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경영평가, 어떻게 고쳐 쓸까?
공공기관 경영평가, 어떻게 고쳐 쓸까?
  • 손광모 기자
  • 승인 2019.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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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현행 경영평가
지나친 보수 연동… 문제 있어도 포기 못해

커버스토리② 공공기관 경영평가의 문제점

공공기관 경영평가가 왜?

2018년도 공공기관은 338개였다. 그 중 경영평가 대상은 총 128개. 약 1/3이 공공기관 경영평가의 대상이다. 매년 공공기관 경영평가가 발표될 즈음이 되면 언론은 연일 공공기관의 적자 규모와 방만경영에 대한 날선 비판을 내놓는다. 국민들의 눈초리도 시리다.

공공노동자는 국민들의 시린 눈초리가 억울하다. 공공기관 경영평가가 공공기관의 공공성을 평가하기에 부족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공공기관 경영평가는 그 목적에 맞게 설계돼 운영되고 있는 걸까? 공공기관 경영평가가 안고 있는 문제점은 뭘까? <참여와혁신>은 바로 여기에 주목해봤다.

여름이 시작될 즈음, 공공기관들을 향한 세간의 시선은 뾰족하다. 매년 6월 20일이면 공공노동자들은 작년 경영평가 결과에 따라 많게는 천만 원에 이르는 성과급을 받는다. 가뜩이나 ‘신의 직장’에 다니는 공공노동자들에게 성과급을 주다니. 심지어 적자를 냈는데도?! 언론에 보도되는 “최악의 실적”과 “성과급 돈 잔치”라는 절묘한 단어의 간극은 부정적 여론에 힘을 보탠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공공기관은 국민적 ‘욕받이’ 신세다. 신뢰도도 바닥을 긴다. 한국행정연구원에서 2018년 12월 발표한 행정기관 신뢰수준에 대한 연구를 보면 공기업을 신뢰하고 있다고 응답한 국민은 12.4%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동시에 국민들은 공공기관에 대한 기대의 끈도 놓지 않는다. 다음세대정책실험실(LAB2050)에서 2019년 7월 발표한 ‘공공기관의 사회적 가치 실현: 포용국가 시대의 조직 운영 원리’ 보고서(이하 ‘LAB2050 보고서’)를 보면, 사회적 가치를 우선적으로 실현해야 할 주체로 공공기관을 1순위(34.40%)로 꼽았다. 결국 국민들이 공공기관에 대한 부정적 시선을 가지는 이유는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라는 기대와는 영 딴판으로 공공기관이 운영되고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공공기관의 사회적 가치의 실현,
‘효율성’보다는 ‘공공성’

그렇다면 국민들이 공공기관이 실현하기를 기대하는 사회적 가치의 내용은 무엇일까? 공공기관은 광의의 의미에서 ‘개인의 이익이 아닌 공적인 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기관’으로 정의된다. 단지 공익을 위한다는 두루뭉술한 서술이다. 하지만 법률에도 공공기관의 목적은 명확하게 규정돼 있지 않다.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에 “공공기관의 대국민 서비스 증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정의돼 있을 뿐이다. 공익이 무엇인지, 대국민 서비스 증진이 어떤 내용으로 담길지는 빈 그릇과 같은 상태다.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제1조>

제1장 총직
제1조(목적)

이 법은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과 자율경영 및 책임경영체제의 확립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정하여 경영을 합리화하고 운영의 투명성을 제고함으로써 공공기관의 대국민 서비스 증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

이와 관련해 LAB2050 보고서는 “그동안 공공기관들은 다양한 법제와 정부의 요구사항에 맞춰 효율성과 효과성을 중시하는 전통적 행정론과 신공공관리론에 맞춰 조직을 운영해 왔다. 그 결과 민주성과 형평성 측면에 대해 소홀해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으며, 공공기관들이 이 가치들을 회복하고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라영재(2018), ‘공공기관 경영평가제도 개편 방안’, ‘LAB2050 보고서’에서 재인용)고 지적했다.

그동안 공공기관이 추구하는 목적 자체가 정권의 입김에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지적이다. 동시에 한국 사회에서 일어났던 일련의 변화로 국민이 공공기관에 바라는 가치가 효율성과 효과성에서 민주성과 형평성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을 설명한다. 이러한 변화를 가장 극적으로 나타내주는 사건이 바로 촛불혁명을 통한 문재인 정권의 탄생일 것이다.

