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업용 염산’으로 수영장 청소해도 아무 문제없다?
‘공업용 염산’으로 수영장 청소해도 아무 문제없다?
  • 손광모 기자
  • 승인 2019.09.02 16:32
  • 수정 2019.09.02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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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아산공장 수영장 청소에 유해물질인 ‘공업용 염산’ 사용 지시
수영장 청소 후 노동자들 어지러움과 구토 증세 … 지역사회도 ‘유해물질 유출’ 우려
9월 2일 낮 11시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기자회견 현장. ⓒ 전국금속노동조합
9월 2일 낮 11시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기자회견 현장. ⓒ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하청업체 청소노동자들에게 보호장구도 없이 공업용 염산을 이용한 수영장 청소를 지시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하지만 원청인 현대차 아산공장은 '하청업체의 잘못이다',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노동자들과 지역주민 반발이 거센 상황이다.

민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위원장 김호규, 이하 금속노조)과 윤소하 정의당 국회의원은 9월 2일 오전 11시 국회정론관에서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엽기적인 염산청소, 노동자 시민 노출 및 반복되는 하청노동자 산재 사고 방치 대책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수영장 염산청소’가 진행된 건 지난 8월 4일이었다. 윤성규 현대차 아산공장 사내하청지회 지회장을 비롯한 복수의 취재원의 말을 종합하면, 현대차 아산공장의 청소하청업체(미성앰프로) 노동자들은 현대차 아산공장 문화관의 수영장을 청소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하지만 기존에 사용하던 세제나 시중에서 파는 5% 염산으로는 수영장의 묵은 때가 잘 지워지지 않았다. 그러자 원청인 현대차 아산공장 관리자가 아산공장 내에 있는 정수장에서 공업용 염산(농도 35%)을 2차례 가져와 청소에 사용하라고 했다는 주장이다.

유해화학물질관리법 제13조. 유해화학물질 취급 기준에 대해서 명시돼 있다.

유해화학물질관리법 제2조 6항에 따르면 농도 25% 이상의 염산은 화학사고 발생가능성이 높고 피해 규모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사고대비물질’로 분류돼 철저한 관리감독 하에 취급해야 한다. 고농도 염산은 사용 시 다량의 증기가 발생하며 눈과 피부, 호흡기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을 수 있다. 또한, 해당 유해물질을 다루는 노동자는 산업안전법상으로 특별안전교육 16시간과 유해화학물질 관리교육 16시간을 필수적으로 이수 받아야 하고, 작업 시 보호복, 방독면 등 보호장구 등을 착용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당시 청소를 진행한 노동자 6명은 심각한 유해물질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고, 마스크나 보호장구 없이 청소를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노동자들은 수영장 안이 뿌옇게 보일 정도로 하얀 가스가 가득 찼다고 증언했다. 당시 여성 노동자 3명은 구토 및 어지러움을 호소하며 일찍 퇴근을 했고, 남은 3명의 노동자도 일을 마친 후 동일한 증상을 보였다.

얼마 후 아산공장에서 ‘염산청소’를 한 사실이 지역에 알려지자 주민들은 반발했다. 지역주민들은 아산공장 인근 삽교호로 염산이 유입되는 게 아니냐는 문제를 제기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현대차 아산공장은 기름 유출 의혹으로 지역주민과 크게 갈등을 빚은 적이 있다. 배기원 해암리 이장은 8월 19일 박재훈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차장에게 염산유출에 관해서 문의했지만, 적극적 해명없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답과 도리어 ‘누구한테 이 사실을 들었냐’는 추궁을 들었다고 말했다.

장창문 현대차 아산공장 과장은 "수영장 염산청소 사건은 하청사 내부의 잘못이다. 현대차가 직접적으로 청소를 지시한 것은 없다. 직접적으로 연관된 사건이 아니"라며 "사실관계에 대한 부분은 추후 홍보팀이 정리해서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현대차 아산공장의 관리자가 정수장에서 공업용 염산을 주면서 청소를 지시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정수장은 제 담당이 아니다. 본사 홍보팀에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가한 이들은 “더 많은 이윤을 위해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 따위는 도외시해왔던 현대자동차의 부끄러운 민낯이 여실해 드러났다”며, △노동자와 시민에게 위험을 노출한 사실 사과 △염산청소 사고 안전책임자 처벌 △안전작업 기준 마련 △재발방지대책 마련 등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