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에게 보내는 편지] 평가의 이유
[독자에게 보내는 편지] 평가의 이유
  • 최은혜 기자
  • 승인 2019.08.30 17:05
  • 수정 2019.08.30 09: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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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는 언제나 두렵습니다. 특히나 평가에 대한 결과가 나올 때는 더욱더 두렵습니다. 시험을 보는 날도 두렵지만 시험 성적이 나오는 날이 더 두려운 것처럼 말입니다. 공공기관은 매년 경영에 대한 평가를 받습니다. 평가 결과는 매년 6월 20일경 언론을 통해 보도됩니다. 이 결과를 통해 기관장에 대한 인사 조치와 구성원에 대한 성과급이 결정됩니다. 공공기관에서는 일 년 중 가장 큰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주목하고 싶었습니다. 매년 6월이 되면 공공기관의 적자에 대한 비판과 올해 기관이 받을 성과급이 얼마인지에 대한 기사가 쏟아지는데 ‘단지 그렇게만 볼 수 있는 문제인가?’에 대한 궁금증에서 출발했습니다. 물론 쉬운 여정은 아니었습니다. 만나는 사람마다 “너무 어렵고 큰 것을 건드렸다”고 했습니다. 그럼에도 포기할 수는 없었습니다. ‘공공’기관에 대한 평가였기 때문입니다.

평가는 왜 받는 것일까요? 교육학에서의 평가는 교사와 아동이 어떤 교과에 대하여 학습의 효과, 발달 등을 측정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공공기관 경영평가의 목적은 경영을 합리화하고 운영의 투명성을 제고함으로써 공공기관의 대국민 서비스 증진에 기여하기 위함입니다.

공공(公共)은 사회의 일반 구성원에게 공동으로 속하거나 두루 관계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공공기관은 국가의 감독 아래 일반 사회의 여러 사람과 관계있는 일들을 처리합니다. 그러니까 공공기관이 하는 일은 우리 삶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이고 공공기관 경영평가가 공공기관과 공공노동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나의 삶’의 문제인 것입니다.

이번 호를 기획하며 ‘공공기관 경영평가는 뭐가 문제인지’에 대한 다양한 얘기를 들었습니다. 정권에 따라 변하는 사회적 가치와 기획재정부 주도의 관리에 대한 대답이 주를 이뤘습니다. 이 내면에는 역시나 ‘노정 간의 대화와 신뢰 부족의 문제’가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노정 간 대화가 부족하기 때문에 정권에 따라 사회적 가치가 변하고, 이것이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반영되면서 나타나는 문제. 대화가 없어서 기획재정부가 일방적으로 주도하는 공공기관 경영평가.

사실 취재를 마친 지금도 사회적 가치에 대해 명확하게 정의하기는 어렵습니다.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대한 명확한 해법을 내릴 수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단언할 수 있는 것은 공공기관 경영평가는 여전히 필요하고 그 방식에 대한 노정 간의 대화와 거기에서 비롯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우리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다양한 ‘나의 삶’을 위해서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