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과의 경제전쟁 노동계도 팔 걷었다
일본과의 경제전쟁 노동계도 팔 걷었다
  • 이동희 기자
  • 승인 2019.08.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보이콧 재팬’ 노동계로 확산… “노조의 사회적 책임 강화”
[리포트] 노동계 보이콧 재팬

일본 아베 정권의 한국을 향한 경제전쟁이 본격화되면서 ‘보이콧 재팬(BOYCOTT JAPAN)’ 운동이 전국을 휩쓸고 있다. “한국은 한 번도 일본 제품 불매에 성공한 적이 없다일본 마이니치신문”는 일본 언론의 비웃음에도 불구하고 ‘독립운동은 못해도 불매운동은 한다’는 국민들의 목소리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전 지역에서, 전 산업을 걸쳐 타오르고 있는 불매운동의 불길은 노동계로까지 번졌다. 단위사업장노조부터 산별노조까지, 수많은 노동조합이 경제전쟁을 감행한 아베 정권을 규탄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노동조합 단위에서 노동자들이 할 수 있는 불매운동을 하나씩 실천해나갔다.

ⓒ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
ⓒ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

행동으로 보여줬다
노동조합의 ‘보이콧 재팬’

#. 마트노조와 택배노조의 첫 신호탄 노동계 안에서 일본 불매운동 첫 신호탄을 터트린 건 민주노총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소속 마트산업노동조합(이하 마트노조)과 택배연대노동조합(이하 택배노조)이다. 지난 7월 24일 마트노조는 롯데마트 서울역점 앞에서 ‘마트 노동자 일본 제품 안내 거부 선언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일본의 경제보복조치가 최대 이슈인 만큼 이날 기자회견에 대한 취재 열기는 뜨거웠다.

마트노조는 기자회견 제목 그대로 대형마트 내에서 일본 제품을 안내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안내 거부 방법은 간단하다. 고객이 일본 제품을 찾으면 고객들에게 일본 제품 안내를 하지 않는 이유를 설명하고 양해를 구하는 방식이다. 홈플러스 영등포점 수산식품부 담당인 정미화 씨는 “고객들에게 일본 제품 안내를 하지 않는 이유를 설명하고 양해를 구했더니 불쾌해하거나 기분 나빠하는 분은 단 한 분도 안 계셨다”며 “독립운동을 하는 심정으로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마트 노동자들이 함께 하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김기완 마트노조 위원장은 “실제로 많은 고객이 구매하는 제품이 일본 것인지 모르는 경우도 많다”며 “마트 노동자들이 해당 제품이 일본 제품이라고 안내하는 것도 불매운동이 확산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트노조는 일본의 역사 왜곡과 경제 침탈이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들이 실천하고 있는 일본 제품 불매, 일본 여행 중단 등 ‘보이콧 재팬’에 마트노조도 힘을 보태겠다고 설명했다. 마트 노동자들은 일본 제품 안내를 거부하는 버튼을 유니폼에 부착하고 매장 안팎에서 ‘일본 제품 안내 거부’와 ‘친일적폐세력 규탄’ 피켓시위를 시작했다. 마트노조는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대형마트 3사를 비롯한 여러 마트에 일본 제품 판매중단을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하기도 했다.

마트노조와 같은 날 행동에 나선 또 다른 노동조합은 택배노조다. 택배노조는 서울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니클로 배송을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유니클로는 일본 의류 브랜드로, 이번 불매운동에서 대표적인 ‘집중공략’ 대상이 되었다. 유니클로 모기업 패스트리테일링 그룹 오카자키 다케시 최고재무책임자의 “(한국의 불매 운동이) 장기적으로 매출에 영향을 줄 만큼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발언이 일파만파 퍼지면서 일본 불매운동이 더욱 거세졌고 일부 소비자는 유니클로 매장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택배노조는 “유니클로는 디자인에 전범기인 욱일기를 지속해서 사용해 온 대표적인 일본기업”이라며 “우리도 아베 정권의 경제보복 행위를 규탄하며 유니클로 배송거부 등 범국민적 반일 물결에 동참하겠다”고 선포했다. 택배노조는 유니클로 배송거부 인증사진을 찍어 교환하는 운동을 비롯해 택배 차량에 일본의 경제전쟁 행위를 규탄하는 스티커를 제작해 부착하기로 했다.

불매운동의 직격탄을 맞은 유니클로는 곳곳에서 폐업 소식이 들리고 있다. 일본산 제품 불매운동이 최소 올해 연말까지 간다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어 한국 내 유니클로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
ⓒ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

#. 출퇴근길 만나는 보이콧 재팬 마트와 택배보다 뛰어난 접근성(?)으로 보이콧 재팬을 외치는 노동조합도 있다.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과 서울시버스노동조합이다. 두 노조는 서울시 대중교통을 이용해 일본 불매운동에 앞장서고 있다.

