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시간은 선물" 초등학생들이 스포츠강사를 응원하는 까닭은?
"체육시간은 선물" 초등학생들이 스포츠강사를 응원하는 까닭은?
  • 정다솜 기자
  • 승인 2019.08.13 19:50
  • 수정 2019.08.19 14: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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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초등스포츠강사 "상시·지속적 업무 종사하지만 여전히 계약직" "청와대와 교육당국 고용안정 보장하라"
13일 '전국초등학교강사 총궐기대회'에 참가한 정유리 학비노조 서울지부 초등스포츠강사분과장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13일 '전국초등학교강사 총궐기대회'에 참가한 정유리 학비노조 서울지부 초등스포츠강사분과장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나에게 체육이란?" 초등학교 교사가 묻자 아이들이 대답했다. 

'용기를 주는 과목'이다. 

'공기 같은 과목'이다. 없어서는 안 되는 소중한 것이기 때문이다.

'학교에 다니는 낙'이다.

'내 삶에 큰 선물'이다. 

 

일주일에 3번, 체육시간을 좋아하는 인천 명현초등학교 아이들의 목소리를 녹음한 교사는 3년 전 함께 근무했던 류제헌 초등스포츠강사에게 메시지를 전달했다. 초등스포츠강사의 고용안정과 처우개선을 위해 목소리를 내고 있는 류 강사를 응원하기 위해서다. 

아이들의 응원을 받은 류 강사는 13일 오후 초등스포츠강사 300여 명과 함께 청와대 앞에 모여 '무기계약 전환과 처우개선을 위한 전국스포츠강사 총궐기 대회'에 함께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위원장 박금자, 이하 학비노조)은 이날 오후 2시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전국초등스포츠강사 총궐기대회를 열어 "초등스포츠강사는 학교비정규직 내에서도 가장 열악한 처우를 받고 있다"며 "무기계약직 전환을 통한 고용안정과 학교 내 무기계약직인 교육공무직이 받는 수당들을 차별 없이 지급해달라"고 청와대와 교육당국에 요구했다. 

정부의 학교체육활성화 정책의 하나로 2008년부터 전국 초등학교에 배치된 스포츠강사는 학교비정규직 내에서도 열악한 처우를 받고 있다. 학비노조에 따르면 스포츠강사의 기본급이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지역이 있으며 대부분 지역에선 근속수당이 없어 12년 일한 스포츠강사도 1년 차와 같은 임금을 받고 있다. 전국 2,000여 명의 초등스포츠강사는 모두 계약직이다.

류제헌 강사는 "11년 동안 학교에서 일했지만 아직까지 170만 원 받는다고 가족에게도 말하지 못한다"며 "1년에 한 번씩 계약서를 쓰며 언제 잘릴지 모르는 생활을 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들은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화 정책 대상에서도 배제됐다. 2017년 교육부가 정규직전환심의위원회(전심위)에서 "초등스포츠강사의 경우 정부 가이드라인상 정규직 예외 사유로 규정되어 있는 점, 당초 일자리 창출 목적으로 시작된 점 등을 고려해 무기계약직 전환 대상으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해서다. 

학비노조 측은 교육부의 결정이 잘못됐다고 본다. 초등스포츠강사는 정부 가이드라인에 따라 일시·간헐적 업무 종사 비정규직이 아닌 연중 상시·지속적 업무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또한 학비노조는 지난 6월 기자간담회에서 "학교체육 활성화는 정부의 주요 교육정책 중 하나이며 「학교체육 진흥법」이라는 법적 기반을 갖추고 있는 점을 볼 때, 향후에도 지속적인 고용수요가 있는 인력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한 바 있다. 

13일 오후 학비노조 소속 초등 스포츠강사들이 '무지계약 전환과 처우개선을 위한 총궐기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13일 오후 학비노조 소속 초등스포츠강사들이 '무기계약 전환과 처우개선을 위한 총궐기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아울러 학비노조는 초등스포츠강사의 처우를 개선하라는 교육부의 권고사항 역시 학교현장에서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교육부가 전심위에서 스포츠강사에 대해 무기계약직인 학교회계직에 준하는 처우 개선과 계약기간 연장, 계약절차 간소화 등을 권고했다"며 "발표된 지 2년이 지났지만 시도교육청에서는 교육부의 결정사항은 권고사항일 뿐 지킬 의무가 없다고 말하며 처우개선 이행에 책임을 다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초등학교 스포츠강사들은 요구 사항이 이행될 때까지 투쟁을 이어갈 예정이다. 학비노조는 "무기계약 전환과 처우개선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의 2차 총파업에 누구보다 앞장설 것"이라며 "무기한 총파업도 결의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