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여금은 통상임금? … 끊이지 않는 통상임금 논란
상여금은 통상임금? … 끊이지 않는 통상임금 논란
  • 손광모 기자
  • 승인 2019.08.16 16:20
  • 수정 2019.08.16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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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여금의 통상임금 인정 시, 기업에 막대한 ‘체불임금 지급 의무' 발생
‘재직자 요건’ 있으면 통상임금 아니다? … 대법 전원합의체 판결 불구 하급심 '법리(法理) 공방' 거세
지난 8월 12일 박두영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부지부장 및 정책실 집행위원들이 대법원에 '현대자동차 통상임금소송 조합원 탄원서'를 제출했다. ⓒ 민주노총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지난 12일, 민주노총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간부들은 울산공장을 떠나 서울 대법원을 찾았다. 현대차지부는 2015년 제기한 통상임금 소송에서 1심과 2심에서 연달아 패소했는데, 판단을 제고해달라는 탄원서를 대법원에 제출했다. 탄원서에 동의한 현대차지부 조합원은 무려 3만 명이 넘었다. (31,313명) 무엇이 현대차지부 조합원을 똘똘 뭉치게 만들었을까. 언론에 자주 보도되는 ‘통상임금’은 과연 무엇이고 왜 문제가 되는 것일까? <참여와 혁신>이 통상임금 문제를 정리해 보았다.

현대차 노동자가 최저임금 미달? 기본금 과도하게 낮은 임금체계가 문제

올해 초 최저임금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고임금’을 받는 대기업의 노동자조차도 최저임금 논란에 휩싸였다. 최저임금을 월 단위로 환산할 때, 기준시간에 대한 명문화된 규정이 없었는데 시행령으로 이를 규정하면서다. 소정근로시간인 174시간(주 40시간 × 1년 단위 평균 1개월 4.345주)에 주휴시간(1주 만근 시 1일 유급휴가 부여, 일 8시간 × 4.345주) 35시간을 더하여 209시간이 월단위 최저임금 계산의 기준시간이 됐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당시 "이번 시행령 개정으로 기업에 추가적인 부담을 지우는 것은 전혀 없고 최저임금이 인상되는 것도 아니"라고 밝혔듯이, 현장에서 주휴수당을 주던 관행을 시행령에 명확히 반영한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기본급이 과도하게 낮은 비정상적인 임금체계 때문에 생겨났다. 올 초 고용노동부는 시행령을 개정하면서 “높은 연봉을 받지만 기본급이 적어 최저임금을 위반하는 사업장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여태껏 기업들은 주휴수당 시간 35시간을 제외한 174시간을 기준으로 최저임금을 계산해 기본금을 낮게 유지했다. 예컨대 기존에는 올해 최저임금 8,350원에 174시간을 곱한 1,452,900원이 법적 분쟁을 피해갈 수 있었지만, 시행령 개정으로 1,745,150원(8,350원 × 209시간)으로 기준이 상승한 것이다.

그 결과 기업들의 최저임금법 위반소지가 커졌다. 올해 초 여러 언론 매체들은 '최저임금 미달 사업장'으로 현대자동차의 사례를 많이 보도했다. 현대차 노동자의 평균 연봉은 2018년 기준으로 약 9,200만 원, 신입사원은 약 5,200만 원 수준인데도 과도하게 낮은 기본급 때문에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노동자가 속출했던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2019년 1월 1일 최저임금 시행령을 실시하면서 6개월의 노사 간 조정기간을 뒀다. 현대자동차는 2019년 단체협상에서 두 달에 한 번씩 100% 지급하던 상여금을 한 달에 한 번 50% 지급하는 것으로 바꿔 최저임금 미달논란을 해결하자는 의견을 피력했다. 현대자동차지부는 회사의 제안을 거부하고 통상임금 문제와 함께 논의하겠다는 방침을 내세웠다.

가산수당 부담 줄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낮춰온 ‘통상임금’

그렇다면 통상임금은 과연 무엇일까. 지난 7월 22일 열린 ‘통상임금, 전원합의체 판결 후 6년의 변화와 과제’ 토론회에서 권오성 성신여대 법과대학 교수는 “통상임금은 기본적으로 소정근로시간을 넘는 근로에 대한 수당 산정의 기준금액”이라고 말했다. 즉, 각종 야근이나 특근, 휴일 노동 등 가산수당 지급에 대한 기준이 바로 통상임금이다. 기업들은 지금껏 기본급, 즉 가산수당의 기준이 되는 통상임금을 최소한으로 설정해 비용 부담을 줄여왔다. 통상임금을 낮추고, 상여 등 부가수당을 높힘으로써 연장근로에 대한 부담을 축소한 것이다.  

현대자동차가 ‘상여금’을 월할 지급함으로써 노리는 것은 최저임금 미달 논란의 회피다. 그렇다면 월할 지급되는 상여금은 통상임금으로 인정이 될까? 그렇지는 않다. 상여금의 통상임금 인정 여부는 여전히 논란이 큰 주제다.

