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과 관행들에 물음표를 던져 콕콕 찔러보려 합니다.
#1. ‘사장님이 아파서 당분간 쉽니다. -○○커피’ 집 앞 카페에 종이가 붙었다. 사장님이 아프면 문을 닫아야 하는 가게. 자본이 노동하는 곳. 아르바이트생을 한 명 둔 영세 사업장이다. ‘얼마나 쉬게 될까?’, ‘그래도 사장님이니깐 이렇게 아픈 것도 말 할 수 있구나’ 그러다 알바생 걱정이 앞섰다. 뜻밖의 휴가에 알바생은 좋아했을까? 아니면 당장에 생활비가 줄어서 단기 알바를 찾아야 했을까? 알바생은 친구들에게 “사장님이 아파서 당분간 일을 못하게 됐다”고 말하고 있지는 않을까?
쓸 데 없는 남 걱정이 꼬리를 물다가 학창시절 배웠던 알튀세르가 떠올랐다. 그는 세상을 ‘말해진 것’과 ‘말해지지 않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말해지지 않는 것’을 보면 권력이 감춘 진실을 알 수 있단다. 결국, 사안의 이면을 꿰뚫어 보라는 얘기다. 최근 주변의 ‘말해지는 것’들에 대해 생각해봤다.
#2. ‘공무직은 사회적 약자가 아니다.’ 22일 열린 ‘서울시 공무직 차별금지 조례안(서울시 공무직 채용 및 복무 등에 관한 조례안)’ 공청회에서 공무원노조 측은 “서울시 공무직들은 사회적 약자가 아니”라며 “조례안은 과도한 특혜”라고 주장했다. 이 말은 ‘사회적 약자’를 둔 노조의 목소리만이 정당하다는 뜻으로 ‘오해’를 살 수 있다. 그런데 노동조합은 그야말로 ‘노동자의 것’이어서 연봉이 얼마가 됐든 어제보다 나은 처우를 요구할 수 있지 않았던가?
양대 공무원노조는 올해부터 공무원보수위원회를 꾸리고 내년도 임금 인상과 자녀 학자금 등의 복지를 요구해왔는데, 이 또한 공무원 노동자가 ‘사회적 약자’여서가 아니라 ‘노동자’여서 얻은 권리다. ‘바닥’의 기준은 계속해서 내려 갈 수 있다. ‘공무원은 사회적 약자가 아니다’ 똑같은 논리로 공무원의 처우 개선도 가로 막힐 수 있다.
#3. ‘기업 규모 간 임금과 복지의 격차가 완화됐다.’ 고용노동부는 21일 ‘2018 회계연도 기업체노동비용조사’ 결과, 지난해 300인 미만 기업의 노동비용(기업이 상용노동자 1명의 고용을 유지할 때 드는 비용)이 300인 이상 기업의 67.7% 수준으로 2.1%p 올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자리의 질을 좌우하는 퇴직급여나 주거비, 자녀학비보조금 등은 여전히 대기업의 반 토막 수준에 그쳤다. 특히나 직장 내에서 배울 수 있는 기회는 300인 미만 기업은 300인 이상 기업의 7분의 1로 쪼그라들었다. 산업별로는 전기와 가스, 증기 및 수도 사업의 노동자의 ‘비용’이 사업시설관리, 사업지원서비스업(건물관리·청소·경비·경호업 등) 노동자의 것의 3배를 조금 넘었다. 정부야 우리 사회가 보다 더 나아진 것을 강조하고 싶었겠지만, 우리네 삶의 격차는 오늘도 공고하다.
#4. ‘그래서 조국이 잘못한 게 뭐야?’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내정 된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말’들이 쏟아지고 있다. 정치권은 물론 언론에서도 내내 말들을 쏟고 있다. 어지러울 지경이다. 누군가는 실망감과 분노를 말하고, 또 누군가는 몇몇 사실들에 교묘하게 끼워넣은 가짜뉴스를 비판한다. 문제는 '내 생각'이다. 미디어를 통해 보고 들은 것을 마치 자신의 생각인 것처럼 따라하는 것을 ‘패로팅(Parroting)’이라고 한다. 패롯(Parrot)은 앵무새다. ‘말해진 것’의 이면에서 ‘말해지지 않는 것’을 찾지 못한다면, '패롯'이 되기 십상이다. 외면하고 싶을지라도 우리가 '보다 진실의 것'을 찾아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