이 벌어진다.

지난해 1월, T2의 개장 이후에 가장 많이 발생하는 사건은 미싱 여객, 그러니까 본인이 출국하는 여객터미널이 아닌 여객터미널로 오는 여객을 수습하는 사건이다. 공항에 여유롭게 도착할 경우 큰 문제가 없지만 임박하게 도착할 경우에는 원래 가야 할 여객터미널에서 함께 체크인을 하고 비행기에 탑승하는 것까지 확인한다. 이런 미싱 여객 사건은 꽤 많은 편이라고.

최근 언론을 통해 보도된 인천국제공항 노숙인 관련 문제도 공항 노동자들에겐 요주의 사건이다. 공항시설법 제56조 6항에 의하면 공항 내 노숙은 금지돼있어 퇴거 등의 제지가 가능하지만 생각보다 여객과의 구별이 쉽지 않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지난번, 언론에서 나온 노숙인 보도 중 일부 사진은 노숙인이 아니라 여객이었다는 사실도 덧붙였다. 관계자는 “노숙인 모니터링은 계속하고 있고 상주하는 노숙인은 T1과 T2를 합해 7~8명 정도 된다”고 밝히며 “가끔 공항으로 놀러 오시는 요주의 인물의 경우 직접 모셔다드리며 댁에 들어가시는 모습을 확인하고 온다”고 웃었다.

제한 사항이 많은 보안검색은 사건이 자주 발생한다. 취재에 응한 보안검색팀의 노동자는 “한 번은 술에 취한 여객이 보안검색 절차 중 상의를 탈의한 적도 있었다”며 “다행스럽게도 법을 위반했다고 달래면서 보안검색을 마치게 한 적이 있다”고 소개했다. 이외에도 “한 80대 어르신이 기내용 수하물에 치약을 넣었다가 보안검색에서 걸렸다”면서 “결국 치약을 버리고 출국했는데, 이 어르신이 치약을 못 썼다며 보상을 요구했었다”고 회상했다. 결국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에 편지를 쓰면서까지 치약에 대한 보상을 요구했던 80대 어르신의 댁까지 치약을 사들고 갔었다고 밝혔다.

계류장관리팀에는 항상 신경 써야 하는 사소하고도 중요한 일이 있다. 바로 한국에 올 때 환전을 많이 하는 일본인 여객의 특징을 반영해 균등하게 캐로셀을 배정하는 것이다. 캐로셀 인근에는 환전을 위한 은행 영업소가 있다. 보통 가까운 영업소를 찾기 때문에 특정한 캐로셀에 집중해서 배정하게 되면 다른 은행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은행과 상업시설 등 공항 내 다른 사업자의 조화로운 이익 추구를 위해 공정하고 균등하게 캐로셀을 배정하는 데 신경을 쓴다는 것이 계류장관리팀의 설명이다.

지난 2016년 12월, 인천국제공항에서 처리한 수하물이 5억 개를 돌파했다. 당시 5억 번째 수하물을 싣고 오는 비행기에 탑승한 여객 전원에 선물을 증정했다. 수하물운영팀 소속 노동자는 “비행기 도착 전날 늦은 시간까지 여객의 취향에 맞게 선물을 준비해 포장했지만 기상 악화로 탑승한 여객에 변동이 많이 생겼었다”며 “비행기 도착 당일 오전에 급하게 선물을 재정비했던 기억이 난다”고 회상했다. 캐로셀에서 본인의 수하물을 찾으며 열심히 준비한 선물을 보고 기뻐하던 여객의 반응으로 인해 보람찼던 경험이라고 한다.

T1과 T2에 산재하는 광고매체는 400여 개나 된다. 여객터미널 곳곳의 TV 역시 광고매체 중 하나다. 이 TV는 여객이 자유롭게 채널을 변경할 수 있다. 얼마 전에는 한 여객이 출국장 바로 앞의 TV 채널을 유해 채널로 변경한 채 출국했다. 당시 상황을 회상하던 관계자는 “공사 내 사무실에서 내근을 하다가 다른 여객의 항의 전화로 상황을 알게 됐다”며 “긴급하게 현장 관계자와 여객터미널 내 TV 전수조사를 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리모컨을 들고 T1과 T2의 랜드 사이드와 에어 사이드 전역에 있는 TV의 유해 채널 여부 확인과 유해 채널을 삭제하는 전수조사를 해야 했다. 관계자는 “당시 현장 관계자와 리모컨 하나 들고 3시간 넘게 4만 보 가까이 걸어야 했다”며 지금은 농담처럼 말할 수 있지만 머리카락이 쭈뼛 설 정도로 아찔했던 기억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상업시설처의 담당자는 또 다른 기억을 꺼내며 “공항은 항상 설레고 다양한 사람이 모이는 곳”이라고 운을 띄웠다. 인천국제공항의 여객터미널에는 전기차 콘셉트의 시판되지 않는 외제차를 전시하고 있다. 담당자는 “중국 국적의 여객이 외제차 전시 2주 만에 차량을 파손한 일이 있다”며 “긴급 출동해 현장을 수습하고 펜스를 설치하는 것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지만 여객의 접근성과 관람의 편의를 위해 펜스 설치 논의는 부결됐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차량은 어떻게 됐냐고 묻자 “보험으로 차량을 수리했다”며 “해당 여객은 외제차 회사 법무팀에서 조사를 진행 중”이라는 상황을 전했다.

하계 성수기, 모두에게 설레는 공항을 위해서는...

올해 7월 19일부터 8월 18일까지 하계 성수기를 맞은 인천국제공항. 인천국제공항의 노동자들은 하계 성수기를 맞아 여객에 “여객이 급증하는 성수기임을 감안해 공항 홈페이지에서 승객 혼잡도를 확인 후 여유 있게 도착해주길 바란다”며 “공항 내 노동자들을 조금 더 친절하게 대해주길 바란다”고 입을 모았다. 평소보다 여객이 증가하다 보니 서비스의 지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조금 더 친절하고 차분하게 기다려줄 것을 호소했다.

보안검색팀과 수하물운영팀은 수하물에 대한 주의를 당부했다. 보안검색팀은 “기내 수하물 반입규정을 꼭 살피고 신경 써서 짐을 꾸린다면 보안검색 시간이 많이 단축될 수 있다”고 당부했고 수하물운영팀은 “위탁 수하물에 귀중품을 넣지 말고 꼭 소지해 귀중품 분실이나 도난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교통서비스팀은 “사설 주차대행이 아니라 공식 주차대행을 이용할 것”과 “택시와 콜밴의 불법 영업행위를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사설 주차대행 이용으로 발생하는 차량 파손이나 분실, 과태료 건은 인천국제공항에서 책임을 질 수 없기 때문에 여객이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택시와 콜밴 역시 1층에 마련된 승차대에서 이용해 시외 할증이나 톨게이트비 이중 계산 피해를 조심할 것을 거듭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