2012년 3월 대구 시외버스업체인 금아리무진이 낸 소송(대법원 2010다91046)에서 대법원이 “정기상여금이더라도 통상임금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판시한 이후 노동계에서는 퇴직노동자를 중심으로 상여금의 통상임금 적용을 주장해왔다. 상여금이 통상임금으로 적용될 시 그동안 받았던 가산수당의 기준(통상임금)이 높아져 기업에 최대 3년 치의 가산수당(체불임금) 지급 의무가 생기기 때문이다. 개별기업을 넘어 상여금의 통상임금화가 보편화될 시, 노동자와 기업 모두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었기에 세간의 많은 주목을 받았다.

2013년 12월 18일 통상임금 논란은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2012다89399, 주심 고영한)에 따라 정리가 된다. 정기상여금도 통상임금이 맞되, 그 조건을 구체적으로 판시한 것이다. 통상임금의 요건 중 기존에 있던 ‘정기성’, ‘일률성’ 이외의 ‘고정성’이 추가됐다. 여기서 정기성은 ‘일정한 간격을 두고(주급, 월급, 연봉) 임금을 지급하는 것’을 말하며, 일률성은 ‘노동의 질과 관련된 조건(기술, 경력) 또는 기준에 달한 모든 근로자에게 임금이 지급하는 것’을 말한다. 고정성은 ‘추가적인 조건과 관계없이 당연히 지급될 것(특정성과 달성 시 받는 임금이 아닐 것)이 확정돼 있음'을 뜻한다.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통상임금 논란의 핵심은 “상여금 지급 조건”

하지만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통상임금에 대한 논란은 진정되기는커녕 더욱 거세졌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2016년 5월 8일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당시 25개 기업에서 진행되고 있던 86개의 통상임금 관련 소송 중,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소송을 제기한 사건이 44건(51.2%)에 달했다. 당시 전경련 송원근 경제본부장은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2년 5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산업현장에서는 통상임금 갈등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며 "조속히 근로기준법을 개정해 통상임금 범위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애매한 판결기준은 현대자동차 노동자와 기아자동차 노동자의 운명을 갈랐다. 현대차지부는 2013년 통상임금 소송을 냈지만, 2015년 1월 1심과 같은 해 11월 2심에서 연이어 패소했다. 반면 기아차지부는 2011년 10월 시작된 통상임금 소송에서 2017년 8월 1심과 2019년 2월 2심에서 모두 승소를 거뒀다. 소송 결과 기아자동차가 부담해야할 미지급금은 지연이자까지 합쳐 약 4,200억 원으로 추산됐다. 현재 기아차 노사는 노사합의를 통해 상여금 750% 모두를 통상임금에 산정하고, 최저임금 미달 논란도 해소한 상태다.

현대차지부의 패소와 기아차지부의 승소를 가른 건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정의한 통상임금의 기준 중 ‘고정성’ 요건이었다. 현대차지부는 단체협약 상여금 지급 세칙 중 ‘15일 미만 근무 시 상여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조항에 덜미를 잡혀 패소했다. 일정한 ‘재직자의 자격’에 따라서(고정성 결여) 상여금이 지급되니, 현대자동차의 상여금은 통상임금이 아니라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기아자동차의 경우는 상여금 지급을 제한하는 단체협약 조항이 없었다. 조항 한 줄이 엄청난 차이를 만들어 낸 것이다.

상여금의 통상임금 적용 문제는 여전히 논란 중이다. 하급심에서도 판결이 엇갈리고 있다. 2018년 12월 18일 서울고등법원의 세아베스틸 판결(2017나2025282)이 대표적이다. 재직자 조건이 있어도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성을 인정했다. 판결문에서는 “정기상여금에 부가된 재직자 조건은 지급일 전에 퇴직하는 근로자에 대하여 이미 제공한 근로에 상응하는 부분까지도 지급하지 아니한다는 취지로 해석되는 한, 무효라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정기상여금은 월급과 지급 주기만 다를 뿐, 하루 노동으로 발생한 보상이라는 것이다.

동일한 맥락에서 현대차지부는 8월 12일 대법원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현대차지부는 탄원서에서 △15일 미만 지급제외자 규정은 단체협약 당시부터 노사협의가 안 된 사항인 점 △현대자동차 측의 일방적인 세부규칙을 근거로 고정성 결여를 파악한 점 △상여금을 일할 지급해야 한다는 측면은 상대적으로 무시된 점을 근거로 판단 제고를 요청했다.

하급심의 판결이 엇갈리는 가운데,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법리를 비판하는 의견도 나왔다. 지난 7월 22일 토론회에서 김홍영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통용되는 정기상여금은 계속적, 정기적, 일률적으로 지급되고, 구체적인 계산방법을 정하여 다액의 금액이 지급되며, 단체협약, 취업규칙, 근로계약 등에 지급의무가 미리 정해져 있으므로, 고정급 형태의 임금”이라고 의견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