2014년 6월 당시 국회의원이었던 문재인 대통령은 ‘공공기관의 사회적 가치 실현에 관한 기본법안’을 발의해 공공기관의 목적을 사회적 가치 창출로 정의하려 했던 적이 있다. 이 법안은 사회적 가치를 “사회적·경제적·환경적·문화적 영역에서 공공의 이익과 공동체 발전에 기여하는 가치”라고 정의하고 구체적인 항목을 나열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4년 6월 국회의원 시절 대표 발의한 ‘공공기관의 사회적 가치 실현에 관한 기본법안’ 제3조 제1항>

1. “사회적 가치”란 사회적·경제적·환경적·문화적 영역에서 공공의 이익과 공동체 발전에 기여하는 가치로서 다음 각 목의 내용을 포괄하는 가치를 말한다.

가.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하는 기본권리로서 인권의 보호

나. 재난과 사고로부터 안전한 근로·생활환경의 유지

다. 건강한 생활이 가능한 보건복지의 제공

라. 노동권의 보장과 근로조건의 향상

마. 사회적 약자에 대한 기회제공과 사회통합

바. 대기업, 중소기업 간의 상생과 협력

사. 품위 있는 삶을 누릴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

아. 지역사회 활성화와 공동체 복원

자. 경제활동을 통한 이익이 지역에 순환되는 지역경제 공헌

차. 윤리적 생산과 유통을 포함한 기업의 자발적인 사회적 책임 이행

카. 환경의 지속가능성 보전

타. 시민적 권리로서 민주적 의사결정과 참여의 실현

파. 그 밖에 공동체의 이익실현과 공공성 강화

당시 법안 통과에는 실패했지만, 대통령 당선 이후 문재인 정부는 2018년 3월 ‘정부혁신 종합 추진 계획’에서 정부 운영 기조를 사회적 가치 중심으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또한 기획재정부는 2018년에 ‘사회적 가치실현을 위한 정책방향 지침’을 발표하면서, 사회적 가치를 ‘공공의 이익과 공동체 발전에 기여하는 가치’로 인식하고, ‘사회적’이라는 말을 ‘여럿이 함께(Societas)’와 ‘공익적(Public)’이라는 의미로 정의했다. 공공기관의 목적을 ‘사회적 가치 실현’으로 다시 정의한 것이다.

현재의 공공기관 경영평가, 공공성을 담보할 수 있는가?

실제 문재인 정부에 들어오면서 공공기관의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방안들이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많이 담겼다. 대표적으로 ‘사회적 가치 실현’이라는 지표가 경영평가 항목에 추가된 것이다. 하지만 <참여와혁신>이 만나본 전문가들은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 문재인 정부로 오면서 긍정적으로 변화한 부분이 있지만, 경영평가 제도가 공공기관의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작동하기에는 문제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공공기관 경영평가 제도는 1984년 <정부투자기관관리기본법>이 제정되면서 도입됐다. 이 법의 제정으로 정부가 예산이나 사업계획 등을 통해 공공기관의 운영을 사전에 통제하는 형식에서 벗어나 경영 중심의 사후 성과관리 체계로 변경됐다.

이러한 변화로 경직된 정부기관의 운영에서 벗어나 공공기관의 경영 자율성이 증대되었지만, 동시에 공공기관의 경영을 객관적으로 평가해야 할 필요성이 생겼다.

결국 공공기관 경영평가 제도는 자율 경영과 책임 경영의 장력을 유지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다. 세계 거의 모든 나라에서 공공기관의 경영평가 제도를 실시하지만 구체적인 시행 양상은 천차만별이다.

전문가들은 현행 경영평가 제도의 문제점으로 ▲공공기관 특성을 무시한 일률적인 평가 ▲짧은 평가 주기로 인한 단기적 목표에 매몰 ▲과도하게 많은 평가 ▲경영평가와 성과급의 연동 등 크게 4가지를 지적했다.

