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행선 달리는 성남시의료원 노사 … 파국으로 치닫나
평행선 달리는 성남시의료원 노사 … 파국으로 치닫나
  • 손광모 기자
  • 승인 2019.08.21 21:00
  • 수정 2019.08.21 21: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성남시의료원, 노동위원회의 조정안 ‘거부’로 조정결렬
성남시의료원 “노조의 경영권과 인사권 침해” 주장, 노조, “말도 안 되는 억지”
20일 경기지방노동위원회가 제시한 권고안을 성남시의료원은 거부하고, 보건의료노조는 찬성해 조정이 결렬됐다.  

전국 최초 주민발의를 통해 세워지는 성남시의료원의 노사의 갈등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7월 22일 철야교섭을 거쳐 만든 노사합의안을 성남시의료원이 뒤집은 이후 성남시의료원 노사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8월 20일에는 결국 성남시의료원이 노동위원회의 조정안을 거부함으로써 조정이 결렸됐다.

이 같은 사태의 원인을 성남시의료원은 노조가 경영권과 인사권을 침해했기에 발생했다고 주장한다. 반면, 노조는 성남시의료원이 교섭을 계속 원점으로 되돌리고 있다고 비판한다. 교섭부터 결렬의 과정을 자세히 들여다 보자.

7월 22일부터 8월 20일까지 성남시의료원에는 무슨 일이?

성남시의료원 노사관계의 파국을 이해하려면 지난 7월 22일로 돌아가야 한다. 2018년 8월 말부터 성남시의료원 노사는 단체교섭을 진행했지만 성과가 없는 채로 1년을 보낸다. 결국, 2019년 7월 19일 성남시의료원지부(이하 노조)는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조정신청을 했다.

하지만 7월 20일 상황은 변화한다. 유미라 보건의료노조 성남시의료원지부장과 이중의 성남시의료원장이 면담하여 “윤경태 기획조정실장과 교섭할 것”을 확인한 것이다. 이후 성남시의료원 노사는 양일에 걸쳐 마라톤교섭을 한 끝에 22일 잠정합의에 성공했다. 밤늦게 교섭이 끝난 관계로 성남시의료원 노사는 합의체결에 필요한 서류를 다음날 챙기기로 했다. 그러나 23일이 되자 성남시의료원은 잠정합의 결과를 인정하지 않았다. 합의체결에 필요한 서류인 위임장을 제출하지 않은 것이다. 성남시의료원 비서실은 위임장을 제출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 “병원장님이 세부적으로 교섭내용을 살피시는 상황”라고 말했다.

그 다음날인 24일 성남시의료원 노사는 경기지방노동위원회의 조정을 위한 사전조사에 들어갔다. 조정이 시작되기 전 성남시의료원은 29일 취업규칙 설명회를 개최했다. 설명회에서는 교섭에서 쟁점이 되었던 취업규칙을 성남시의료원의 입장이 반영된 쪽으로 설명하고, 취업규칙에 대한 직원의 동의서를 받았다. 이어 31일 이사회에서는 설명회에서 논의된 취업규칙을 제정했다. 단, 단서조항으로 노사합의의 우선성을 적시했다.

8월 2일 경기지방노동위원회는 2차례 이상의 자율교섭을 권고했다. 성남시의료원은 원점재검토, 11월 이후 단체교섭 실시를 요구했고, 노조는 7월 22일 잠정합의의 이행을 요구했다. 그 과정에서 성남시의료원은 조정중지(대화중지) 요청을 했고, 노조는 성남시에 중재를 요청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기도 했다.

8월 19일, 마지막 조정이 시작됐고, 경기지방노동위원회는 20일 새벽 1시 조정권고안을 노사 양측에 제시했다. 노조는 조정안에 찬성의사를 표했지만 성남시의료원은 거부의사를 밝히면서 조정은 결국 결렬됐다.

