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혜의 온기] 1,400번째 수요일
[최은혜의 온기] 1,400번째 수요일
  • 최은혜 기자
  • 승인 2019.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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溫記 따뜻한 글. 언제나 따뜻한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최은혜기자 ehchoi@laborplus.co.kr
최은혜기자 ehchoi@laborplus.co.kr

올해도 어김없이 8월 중순이 돌아왔다. 기자에게 8월 중순은 ‘어쩔 수 없는 부채감에 시달리게 되는 시기’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부채감이 스멀스멀 고개를 들었다.

대학시절, 기자는 일본군‘위안부’ 문제 해결 동아리 활동을 일 년 반 정도 했었다. 당시 기자는 꽤 열정적으로 활동했었다고 자부한다. 방학 때는 살고 있는 동네 밖으로는 절대 나가지 않았지만 동아리 활동을 하던 중에는 달랐다. 한여름에도 동아리 활동을 위해서 일주일에 3번 이상은 꼭 동네를 벗어나 하루 종일 돌아다녔다.

8월 14일은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이다. 이날은 1991년 8월 14일, 고(故) 김학순 할머니가 자신이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라는 사실을 최초로 공개 증언했던 날에서 비롯됐다. 특히 올해는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이 수요일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매주 수요일 12시, 일본대사관 앞에서는 ‘수요시위’가 열린다. 올해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은 1,400차 수요시위가 열리는 날이기도 하다.

수요시위에 가면 꼭 부르는 노래가 있다. 바로 ‘바위처럼’이다. 수요일 12시, 일본대사관 앞에서 전주와 함께 ‘바위처럼 살아가보자’는 가사를 듣고 있으면 가슴이 벅차올라 눈물이 찔끔 나기도 했다. 물론 가끔 멀리서 음악이 들리는 날에는 헐레벌떡 뛰어가느라 숨이 차서 눈물이 찔끔 났던 적도 있다. ‘바위처럼’을 듣고 있으면 일제강점기 강제 동원으로 인해 고초를 겪었던 분들의 삶이 구름처럼 머릿속을 지나간다.

요즘 세상은 ‘보이콧 재팬’ 열기로 뜨겁다. 1,400번째 수요시위를 앞두고 쏟아지는 기사는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과 광복절을 앞두고 반일 감정은 더욱 거세질 것‘이라는 내용이다. 그러나 한 편에서는 “아베에 사죄한다”거나 “문재인 대통령이 일본에 사과해야 한다”는 등의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누군가는 "자신의 딸이 위안부라면 빨리 회복시켜 사회에 복귀시키는 게 우선이지 사과가 중요하냐"는 발언으로 질타를 받기도 했다.

정부에 등록된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는 240명이다. 그중 생존자는 20명이다. 올해만 벌써 5명의 피해자가 세상을 떠났다. 그럼에도 20명의 생존자들은 바위처럼 굳세게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을 맞이하고 있다. 지난 8일, 영화 <김복동>이 개봉했다. 27년을 바위처럼 살다가 지난 1월 세상을 떠난 할머니를 조명하는 다큐멘터리 영화다.

1,400번째 수요집회에서도 ‘바위처럼’이 들릴 것이다. 기자의 부채감 역시 8월 14일에 더 커질 것이다. 고(故) 김복동 할머니는 “나는 희망을 잡고 살아”라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희망을 잡고 바위처럼 살아가고 있는 강제 동원 피해자들에게 '모진 비바람' 같은 발언은 이제 그만 멈춰야 하는 건 아닐까?

1991년 8월 14일, 고(故) 김학순 할머니는 자신이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라는 사실을 최초로 공개 증언했다. 이를 통해 일본군‘위안부’ 문제가 세상에 알려졌다. 2012년 12월 타이완에서 열린 제11차 일본군'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아시아연대회의에서는 매년 8월 14일을 '세계 위안부의 날'로 정했고, 2017년 12월 <일제하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보호·지원 및 기념사업 등에 관한 법률>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어, 매년 8월 14일이 국가기념일로 제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