① 공공기관 특성을 무시한 일률적인 평가

영국이나 프랑스, 스웨덴과 같은 해외 주요국의 공공기관 경영평가는 기관 유형에 따라 다르게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는 5개 경영평가 대상(시장형 공기업, 준시장형 공기업, 기금관리형 준정부기관, 위탁집행형 준정부기관, 기타(강소형)공공기관)에 대해 가중치만 다를 뿐 모두 대동소이한 평가 항목을 사용한다.

김철 사회공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준정부기관을 따로 나눠놨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공기업 중심으로 경영평가가 이뤄진다”며, “준정부기관은 돈 버는 기관이 아니고 정부 사업을 위탁받아서 수행하는 기관인데, 평가지표는 공기업과 비슷하게 수익성이나 효율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며, 문재인 정부 들어서서 나아진 점도 있지만 여전히 공기업 중심으로 바라보는 지표가 많다”고 지적했다.

유사한 지표를 사용하다 보니 수익성이 전혀 중요하지 않은 준정부기관까지 기관의 목적과 맞지 않은 수익성을 쫓아가야 한다는 의미다.

② 짧은 평가 주기로 인한 단기적 목표에 매몰

또 다른 지적은 짧은 평가 주기에 있었다. 현재 공공기관 경영평가는 1년마다 진행된다. 가령 2019년도 경영평가는 2018년도 11월에 만들어진 평가편람에 따라 2020년도에 진행된다.

각 공공기관은 2018년도에 만들어진 평가편람에 따라 2019년 한 해 사업을 진행하고, 2020년도에는 한 해 실적을 평가받는 구조다.

박용철 한국노동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항상 약점으로 제기되는 것이 단기성과에 매몰되는 문제다. 1년 평가를 하기 때문에 가시적인 것에만 집중하는 문제가 생긴다. 중장기적 목표를 세워 3~5년 계획을 가지고 실현해 나가는 게 필요하고 그런 구조로 나아가야 하는데, 당장 기관장의 임기도 그 정도가 아니어서 장기적 성과를 보여주기 어렵다. 그렇다 보니 평가도 단기성과에 매몰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일반 기업에서도 문제로 지적되는 부분이지만 공기업 역시도 그렇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공기업은 그래도 공공성을 중장기적으로 추구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③ 과도하게 많은 평가항목과 평가

경영평가를 제외하고도 공공기관은 감사원 감사와 소관 부처의 내부 평가를 거친다. 평가받다가 1년이 훌쩍 지난다는 관계자들의 말이 예삿말은 아니다. 또한 매년 구체적인 평가의 지표가 바뀌고 추가되는 형국이다. 경영평가 제도는 공공기관의 자율성을 증진하기 위한 제도인데, 너무 세세한 평가 항목을 도입하면서 역으로 정부의 통제 수단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성시경 한국조세재정연구원 공공기관연구센터 평가연구팀장은 “심지어 국회에서 많은 입법이 이루어질 때 ‘이 사항을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반영하여 정책의 효율성을 높이도록 하겠다’는 언급이 꼭 따라붙는다. 경영평가에 있어서 정부 정책의 이행 정도, 예를 들어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 LED를 얼마나 썼는지가 평가항목으로 등장한다. 지구 온난화 대비하기 위해서 에너지와 관련된 여러 가지 쟁점이 있는 상황에서 과연 그런 부분을 무시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④ 경영평가와 성과급의 연동

1년 단위의 촉박한 시간에 수많은 평가항목을 보는 경영평가를 공공기관 노동자들이 수용하는 이유는 경영평가와 연계된 성과급 때문이다. 많게는 천만 원이 넘어가는 과도한 경영평가 성과급 때문에 실제로 기관에 도움되지 않은 정책일지라도 ‘평가를 잘 받기 위해서’ 수행하는 것이다. 앞에서 지적한 것처럼 경영평가와 관련한 여러 가지 폐해가 있지만 개선되지 않고 여태껏 존속해온 결정적 이유다.

