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치면 선진화, 분리하면 후진화?”
“합치면 선진화, 분리하면 후진화?”
  • 정우성 기자
  • 승인 2008.08.12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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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공·토공 통합에 토공노조 강하게 반발...총력투쟁 결의대회 열려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 방안’ 1차 발표로 주택공사와 통합이 가시화된 한국토지공사노동조합이 정부 발표에 거세게 반발하며 통합 저지를 위해 총력 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한국토지공사노동조합(위원장 고봉환)은 12일 오후 정부과천청사 앞 운동장에서 천여 명의 조합원이 참가한 가운데 ‘토공·주공 통폐합 결사저지를 위한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열었다.

 

▲ 한국토지공사노동조합 조합원들이 토공·주공 통폐합 결사저지를 위한 총력투쟁 결의대회에 참석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이현석 기자


이 자리에서 고 위원장은 대회사를 통해 “이 정권이 위험한 도박을 하고 있다”며 “공기업 선진화를 위해서는 정부가 공부를 했어야 하는데 아무런 준비도 없이 토공과 주공의 통폐합을 발표한 것은 무책임하고 무모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어 “밀실에서 비겁하게 하지 말고 진정한 선진화가 무엇인지 공개된 자리에서 당당하게 토론하자”며 정부 측에 공개토론회를 제안했다. 또 통합에 찬성하고 있는 주택공사에 대해서도 “주택공사의 주장이 정당하다면 나와서 이야기하자”고 제안했다.

연대발언에 나선 인천국제공항공사노동조합 강용규 위원장은 “정부가 교육부와 과학기술부를 합쳐서 교육과학기술부를 만들었는데 이 부서가 도대체 교육을 하는 부서냐 과학을 하는 부서냐”며 “합치면 선진화고 분리하면 후진이냐”며 정부 논리의 단순성을 지적했다.

이 자리에서는 조합원들의 자유발언도 있었다. 청라·영종 사업본부 박정모 조합원은 “국민들께서 잘못 알고 계신데 토지공사는 신의 직장이 아니다”라며 “입사하고 5년 동안 거의 매일 9시 넘게 야근해서 가정이 파탄날 지경”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푸른 기와집 밑에 계신 분이 지난번에 방송에 나와서 국민을 섬기겠다고 했는데 토공직원들은 국민이 아니냐”며 “밀실에서 자기 생각대로만 결정하지 말고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며 정부를 비판했다.

 

▲ 한국토지공사노동조합 지도부와 지부장들이 삭발 이후 결의를 다지고 있다. ⓒ 이현석 기자
▲ 노조 간부가 삭발을 단행하고 눈물을 훔치고 있다. ⓒ 이현석 기자


이후 김덕철 노조 부위원장과 경기·인천지부 김영준 지부장 등 상집 간부들과 지역 지부장 10여명의 삭발식이 거행되었다. 이미 한번 삭발을 했었던 고 위원장은 삭발식이 거행되는 동안 “나 한명으로 끝나지 못해 송구스럽다”며 조합원에게 사과했다.

참가자들은 투쟁결의문을 통해 “정부가 토공·주공 통합을 마치 선진화, 개혁인냥 밀어붙이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것이고 실용도 효율도 아닌 시대착오적 퇴보일 뿐”이라며 “토지공사 노동조합은 끝까지 졸속통합을 저지하기 위해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삭발식을 마친 후 고 위원장과 김 부위원장 등 지도부 3인은 기획재정부 장관을 면담하고 항의서한을 전달하기 위해 과천정부청사를 찾았지만 장·차관이 모두 자리에 없어 기획재정부 장영철 공공정책국장을 만나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 노조 지도부가 기획재정부 장영철 공공정책국장을 만나 항의서한을 전달하고 있다. ⓒ 이현석 기자

한편 이날 토공 노동조합은 정부의 토공·주공 통폐합에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한 한국노총을 항의방문하기로 계획했으나 집회시간이 길어지면서 다음날로 연기했다.

최형균 노조 조직협력국장은 “한국노총이 양사의 통합에 재대로 된 의견을 내지 않고 침묵하는 것은 정부의 방안에 동조한다는 것”이라며 “지난 10일 한나라당과 만나서 정책협의를 했다고 하는데 그 자리에서 아무런 코멘트가 없었다는 것은 결국 찬성한다는 것 아니냐”며 언성을 높였다.

이어 “양사 통합에 한국노총은 찬성하고 민주노총은 반대했었다는 언론기사가 있었다”며 “노조 내에서는 도대체 한국노총이 왜 필요하냐는 의견이 다수를 이루고 있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