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노조, 한국은행 별관 공사 입찰과정 의혹 제기
한국은행노조, 한국은행 별관 공사 입찰과정 의혹 제기
  • 강은영 기자
  • 승인 2019.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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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 늦춰지더라도 제대로 진행해야" 비판
ⓒ 한국은행노동조합
ⓒ 한국은행노동조합

한국은행노조가 한국은행 별관 신축 및 본관 리모델링 공사 입찰자로 선정된 ‘1순위 건설사’의 입찰 과정에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사무금융노조 한국은행지부(지부장 김영근, 이하 노조)는 9일 성명서를 통해 조달청이 한국은행 공사입찰 과정에서 전문성을 포기한 조달행정을 했다고 규탄하며 이로 인해 한국은행이 입은 손해를 배상하라고 촉구했다.

한국은행은 오는 2020년 설립 70주년을 맞이해 통합별관을 건축해 입주하는 것을 목표로 2015년부터 사업을 추진했다. 조달청은 한국은행과 별관 신축 및 본관 리모델링 공사와 관련된 일체의 입찰 행위에 대해 위임계약을 체결했다.

지난 2017년 조달청이 입찰을 공고하고 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이 노조의 설명이다. 별관건축공사계약은 ‘실시설계 기술제안입찰’ 방식에 따라 진행됐다. 입찰 전 낙찰자와 계약금액의 결정기준을 삼기 위해 입찰주최자가 미리 작성·비치하는 금액(예정가격)을 설정하고 경쟁자들이 제시한 공사비용을 바탕으로 입찰자를 선정한다. 여기서 입찰가격을 초과 제시하는 경쟁업체는 경쟁에서 탈락하게 된다.

조달청은 입찰예정가격으로 2,829억 원을 설정했으나 이번 경쟁과정에서 1순위로 선정된 건설사는 2,832억 원을 공사비용으로 제시했다. 예정가격에서 3억 원이 초과됐음에도 불구하고 탈락처리가 되지 않고 1순위 건설사로 낙찰됐다. 법령을 위반했음에도 입찰자로 선정된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자 조달청은 ‘가격평가기준금액’의 개념을 적용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조달청은 입찰예정가격에 발주처인 한국은행이 자재를 구매하거나 설치하는 경우 등에 발생하는 도급공사비인 관급금액을 포함했을 경우, ‘1순위 건설사’가 제시한 입찰가격이 예정가격과 관급자재금액을 더한 금액을 넘지 않았기 때문에 정당한 입찰이라고 밝혔다.

다른 경쟁사들에 비해 높은 금액을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1순위 건설사’가 낙찰된 데에는 기술심의과정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것이 결정적인 이유였다. 기술심의에는 ▲건축계획 ▲건축구조 ▲건축시공 등 총 8개 분야 48개 항목을 대상으로 각 심의위원들이 점수를 준다.

하지만, 노조가 제공한 점수 결과를 확인해보면 총 48개 항목 중 45개 항목의 평가결과가 각 심위위원별로 업체별 순서까지 점수가 동일했다. 이런 결과에 대해 경쟁에 참가한 업체들도 평가를 담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지난 2018년, 경실련 등 시민단체가 감사원에 입찰과정에 대한 감사를 실시해달라는 신청을 냈다. 감사원은 지난 4월 30일 감사 결과를 발표하며 조달청이 입찰 과정에서 문제가 있다고 인정했다. 이에 따라 조달청은 지난 5월 10일 기존 입찰을 취소하고 새로운 입찰자를 찾기 위한 공고를 냈다.

그러나 입찰 취소 결과에 반발한 ‘1순위 건설사’는 ▲입찰취소 효력정지 ▲신규 입찰 진행중지 가처분신청을 법원에 냈다. 지난 7월 12일 서울지방법원은 ‘1순위 건설사’의 낙찰자(기술제안적격자, 입찰금액평가대상자) 지위를 인정하고 입찰 취소의 효력이 없다고 결정했다. 검찰도 법원의 가처분 신청을 수용해 이의신청을 하지 않도록 지휘했다.

노조는 조달청에 입찰비리 의혹으로 애초에 예정된 2020년 별관 입주는 물 건너갔으며, 현재 공사가 진행된다 해도 2023년 입주가 가능한지도 불투명해졌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현재 한국은행이 몸담고 있는 삼성본관의 월 임대료가 13억 원에 달해 2023년 입주를 가정한다면 약 468억 원의 손해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미니인터뷰] 김영근 한국은행지부장

이번에 성명을 낸 이유가 무엇인가?

한국은행과 조달청과 잘 해결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노조에서도 크게 관심을 두고 있지는 않았다. 하지만, 계속해서 감사원의 지적과 법적 분쟁이 이어지자 자료를 확인해보니 석연치 않은 구석이 너무 많았다. 더 이상 노조에서도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한국은행 건물이 새롭게 지어지게 되면 장시간 사용하게 되는데, 1~2년 늦춰졌다고 해서 믿음이 가지 않는 업체를 선정해 건물을 지을 수는 없다는 것이 노조의 입장이다. 지난 5월 ‘2순위 건설사’가 법원에 요구한 가처분 신청 결과와 지난 7월 12일 경실련이 입찰 사태와 관련해 조달청 관계자를 검찰에 고발한 법적 절차가 아직 진행되고 있다. 별관 건축이 조금 더디게 진행되더라도 제대로 된 절차에 따라 제대로 된 업체를 선정해 새로운 건물을 짓는 것이 더 낫다는 판단이다.

지난 7월 12일 서울지방법원은 ‘1순위 건설사’의 낙찰자 지위를 인정했다.

조달청 입장에서 보면 법원에서 ‘1순위 건설사’의 낙찰자 지위를 부정한다는 결론이 나온다면 직원들이 징계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법원에서 지위를 인정해주는 결과가 조달청 입장에서는 가장 좋은 결론일 것이다. 감사원과 기재부가 잘못을 지적한 상황에서 조달청이 해야 할 가장 올바른 행동은 입찰취소가 아닌 2순위 건설사를 1순위로 선정해줘야 한다. 하지만, 조달청은 감사원의 지적이 나오자 입찰을 취소하고 새로운 입찰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2순위 건설사’ 입장에서는 재입찰 금지와 1순위 낙찰자로 인정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번 입찰과정에서 한국은행 측은 특별한 입장을 내놓은 것이 없나?

한국은행 측은 조용히 덮고 넘어가길 원하는 것 같다. 그런 모습이 노동조합에서 봤을 때 불만스러운 부분이다. 노조에서 자체적으로 카드뉴스를 만들고 직원들에게 공개했다. 이를 본 직원들은 뒤늦게 사실을 알고 분노하고 있다. 노조가 잘 하고 있다고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는 직원들이 많다.

노조의 계획은 무엇인가?

성명서를 발표하고 직원들을 대상으로 이번 사태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다음 주 중으로 설문조사 결과가 나올 것 같다. 결과를 바탕으로 노조가 어떤 행동을 취할 지에 대해 판단할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