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불법파견 문제, “제발 법대로 해결해 달라”
현대기아차 불법파견 문제, “제발 법대로 해결해 달라”
  • 손광모 기자
  • 승인 2019.08.28 17:46
  • 수정 2019.08.28 17: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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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판결 포함해 11차례 불법파견 인정에도 15년째 해결 안 돼
김수억 지회장, 불법파견 시정 요구하며 31일째 단식 중 ... "재벌 앞 정의 사라져"
8월 28일 오전 11시 30분 국회 정론관에서 발언하는 김수억 금속노조 기아자동차비정규직지회 지회장.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문재인 대통령과 고용노동부에 요구합니다. 제발 법대로 해주십시오. 문재인 대통령과 고용노동부 장관이 두 세 차례 약속했듯이 법원 판결 기준대로 현대기아차의 불법파견을 직접고용 명령해주십시오. 이것을 한 달 넘게 곡기를 끊으면서 요구해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1심 판결도 나지 않았던 만도헬라, 파리바게뜨 등에 작년 고용노동부가 직접고용 명령을 했습니다. 그런데 11번이나 불법판결이나 현대기아차 앞에서는 왜 직접고용을 명령하지 않습니까? 재벌 앞에서 정의가 사라졌습니다. 재벌 앞에서 정부가 약속했던 직접고용 명령조차도 멈춰버렸습니다.”

김수억 금속노조 기아자동차비정규직 지회장의 말이다. 고용노동부(당시 노동부)가 2004년 처음으로 현대기아차의 불법파견을 인정한 지 15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직접고용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다. 130개 시민단체와 노동조합, 정치권은 제발 법대로 불법파견 문제를 처리해 달라고 외치고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위원장 김호규, 이하 금속노조)과 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투쟁, 여영국 정의당 의원은 8월 28일 11시 30분 국회 정론관에서 ‘불법파견, 최저임금 문제해결촉구 국회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현대기아차 불법파견 직접고용 명령’을 요구하며 지난 7월 22일부터 단식에 돌입한 김수억 지회장과 130개의 시민단체를 대표해 조현철 예수회 신부도 참석했다. 김 지회장의 단식은 오늘(28일)로 31일째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들은 “법원 판결대로 불법파견을 시정하여 문재인 정부가 했던 약속을 지켜라”고 주장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 “10대 재벌 비정규직 49만 명 중에서 사내하청이 40만 명에 이르고 있다. 사내하청은 대부분 상시적, 지속적 일자리이고 불법파견이다. 현행법대로만 해도, 10대 재벌의 비정규직 일자리 40만 개를 정규직으로 전환할 수 있다”며, 불법파견 근절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더불어 2018년 문재인 정부가 구성한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도 현대기아차의 불법파견 문제에 대해 “법원 판결대로 즉각 직접고용 시정명령을 할 것”을 권고했다. 김영주 전 고용노동부 장관은 권고 사항을 성실히 이행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하지만 임기 내에 해결하지 못하자 유감이라는 입장을 표명하고 인수인계를 확실히 할 것을 약속했다.

사법적으로도 11차례 현대기아차의 불법파견을 인정했다. 대법원 판단도 두 차례나 있다. 2010년 7월 22일 대법원은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직접생산공정(의장)의 사내하청 노동자에 대해 불법파견임을 선고했고, 이어 2015년 2월 26일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모든 공정의 사내하청 노동자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불법파견을 확인했다.

왼쪽부터 조현철 예수회 신부, 김호규 금속노조 위원장, 여영국 정의당 의원, 김수억 기아자동차비정규직 지회장.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어영국 정의당 의원은 “불법파견 판정을 받고 정규직으로 전환하라는 대법원 판결을 받고도 10년째 이행되지 않고 있다”며, “대한민국 사회가 정부에 관계없이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정부에 이르기까지 불법파견이라는 법원 판결이 이행되지 않는 참혹한 현실에 살고 있다”고 말했다.

김호규 금속노조 위원장은 “우리시대의 노동존중이 2019년 여름에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는지는 김수억 동지의 얼굴을 잘 봐주셨으면 좋겠다. 몸무게가 한 달 만에 15Kg이나 빠졌다. 이것이 노동존중 사회의 비정규직 노동자의 얼굴이다. 참혹하다”며, “이것이 문재인 정부의 노동존중이라면 분노와 울분으로 함께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조현철 예수회 신부는 “정부는 일제 강제징용 피해에 관한 우리 대법원 판결을 무시하는 일본에 맞서 정면 대결을 하고 있다”며, “다만 그런 원칙은 동일하게 적용돼야 한다. 현대기아차 불법파견에 대한 대법원 판결도 똑같이 존중하고, 고용노동부는 직접고용 명령을 해야 한다. 일본정부에도 요구하는 걸, 국내기업에는 왜 못하는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덧붙여, 조 신부는 8월 30일부터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1박 2일간 동조단식과 텐트농성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한편, 국회 기자회견과 관련한 내용으로 오후 2시 30분 서울고용노동청에서는 “불법파견 철폐! 원청 사용자성 쟁취! 최저임금 개악저지!” 금속노조 비정규직 결의대회가 열린다. 또한, 오늘(28일) 오후 2시부터 서울 시내곳곳에서 금속노조의 재벌개혁 집중투쟁이 진행된다. 오후 4시 30분에는 약 5,000명의 금속노조 조합원이 광화문에 모여 본 대회를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