21일 성남시청 앞 '성남시의 추락한 ‘노동인권’ 날개 찾기 천막농성 돌입 기자회견’ 현장. ⓒ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21일 성남시청 앞 '성남시의 추락한 ‘노동인권’ 날개 찾기 천막농성 돌입 기자회견’ 현장. ⓒ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교섭 쟁점이 뭐 길래 경영권과 인사권 침해?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위원장 나순자, 이하 보건의료노조) 경기기역본부와 성남무상의료운동본부(공동대표 이연중) 등 시민단체는 8월 21일 오전 10시 성남시청 앞에서 '성남시의 추락한 노동인권, 날개 찾기 천막농성 돌입 기자회견’을 열어 성남시의료원을 규탄했다.

같은 날 오전 성남시의료원은 언론을 통해 “대표교섭권을 가진 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 성남시의료원지부와 단체협약을 진행하였으나 요구안에 의료원에서 수용할 수 없는 경영권 및 인사권을 침해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무산됐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노사교섭 과정에서 과연 어떤 내용이 오간 걸까? 8월 19일 경기지방노동위원회가 제시한 조정안은 부칙 1개 항을 포함해 7개 조항을 담고 있다. 경영권과 인사권에 관한 구체적인 사항은 △비정규사용의 제한 △임금 협약 분야이다.

경기지방노동위원회가 제시한 조정안의 제17조.

비정규직 사용의 제한 조항은 노동위원회의 조정안과 7월 22일 노사 잠정합의안과 달라진 것이 없다. 노조는 “7월 22일 잠정합의 당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화라는 국정과제와 노동인권 도시라는 성남시정의 취지를 바탕으로 비정규직 사용을 제한하면서 개원 초기 비정규직 사용의 불가피함을 인정해 성남시의료원의 주장을 수용했다”며, “그런데 조정 과정에서 성남시의료원은 해당 조항 삭제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임금 협약 분야도 조정안과 노사 잠정합의안이 달라지지 않았다. 조정안의 요지는 차후 진행될 단체교섭에 따라서 인사 및 임금의 수준을 정하라는 것이다. 반면, 조정과정에서 성남시의료원은 각종 보수 및 경력환산 기준표는 기존의 인사 및 보수 규정을 따를 것을 요구했다. 김형식 보건의료노조 조직2실장은 “노동조합이 요구하는 것은 인사제도의 영역이지 인사권의 영역이 아니”라며 “노동조건 가운데 가장 기초적인 임금에 관한 사항조차 단체교섭권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잠정합의 및 조정안과 성남시의료원 제시안의 임금협약의 2조와 3조. 2조의 경우, 잠정합의 및 조정안은 '보수 및 경력환산 기준'을 추후 교섭에 따라 정하기 위해 '붙임'에 따른다고 규정했다. 반면, 성남시의료원 제시안은 '인사 및 보수규정'에 따른다고 규정한다. 3조의 경우 성남시의료원 안은 '직급부여'라는 말이 없다. (보건의료노조를 통해 입수한 자료를 재정리) 

성남시, 대화 조성해도 모자랄 판에 기자회견 방해?

노조는 “8월 20일 조정안과 7월 22일 잠정합의에 바탕한 임금 및 단체교섭을 마무리 짓고, 나머지 부분은 노동위원회 권고에 따라 신뢰와 협력을 바탕으로 교섭할 것”이라고 차후 계획을 밝혔다. 성남시의료원 또한 “다시 노조와 단체협상을 진행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12월 모의진료, 3월 정상개원을 앞두고 있다. 수시로 노조와 단체협상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사 교섭이 진전되지 않는 가운데 성남시의 역할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크다. 21일 낮 성남시청 앞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 참석한 노동조합 및 지역 시민단체들은 “전국 최초로 주민 발의를 통해 설립되는 성남시의료원은 성남시의 출연기관으로 성남시의 관리·감독기관을 받고 있는 곳”이라며, “성남시의료원의 노사관계 파탄에 대해 은수미 성남시장은 책임 있는 역할을 다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날 기자회견은 순탄하게 진행되지 못했다. 성남시 공무원의 방해가 있었기 때문이다. 김형식 보건의료노조 조직2실장은 “기자회견이 시작되자마자 성남시 공무원이 수십 명이 몰려나와 업무에 방해된다는 이유로 기자회견 진행을 방해했다”며, “농성천막을 설치하긴 했지만, 그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