성시경 평가연구팀장은 “우리나라는 평가 자체에 상당히 많은 관심과 인력과 자원이 투입되고 있다. 평가에 대해서 상당히 민감하다. 이는 평가 결과를 성과급이나 인사 등 책임의 문제로 같이 연결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용철 선임연구위원은 “성과급이 임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일반 기업에서도 10% 내외인데 현재 공공기관에서는 비중이 20~30%”라고 지적했다. 성과급이 전체 임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과도하기 때문에 공공기관 노동자들은 경영평가 기준이 비합리적이어도 평가를 위한 평가를 준비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김철 선임연구위원은 “노동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성과급 비중이 워낙 커서 많이 받으면 1년에 1,200만~1,300만 원을 받을 때도 있다. 조금만 하면 1,200만 원 공돈이 생기는데, 한 번 받게 되면 월급과 비슷하게 보수라고 생각하게 된다. 지금 공기업 같은 경우에는 ‘경영평가로 통제한다’, ‘효율성, 공공성을 무시한다’고 문제제기를 하지만, 조합원들은 결국 자기가 받는 게 있으니까 문제라고 하면서도 포기하지 못하는 것”이라며 성과급 자체가 공공기관 노동자가 추구하는 목적 중 하나가 됐다고 설명했다.

김철운 공공운수노조 공공기관사업팀장도 “경영평가 성과급이 공공서비스를 실제로 만드는 경영진과 해당 노동자들에게 가장 큰 당근책이 됐다. 이건 좀 문제가 있다. 일정한 보상은 필요하지만 돈이 가장 강력한 유인책이 돼버린 것이다. 공공기관 노동자들이나 경영진들을 꼭 돈으로 꼬드기는 것 같지 않은가. 자발적으로 공공서비스에 대한 사회적 책무 때문에 자기가 맡은 일을 열심히 하는 것과 잘하면 돈을 더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일하는 것은 다르지 않느냐?”고 이야기했다. 공공기관 경영평가와 성과급의 과도한 연동이 공공성이라는 사회적 가치를 담보하지 못하게 하는 기제로 작용한다는 뜻이다.

경영평가, 어떻게 고쳐 써야 좋을까?

김철운 공공기관사업팀장은 경영평가를 ‘필요악’이라고 말한다. 많은 전문가들도 경영평가의 문제점이 많지만 버릴 수는 없는 제도라는 데 공감했다. 650조 원에 달하는 막대한 국민 세금이 투입되는데 아무런 견제장치 없이 공공기관 자율에만 맡기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어떤 내용으로, 어떠한 방식으로 공공기관을 평가하는지다. 현재의 평가 방식이 문제가 있다면 어떤 식으로든 고쳐 쓰는 게 맞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경영평가 방식이 개선되려면 무엇보다 먼저 기획재정부의 입김에 의해 공공기관의 운영이 좌지우지되는 평가 구조를 개편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철 선임연구위원은 “사전적 통제에서 사후적 통제로 바뀌면서 경영평가 도입이 이뤄졌다. 사전적으로 통제할 때는 소관부처가 마음대로 해도 되는데 이 경우 비합리적이고 문제가 많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부드러운 사후적 통제 방식으로 바뀐 것이다. 그래서 법적인 목적보다는 공기업을 통제하려는 목적이 있었다고 보면 될 것이다. 다른 지배구조와 연결돼 있는 문제이기도 하지만 실질적으로 쥐고 흔들 수 있는 게 예전에 비해 지금은 많이 사라졌다. 하지만 지금도 감사원의 감사와 기획재정부의 예산편성 지침, 그리고 경영평가가 계속 순환되면서 통제의 틀을 이루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용철 선임연구위원은 “근본적 차원에서 전면 개편이 필요하다. 근본적 차원은 건드리지 않으면서 단순히 평가를 위한 평가를 하고 있기 때문에 그 자체로 한계가 있다. 공무원 집단이든 공공기관이든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에서 고정적으로 잡고 있는 게 있다. 그걸 지키면서 할 수 있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그건 손도 안 대고 총액임금제니 정원제니 하면서 지엽적인 것만 가지고는 제대로 된 개혁이 안 된다. 근본적인 것과의 병행이 없으면 바뀌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제대로 된 경영평가는 어쩌면 단순할지도 모른다. 공공기관 경영평가 제도의 본질인 ‘자율 경영’과 ‘책임 경영’을 제대로 보장하고, 공공기관은 거기에 대한 합당한 책임을 지게 하는 것이다. 많은 국민들이 공공기관이 ‘사회적 가치’를 제대로 이행하는지 궁금해 한다면 공공기관 경영평가의 기준과 내용도 그에 부합하는 수준인지 지속적인 물음을 던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