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사노위 1기, 사회적 대화에 ‘의문부호’ 남긴 채 막 내려
경사노위 1기, 사회적 대화에 ‘의문부호’ 남긴 채 막 내려
  • 이동희 기자
  • 승인 2019.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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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기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노동 컨트롤 타워 역할” 필요
[리포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2기

2017년 8월 취임한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 임기가 8월 24일 종료되면서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2기를 맞이했다. 1기는 기존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를 경제사회노동위원회로 새롭게 구성하는 등 사회적 대화기구 개편부터 시작해 많은 변화를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반년 가까이 본위원회 파행이 계속되고 이로 인해 위원들이 대거 사퇴하는 사태가 발생하자 ‘사회적 대화 무용론’이 등장하고 ‘식물기구’라는 오명이 뒤따랐다. 사회적 대화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 2기에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수 있을까. 지난 1기를 되돌아보았다.

‘기분 좋은 출발’ 했으나…
사회적 대화 무용론 남긴 채 막 내려

사회적 대화기구 개편 문재인 정부는 기존의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이하 노사정위원회)를 대체할 새로운 사회적 대화기구를 구성하기로 했다. 지난 노사정위원회 역사에서 제기된 정부 주도의 사회적 대화라는 비판을 잠재우고, 노사정위원회가 노동의 양보를 이끌어 내기 위해 만들어진 기구라는 기존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씻어내기 위해서였다.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이하 경사노위) 위원장은 “사회적 대화기구의 위원 구성, 의제, 운영방식, 심지어 명칭까지 포함해 그 어떤 개편 내용도 수용하겠다”며 사회적 대화기구 개편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밝혔다.

2018년 1월 31일 제1차 노사정대표자회의를 시작으로 노사정 6인 대표자(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 박병원 당시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 김영주 당시 고용노동부 장관,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는 사회적 대화기구의 새로운 구성을 위해 머리를 맞댔다. 10개월 후인 2018년 11월 22일 지금의 경사노위가 출범했으며 ▲기구 명칭 변경 ▲참여주체 확대 ▲의제 확대 ▲노사 중심성의 원칙 ▲의제별·업종별 위원회 설치 등 눈에 띄는 변화가 만들어졌다.

먼저 사회적 대화에 노동 중심성을 담기 위해 기구 명칭에 ‘노동’을 추가했다. 참여주체를 기존 노사정 3주체에서 ‘경제·사회주체’까지 확대한 것은 노동시장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고 사회통합과 불평등 해소를 위한 조치였다. 사회 각 계층이 직접 참여해 의제를 개발하고 정책을 제안할 수 있도록 비정규직위원회, 여성위원회 등 계층별 위원회를 설치했으며, 의제도 노사갈등, 노사관계에서 나아가 사회·경제정책으로 폭넓게 확대했다. 의제별·업종별 위원회를 ‘둘 수 있다’는 기존 강제성 없는 규정을 ‘둔다’로 개정한 것은 다면적인 사회적 대화 활성화를 위한 조치였다. 마지막으로 합의를 강요하는 절차주의 폐해를 막기 위해 협의 중심 기구라는 점을 강조했다.

서서히 드러난 균열의 조짐 대대적인 설계 끝에 재개된 사회적 대화에 점차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2018년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를 내용으로 하는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노정 갈등이 밖으로 드러났고, 노사정대표자회의를 통해 복원 수순을 밟아가던 사회적 대화가 중단되기도 했다.

또한, 민주노총이 경사노위에 불참하면서 경사노위 완전체 복원이 무산됐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촛불 이후 하지 못했던 사회대개혁을 사회적 대화를 통해서 실현해 나가겠다”면서 경사노위 참여 의지를 수차례 피력해왔지만, 2018년 10월 민주노총 임시정책대의원대회와 2019년 1월 민주노총 정기대의원대회에서 경사노위 참여 안건은 통과되지 못했다.

여기에 계층별 노동위원 3인(나지현 전국여성노동조합 위원장, 김병철 전 청년유니온 위원장,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이 탄력근로제 개선을 위한 노사정 합의(안)에 반대 의사를 밝히며 지난 3월부터 본위원회에 불참한 것이 위기를 가져왔다. 결과적으로 경사노위는 2018년 11월 22일 출범식과 함께 개최한 1차 본위원회 이후 본위원회를 한 번도 개최하지 못했다.

이대로는 사회적 대화가 완전히 무산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면서 문성현 위원장은 본위원회 위원 재구성을 포함한 경사노위 전면개편안을 대통령에게 건의했다. 경사노위는 보이콧 사태를 일으킨 계층별 노동위원에 대해 해촉을 포함한 적절한 조치를 내려줄 것을 대통령에 요청했으며, 이번 보이콧 사태로 인해 드러난 의결구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법 개정도 함께 건의했다. 사회적 대화에 대한 성찰과 반성으로 새롭게 출범한 경사노위는 이렇게 위기를 맞은 채 1기를 마무리 지었다.