지난 7월 26일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은 “경제보복과 한반도 평화방해, 아베정권의 군국주의 부활시도를 규탄하는 선전투쟁에 돌입한다”며 서울지하철 1~8호선 전동차 내부 출입문에 보이콧 재팬 스티커 2만 장을 부착한다고 밝혔다. 또한, “노동조합의 전동차 스티커 부착은 일본의 적반하장 경제보복과 한반도 평화를 방해하는 아베 정권에 대한 지하철노동자들의 분노와 규탄의지를 밝히는 행동이며 아베 정권을 규탄하는 각계각층의 투쟁에 함께하기 위함”이라며 “서울교통공사노조는 자주와 평화, 국가 간 상호존중과 호혜평등을 부정하는 군사·경제적 압박과 침탈로 패권을 추구하는 그 어떤 시도에도 반대한다”고 덧붙였다.

지하철에 발 맞춰 버스도 행동에 나섰다. 서울시버스노동조합과 서울버스운송사업조합은 지난 8월 15일 광복 74주년을 맞이해 불매운동에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내버스 전체 7,404대 차량 내부에는 ‘일본 안 가기! 일제 안 쓰기!’ 스티커가 부착됐으며, 서울시내버스 노사는 “왜곡과 무원칙에 근거한 일본의 경제보복조치는 어떠한 경우에도 합리적인 근거를 찾을 수 없는 폭거”라며 “자발적인 일본 보이콧 운동이 궁극적으로는 대한민국이 질적인 도약을 하는 계기가 될 것이며, 사실상의 일제잔재 청산의 소중한 기회”라고 강조했다.

이제 시민들은 매일 이용하는 대중교통에서 노동조합이 던지는 메시지를 확인한다. “대한민국에 일본은 ‘걸림돌’이 아닙니다. 깨어있는 시민의 힘으로 내일의 대한민국을 만들어 나갈 ‘디딤돌’일 뿐입니다.”

ⓒ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 서울시버스노동조합(왼쪽),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오른쪽)

#. 일본 조달품 안 써요 이번에는 공무원들이 목소리를 냈다.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이하 공노총)은 지난달 6일 서울 주한 일본대사관 소녀상 앞에서 ‘기술제국주의, 전범국가 일본 정부 규탄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공노총은 “전범국 일본은 강제동원, 위안부, 독립운동가에 대한 학살과 약탈 등 역사에 대한 반성은 일절 없이 경제적 침탈행위를 자행했다”며 공노총 산하 115개 조직과 함께 일본 정부에 맞서 싸우겠다고 밝혔다.

공노총이 일본 정부에 맞서기 위해 선택한 방법은 ▲공공기관 내 일본산 사무용품을 비롯한 일본산 제품 불매운동 동참 ▲행정용어 속 일제 잔재 용어 우리말 순화운동 동참 ▲전범국 일본 여행 및 연수, 교류 등 어떠한 목적으로든 일본 방문에 대한 보이콧운동 동참 ▲일본산 공공구매 금지를 위한 조례 제정 요구다.

“노조의 사회적 책임으로 볼 수 있어”

위에 든 사례 외에도 다양한 노동조합들이 보이콧 재팬 운동을 벌였다. 노동조합이 주도하는 보이콧 재팬의 가장 큰 특징은 노동자들의 ‘일터’에서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기존 불매운동이 소비자 중심으로 진행되는 것과 달리 노동조합의 불매운동은 노동자 중심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노동조합의 불매운동이 장기화될 경우 소비자 중심 불매운동보다 큰 파급력을 가질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노동자들이 참여하는 불매운동은 소비자 운동과는 다른 차원으로, 소비자들에게 제품이 넘어가기 전 판매 또는 유통 노동자들이 불매운동을 한다면 보이콧의 성격이 더 강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노동조합의 불매운동이 소비자 불매운동 흐름과 함께 움직인다면 노동조합이 시민들로부터 지지받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신광영 교수는 “한국 사회에서 노동조합이 자신들의 이익만 내세우며 사회적 관심을 나몰라라 한다는 인식이 있는 가운데 우리 사회의 변화와 운동에 노동조합이 공조한다는 점에서 노동조합이 일반 대중으로부터 지지받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이번 노동조합의 보이콧 재팬 운동에 대해 “본원적인 노동조합의 사회적 책임(USR, Union Social Responsibility)으로도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