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청와대 앞에서 더위 나는 노동자들
[포토] 청와대 앞에서 더위 나는 노동자들
  • 김란영 기자
  • 승인 2019.08.08
  • 댓글 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8월 8일. 누가 입추라고 했던가. 이날 서울의 한낮 기온은 35도까지 올랐다. 핸드폰들은 일제히 ‘찌리링’ 거리며 폭염 경보를 알렸다. 기자의 몸에는 땀줄기가 야속하게 흘러내렸다. 당장이라도 에어컨이 ‘빵빵’한 카페로, 은행으로, 도서관으로 도망치고 싶은 날씨다.

그런데도 여전히 청와대 앞에는 사람들이 모인다. <참여와혁신>은 지난해 10월 ‘소통→참여→모색’을 주제로 청와대 사랑채 앞에 모인 노동자들의 사연을 모아 기획 기사를 작성한 바 있다. 당시 청와대 사랑채 앞에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법외 노조 철폐를 주장하고 있었고,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은 노동조합 활동을 하다 해직된 노동자들의 복직을 요구하고 있었다.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발전 비정규직 연대회의는 발전소 비정규직의 직접 고용을,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지엠비정규직지회는 고용노동부의 불법파견 시정명령을 촉구했다. 그리고 다시 8월. 지금의 청와대 앞에는 그 때 그 사람들도 있고, 떠난 사람들도 있고, 새로 나온 사람들도 있다. 각자의 사연들은 결코 간단하지는 않다. 그래도 사진으로 청와대 앞에선 사람들의 풍경과 목소리를 간략히 담아본다. 

휴대용 발전기로 돌아가는 선풍기. 실외에선 선풍기 바람이 실내의 에어컨 바람 만큼이나 시원하고 '소중하다' ⓒ 김란영 기자 rykim@laborplus.co.kr
노동조합 활동을 하다가 해직된 공무원 136명이 있다. 대부분은 지난 2004년 노무현 정부가 추진한 공무원노조법을 반대하다가 해고됐다. 당시 공무원 노동자들이 요구한 것은 노동 3권의 온전한 보장이었다.  현행법은 공무원 노동자의 단체행동권을 인정하지 않고, 단결권과 단체교섭권도 조건에 따라 제한하고 있다.  
20대 국회에는 이들의 복직을 담은 특별법안 2건이 계류 중이다. 지난달 23일 국회 법안심사소위에서 두 법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지만, 일단 정부는 "특별법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국민적 사회적 공감대가 필요한 사안인만큼 국민의 대표 기관인 국회에서 충분한 숙의가 이뤄져야 한다"며 국회에 '공'을 넘긴 상태다. 공무원 노동자에게 '사측'은 정부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 청와대 앞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해직 공무원에 대한 원직 복직 약속을 지키라"고 요구하는 이유다.   ⓒ 김란영 기자 rykim@laborplus.co.kr
오춘상 한의사(길벗한의사모임, 청년한의사회 소속)는 매주 목요일 오전 해직 공무원들의 농성장에 들려서 의료 봉사를 한다. 그는 해직 공무원들의 몸 구석구석을 손가락으로 쿠욱쿠욱 눌러보면서 건강 상태를 살폈다. 그는 "해직 공무원 분들 중에 치료가 필요하신 분이 많다"고 말했다.  ⓒ 김란영 기자 rykim@laborplus.co.kr
해직 공무원들은 점심을 먹은 뒤에는 "아이스아메리카보다도 '믹스 커피'가 더 좋다"고 말했다.  ⓒ 김란영 기자 rykim@laborplus.co.kr
'해고자 원직복직!', '법외노조 즉각취소!'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의 목소리가 담긴 빨간색 조끼들이 농성장 천막의 철대를 빨래대 삼아 널려 있다. 전교조는 지난 2013년 10월 박근혜 정부 시절 해직 교사 9명을 조합원으로 뒀다는 이유로 법외노조 통보를 받았다.  이후 노동조합은 지난 7년 간 법외노조 통보 철회를 요구하며 무기한 단식, 삭발, 대규모 집회, 대국민 서명운동 등을 끊임없이 벌여왔다. 그 과정에서 해고된 교사들은 38명이다. ⓒ 김란영 기자 rykim@laborplus.co.kr
(오른쪽부터)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교조 퇴직 교사 모임인 '전국참교육동지회',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한 전교조 현장교사 집중실천단은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나란히 핏켓을 들고 시위하고 있었다. 박범성 퇴직 교사는 "한달 넘게 철탑 위에 올라서 고공농성을 하는 삼성 해고 노동자도 있는데, 이 정도는 아무 것도 아니다. 더위는 개의치 않는다"면서 "해직교사 복직과 법외노조가 철회될 때까지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말했다. ⓒ 김란영 기자 rykim@laborplus.co.kr
톨게이트 요금수납원 1,500명은 한국도로공사의 자회사 설립을 통한 정규직 전환 방식을 거부해 지난달 30일로 계약이 만료돼 1일부터 사실상 해고 상태다. 
​​​​용역업체 직원이었던 톨게이트 요금수납 노동자들은 2013년 근로자 지위확인 소송을 제기해 1·2심 모두 승소한 바 있다. 이들은 법원이 도로공사가 요금수납원을 고용하라고 판결한 만큼 도로공사에 직접고용을 요구하고 있다. 톨게이트 요금수납원들의 서울 톨게이트 요금소 고공농성은 40일째, 청와대 앞 노숙농성은 39일째 이어지고 있다.
김민숙 요금수납원은 "3박 4일씩 교대로 노숙농성을 하고 있다"며 "텐트 치고 자고, 아스팔트에서 밥을 먹고 있다. 대통령이 왜 귀를 막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 김란영 기자 rykim@laborplus.co.kr
김정제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공공연대노동조합 고용노동부지부 지부장은 8일 오전 청와대 앞 단식 농성에 들어갔다. 김정제 지부장은 "고용노동부의 직원이라도 월급은 고용노동부가 아니라 기획재정부와 청와대가 정한다"며 "진짜 사장인 문재인 대통령이 자기 직원인 처우 개선과 인권 차별을 해소할 때까지 이곳에서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김정제 지부장은 같은 일을 하는데도 공무직과 공무원, 공무직과 공무직(정규직 전환으로 호봉제가 적용되지 않는 공무직) 간의 차별이 크다고 지적했다.  ⓒ 김란영 기자 rykim@laborplus.co.kr
'국가보안법철폐긴급행동'은 지난 3월 12일부터  청와대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여인철 장준하부활시민연대 전 공동대표는 "일제 시대 때 만들어진 국가보안법이 아직도 정권의 유지와 국민의 사상을 탄압하는 기제로 존재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지난 촛불 혁명 당시 '적페청산'의 핵심 중 하나가 국가보안법 폐지였다. 국가보안법이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는 우리 헌법의 가치마저도 부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여인철 전 공동대표는 "날이 더워서 사우나에 온 것처럼 땀이 주루륵 흘렀는데, 소나기가 내려서 좀 낫다"고 말했다. 여인철 전 공동대표는 기자에게 "고생이 많다"면서 응원을 보태기도 했다.  ⓒ 김란영 기자 rykim@laborplus.co.kr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중공업지부는 비를 막기 위해 농성장에 하얀색 비닐을 내려놨다. 이들은 지난 5월 말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을 반대하며 '법인분할 원천 무효'를 주장하고 있다. 바로 옆에는 '노동자는 하나다'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펼쳐져 있다. ⓒ 김란영 기자 rykim@laborplu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