지난해 11월 22일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출범식과 함께 제1차 본위원회를 개최했다. ⓒ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지난해 11월 22일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출범식과 함께 제1차 본위원회를 개최했다. ⓒ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문재인 정부 노동 컨트롤 타워 역할 했나”

경사노위 1기에서는 계층별 노동위원 3인의 보이콧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의결구조와 운영상의 문제점이 드러났고, 결국 이들의 해촉 문제와 경사노위 전면개편 요구로 이어졌다. 결과적으로 경사노위 1기 본위원회에서 의결된 내용은 하나도 없다. 경사노위 2기에서는 본위원회 개최를 포함한 의결구조 정상화가 시급해 보이며, 정부가 경사노위 건의에 대한 답변으로 어떤 개편안을 내놓을지 주목되고 있다.

그렇다고 1기의 성과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앞에서 설명했듯이 기존의 노사정위원회를 개편해 새로운 사회적 대화기구를 구성했다는 점에서는 사회적 대화 관계자 및 전문가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은 경사노위 1기에 대해 “우리 사회 노사관계, 노동의제를 공론화시켜 사회적 대화의 변화를 모색하고 사회적 대화의 기본 틀을 갖추었다는 점에서 큰 성과를 거두었다”고 평가했다. 노동계도 이 점을 긍정적으로 보았다. 민주노총은 “경사노위에 참여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경사노위 1기를 평가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말을 아꼈으나, 한국노총도 사회적 대화기구 개편을 긍정적으로 평했다.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본부장은 “새로운 사회적 대화 체계를 만들고 출범시켰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며 “특히 노동존중 사회와 관련된 의제들을 모으고 그동안 사회적 대화에 참여하지 못했던 취약 계층이 대화에 참여할 수 있도록 확대 개편한 것은 상당한 의미를 가진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사노위 1기 후반부에 접어들면서 그 한계가 여실히 드러났다는 목소리가 더 컸다. 노광표 소장은 “탄력근로제, ILO 기본협약 비준 등 문제를 주고받기 식으로 협상하다보니 노동계에서 반발이 생겼던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고, 정문주 정책본부장은 “여전히 정부와 국회가 사회적 대화를 수단과 도구로 활용해 이번 탄력근로제 합의를 이끌어낸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목소리에 문성현 위원장은 “(지난 1기를 되돌아봤을 때) 경사노위가 뭐하는 것인지 노사정 모두의 이해가 충분하지 못했다”며 “사회적 대화를 하고자 한다면 상대방을 인정하고 주고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걸 이해하고 들어와야 한다”고 반론했다.

경사노위에 대한 부정적 평가는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노동정책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리지 못해 경사노위 위기가 촉발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노광표 소장은 “문재인 정부 2년 동안 노동정책에 대한 큰 그림 속에서 정부가 해야 할 일을 경사노위로 끌고 들어와서 갈등이 촉발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며 “지난 2년 동안 정부의 노동정책에 대한 종합적인 구상 속에 각각의 업무들이 배치되지 않아 이러한 한계들이 발생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사회적 대화기구 개편에 너무 오랜 시간을 들여 ‘골든타임’을 놓친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정문주 정책본부장은 “정부가 골든타임을 놓치게 되면서 노동개혁 과제들이 제때 논의되지 못해 의미 있는 합의로 이어지지 못했다”며 “노동존중 사회를 표방하는 문재인 정부가 국정과제를 위한 로드맵을 짜고 이걸 받아 경사노위가 그림을 그렸어야 했는데 전혀 그러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편에서는 경사노위가 2기에 들어서면서 경사노위 방향성과 기조가 바뀌지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기존 노사정위원회의 그림자를 지우고 ▲참여주체 확대 ▲의제 확대 ▲노사 중심성의 원칙 등 경사노위가 가지고 있는 장점과 특징이 2기에서 정부 중심, 관료 중심으로 변하지 않을까하는 우려다.

경사노위 내부에서는 2기 경사노위가 가져갈 의제를 경사노위 출범 목적인 ‘양극화 해소’로 보고 있다. 문성현 위원장은 “2기 사회적 대화 체제는 격차 및 양극화 해소, 사회안전망 강화, 지역상생형 일자리 창출 방안 등 핵심 사회적 의제들에 대한 사회적 대타협 등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며 “사회양극화 해소 및 사회안전망 강화 등 핵심 사회적 의제들에 대해 노동계와 경영계는 실천적 문제 해결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모으고 정부는 이를 힘 있게 추진할 수 있도록 집중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