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은 올리면서 한국인 노동자는 감원?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은 올리면서 한국인 노동자는 감원?
  • 임동우 기자
  • 승인 2019.08.29 17:57
  • 수정 2019.08.29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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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 한국인 노동자 74명 해고 통보에 이어 하청 전환 계획까지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 “노동권보다 기본권이 우선, 감원과 외주화 철회시킬 것”
28일 평택 캠프 험프리스 앞에서 열린 '감원 및 하청계획 분쇄 결의대회'ⓒ 참여와혁신 임동우 기자 dwlim@laborplus.co.kr
28일 평택 캠프 험프리스 앞에서 열린 '감원 및 하청계획 분쇄 결의대회'
ⓒ 참여와혁신 임동우 기자 dwlim@laborplus.co.kr

“인건비 지원금은 늘어나는데 도대체 왜 대량 감원과 하청 전환이라는 말도 안 되는 일들을 벌이는 겁니까? 주한미군은 불법적 조치에 대해 명확한 답을 내놔야 할 것입니다.”

28일 평택 험프리스 정문 앞에서 전국주한미군한국인노동조합(위원장 최응식)이 주한미군의 403야전지원여단(403d AFSB) 한국인 노동자 감원과 하청 전환 조치에 반대하는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날 행사에는 김주영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과 박종호 전국외국기관노동조합연맹 위원장이 함께 했다.

방위비 분담금은 UP, 한국인 노동자 처우는 DOWN

2019년 2월, 한미양국 간 방위비 분담금은 전년대비 8.2% 오른 1조 389억원으로 협상됐다. 방위비 분담금은 ‘인건비·군사건설비·군수지원비’로 나뉘는데, 이중 인건비는 2018년 기준 3,800여억 원에서 2019년 기준 5,005억 원이 배정됐다. 현재 주한미군 한국인 노동자 임금의 88%를 방위비 분담금 중 인건비 항목에서 지원하고 있으며, 나머지 12%는 미국 정부가 부담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방위비 분담금 인건비 항목에서 주한미군 한국인 노동자 임금을 100% 지원하는 방안에 대해 거부한 바 있다.

전국주한미군한국인노동조합(위원장 최응식, 이하 노조)은 “주한미군은 집행기간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군인식당소속 한국인 노동자 74명 감원과 200여 명의 근무시간 축소를 일방적으로 조합에 통보했고, 여기에는 내년 10월까지 파견업체 'ㄱ사'의 비정규직 직원으로 전환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고 밝혔다.

노조는 현재 인건비가 한국인 노동자의 임금 지원 및 정규직 고용안정에 기여하는 상황에서 주한미군이 감원 및 하청 전환을 시도하는 이유에 대해, 정규직 노동자를 하청 전환하여 한국인 노동자의 임금을, 100% 마음대로 활용할 수 있는 군수지원비로 대체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노조는 “군수지원은 매우 포괄적일 뿐만 아니라 하청 용역 파견을 인정하는 항목이라, 이를 악용할 시 수천 명의 한국인 노동자 정규직 일자리를 비정규직 하청 파견으로 전환할 수 있다”며 “하청 전환 시 주한미군은 직속 운영에 비해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하게 됨에도 불구하고 하청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하청회사만이 이익을 챙기게 되는 비합리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왜 하필, 파견업체 ㄱ사?

지정 파견업체가 왜 하필 ‘ㄱ사’로 선정되었는지에 대한 의문은 지속되고 있다. 노조는 “국민, 한국 정부, 주한미군 한국인 노동자들 모두가 피해보는 상황에서 유일하게 파견업체인 ‘ㄱ사’만이 이득을 본다. 주한미군의 건설 및 하청 용역은 그동안 비리의 온상이었다”며 “이 계획은 방산비리와 다를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과거 주한미군 한국인 노동자 직고용시 외국어 능력 테스트 등을 진행한 반면, 파견업체 ‘ㄱ사’의 구인광고 모집요강 및 우대사항에서는 ‘인근거주자 우대’를 빼놓고는 모든 요건에서 ‘무관’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노조 관계자는 이에 대해 “미군부대 식당에서 기본적인 외국어 테스트도 하지 않는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주한미군의 식사를 담당하는 인력이 검증조차 되지 않고 무분별하게 채용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파견업체 'ㄱ사' 채용정보
파견업체 'ㄱ사' 채용정보 ⓒ 전국주한미군한국인노동조합

 

방위비 분담금, 소요충족형으로 제도 개선하라

노조는 “수십 년 동안 방위비분담금 협상에서 소요충족형 제도로의 개선을 주장해왔다”며 “현재 군수와 부대유지에 종사하는 한국인 직원 수가 3,000여 명에 이르는데, 제도 개선이 되지 않는다면 모든 업무를 하청전환 할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최응식 전국주한미군한국인노동조합 위원장은 투쟁사를 통해 “인건비를 배정하고도 대량감원을 한다면, 주한미군에 배정된 인건비가 사용되지 않아도 돌려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 국민의 혈세는 어떻게 쓰이는 것이냐”며 “정당하고 합리적인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투쟁을 멈추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어 박종호 전국외국기관노동조합연맹 위원장은 “주한미군이 정리해고를 기획한다면 대한민국 정부가 막아야 한다. 정부 노동정책 중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가 있는데, 주한미군 한국인 노동자들이 공공노동자들과 무엇이 다르냐”며 이번 감원 및 하청 전환에 대한 백지화를 강력히 주장했다.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은 “지출과 결산액이 불분명하여 세금이 분담금 지급에 펑펑 쓰이는 구조가 총액형 분담금 제도다. 비록 한미 주둔군 협정으로 인해 노동기본법이 온전히 보장받지 못하고 있지만, 노동법보다 우선시 해야하는 것이 인간의 기본권”이라며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야 하는 건 문구 몇 줄이 제한할 수 없다. 생존권과 기본권을 지키기 위해 노동의 질을 저하시키는 대량 감원, 불법 하청을 널리 알리고, 감원과 외주화 계획을 반드시 철회시키기 위해 함께 하겠다”고 밝혔다.

노조는 다음달 4일 캠프 험프리스 정문 앞에서 ‘감원 및 하청계획 분쇄 결의대회’를 이어갈 예정이다.

28일 평택 캠프 험프리스 앞에서 열린 '감원 및 하청계획 분쇄 결의대회'ⓒ 참여와혁신 임동우 기자 dwlim@laborplus.co.kr
28일 평택 캠프 험프리스 앞에서 열린 '감원 및 하청계획 분쇄 결의대회'
ⓒ 참여와혁신 임동우 기자 dwlim@laborplu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