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은 배달 불가! '안전'만 주문해 주세요!"
"'위험'은 배달 불가! '안전'만 주문해 주세요!"
  • 손광모 기자
  • 승인 2019.08.21 17:39
  • 수정 2019.08.21 17: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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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더유니온, 배달노동자 보험료 현실화 종합대책안 발표
과도한 보험료로 민간보험 가입 곤란, 산재보험 특례적용 됐지만 ... 실효성 떨어져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근로복지공단에 서류접수 하면서 소견서에 4월 22일에서 5월 18일까지 치료와 안정을 취해야한다고 명시돼 있어요. 공단 직원도 그날까지 일하지 말라고 하는데, 생활비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OO콜이 산재가입을 안 해서 강제처리까지는 한 달 이상 걸린다고 하는데 그때까지 저는 돈을 빌리든, 재산을 팔아서 생활비를 마련해야하나요? 그렇다면 오토바이를 팔아야 할 거 같아서요.” - 라이더유니온과 배달노동자 J씨의 상담 내용 중.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보험은 만들어졌다. 그렇다면 ‘산업재해보험’은 왜 만들어졌을까? 노동자가 겪는 업무상 위험에 대해 국가와 사회가 함께 책임을 질 필요성이 있어서다.

하지만 J씨의 사례와 같이 배달노동자에게는 산재보험은 무용지물이다. 민간보험은 꿈도 꿀 수 없다. 가입조차 할 수 없을 만큼 보험료가 비싸기 때문이다. 사실상 ‘무보험’으로 배달노동자는 거리를 달린다. 배달노동자가 겪는 업무상 위험에 대해 국가나 사회, 사용자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는 의미다.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배달노동자의 위험

라이더유니온(위원장 박정훈)은 8월 21일 낮 11시 삼성화재 본사 앞에서 ‘“우리가 위험까지 배달해야 하나요?” 라이더 보험료 현실화를 위한 2차 단체행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 7월 15일 1차 단체행동에서 라이더유니온은 배달노동자들의 과도한 보험료 실태를 고발한 바 있다. 오늘(21일) 진행된 2차 단체행동에서는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을 발표했다.

현재 배달노동자는 배달 업무 중 발생하는 위험을 본인이 전적으로 책임지는 구조다. 라이더유니온은 배달노동자가 민간보험에 가입하려 해도 1년에 600만 원에서 최대 1,800만 원에 달하는 과도한 보험료 때문에 보험가입을 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뿐만 아니라 배달노동자는 특수고용관계라는 명목으로 산재보험 의무가입 대상도 아니다.

최근 산재보험 특례적용 대상 확대로 배달노동자도 산재보험 가입이 가능해졌지만, 실제 현장에서 배달노동자가 체감할 정도는 아니다. 산재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는 사실도 잘 알려지지 않은 편이고, 심지어 산재보험료를 사용자가 착복하는 경우도 빈번하다고 라이더유니온은 지적한다. 또한 J씨의 사례처럼 산재보험이 배달노동자에게 실질적 혜택으로 돌아오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토로했다.

기자회견 이후 보험료 현실화 방안이 담긴 유인물을 배포하는 캠패인을 진행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기자회견 이후, 보험료 현실화 방안이 담긴 유인물을 배포하는 캠패인을 진행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위험 줄이기와 분배로 보험료 정상화

해결을 위해서 라이더유니온은 배달노동자가 처해 있는 위험 수준을 낮추고, 배달노동자에게만 돌아가는 위험을 나눠 짊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배달노동자의 보험료가 상당히 높게 측정되는 이유는 손해율(사고율)이 높기 때문이다. 이륜차 사고가 빈번하다는 뜻이다. 라이더유니온은 현행 이륜차 면허 제도의 결함을 빈번한 사고의 원인으로 지목한다. 현행법상 1종 보통 운전면허를 취득할 시, 별다른 추가 절차 없이도 125cc 이하 이륜차를 운행할 수 있다. 국가적 차원으로 이륜차 운전에 대한 안전교육이 이뤄지지 않는 것이다. 라이더유니온은 이륜차 관련 제도의 정비을 통해 사고율과 보험료 수준을 낮출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라이더유니온은 배달업계의 노동조건 확충을 통해 보험료 인하를 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직접고용 배달노동자와 배달대행업체 소속 배달노동자(특수고용)의 보험료는 크게 차이난다. 직고용 배달노동자에게 적용되는 보험인 비유상보험의 경우 보험료가 연간 100만 원에서 200만 원 수준인데 반해, 배달대행업체에 소속된 배달노동자의 보험은 유상보험으로 연 600만 원에서 1,800만 원이다.

라이더유니온은 “건당 수익을 얻는 배달대행노동자의 보험료를 연 600만 원에서 1,800만 원으로 책정한 이유는 고용형태와 소득체계를 감안할 때 배달대행노동자의 위험이 더 높다고 보기 때문”이라며, “안전배달료 도입과 적절한 규제, 책임의 강화가 보험료 인하를 위한 방법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라이더유니온은 △면허 및 안전교육 정비, 표준공임단가 결정 등 이륜차시스템 정비 △안전조치 시 보험료 인하 혜택 도입 △안전배달료 도입 등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임금시스템 도입 △라이더만 부담하는 유상운송보험료를 회사 일부 부담 등을 보험료 현실화를 위한 방안으로 제시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여한 구교현 라이더유니온 기획팀장은 “건당 3천 원씩 받고 일하는 배달노동자가 한 달에 100만 원씩 내면서 살 수는 없다. 모두 한 번씩은 배달서비스를 이용해 편리함을 누리면서 살아간다. 그런 배달노동자들이 물건을 배달할 수는 있지만, 위험까지 배달할 수는 없다. 과도한 보험료 문제를 현실화할 수 있는 대책 있으니 고민 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