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노조, “투쟁하는 노동자에게도 한가위 보름달을”
보건의료노조, “투쟁하는 노동자에게도 한가위 보름달을”
  • 손광모 기자
  • 승인 2019.09.09 16:06
  • 수정 2019.09.09 16: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교섭에 난항 ... 쟁점은 ‘임금인상’ ‘파견용역직의 직접고용’ ‘노조활동 보장’
보건의료노조 2개 병원 파업 돌입 … 가천대길병원은 9일 결정
국립대병원은 교섭결렬시 9월 16일부터 조정 신청예정 … “자회사 꼼수 안 돼”
9월 6일 광주기독병원에서 열린 집중투쟁 현장. ⓒ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보건의료노조의 2019년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이 난항을 겪고 있다. ‘임금인상’, ‘파견용역직의 직접고용’, ‘노조활동 보장’, 세 가지 키워드로 2019년 보건의료부문 노사교섭의 현안을 짚어본다.

지난 8월 13일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위원장 나순자, 이하 보건의료노조) 산하 45개 지부는 각 지역 지방노동위원회에 조정신청서를 제출했다. 또한, 20일부터 23일까지 4개지부도 추가로 조정을 신청했다. 이 중 광주기독병원, 국립암센터, 가천대길병원 3개 사업장은 교섭이 타결되지 않았다.

광주기독병원과 국립암센터는 9월 9일을 기준으로 각각 12일과 4일째 파업을 진행하고 있다. 가천대길병원은 파업전야제에 돌입한 상태이며, 오늘(9일) 조정결과에 따라서 파업 여부가 결정된다. 또한 보건의료노조 산하의 국립대병원지부는 추석까지 교섭이 원만하게 진행되지 않는다면, 9월 16일 지방노동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할 것이라 예고했다. 더불어 영남대의료원과 성남시의료원은 고공농성과 천막농성을 장기간 진행하고 있다.

“임금 현실화를 통한 노동조건 개선 요구한다”

◆ 광주기독병원지부는 8월 29일부터 파업에 들어가 12일째(9일 기준)를 맞이하고 있다. 지부의 핵심 요구사항은 노동조건 개선(▲인력충원 ▲병동별 근무번표 확정 ▲근무복 전면 개선 ▲야간근무 조건 개선 ▲의료기관내 폭력 근절 및 감정노동자 보호 조치)과 임금 인상이다. 광주기독병원은 2017년 공무원 기본금표에 준용하여 91%수준의 임금을 지급하고 있다.

광주기독병원지부는 최근 통상임금 소송에 따라 병원의 비용부담을 고려하여 2017년 공무원 기본금표의 100% 임금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광주기독병원은 비용부담을 이유로 임금동결과 지부의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광주기독병원 지부는 오늘(9일) 오후 3시 광주기독병원에서 집중투쟁을 예고했다.

◆ 국립암센터지부는 9월 6일부터 파업에 들어갔다. 국립암센터는 지난 7월 1일부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모두 완료됐지만, 포괄임금제 폐지와 관련한 임금인상에서 진통을 겪고 있다. 지부는 포괄임금제 단계적 폐지에 따라 발생하는 시간외수당은 인상액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립암센터는 “시간외수당을 특이소요분으로 별도 준비했지만, 보건복지부가 승인하지 않고 있어서 인상분에 시간외수당까지 포함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국립암센터지부는 ▲추석전 파업 마무리 위해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의 직접 해결 ▲지방노동위원회의 조정안을 수용할 것 ▲인력부족으로 인한 시간외 수당 발생 문제 근본적 해결을 요구하고 있다.

◆ 가천대길병원지부는 9월 6일 89.9%의 지지율로 파업에 찬성했다. 오늘(9일)까지 조정이 되지 않으면 10일 오전 7시부터 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가천대길병원지부의 핵심요구사항은 인력충원과 임금인상이다. 실질적인 인력충원을 통해 온전한 주 52시간제 실시와 이직률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더불어 총액 15.3%의 임금인상을 주장하고 있다. 지부는 15.3%의 인상률이 과도한 수준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가천대길병원의 인건비 비중은 35%로 사립대평균 45%에 크게 못 미쳐 임금수준이 여태껏 좋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가천대길병원은 ‘임금체계 개편분을 포함한 5% 인상안’을 제시하고 기타요구는 모두 수용불가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지부는 인상안에 대한 병원의 명확한 설명이 없어 개인별 인상금액을 알 수 없다고 비판하고 있다.

“자회사 꼼수 없이 직접고용 이행하라”

국립대병원 교섭의 가장 큰 쟁점은 ‘파견용역직의 직접고용 정규직 전환’이다. 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위원장 최준식),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연맹(위원장 이양진) 3개 산별연맹은 9월 9일 10시 광화문 정부청사 앞에서 국립대병원 파견용역직의 조속한 직접고용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3개 산별연맹은 지난 8월 22일 청와대 앞에서 같은 주제로 총파업대회를 열기도 했다.

여태까지 국립대병원은 직접고용보다는 자회사를 통한 정규직 전환에 방점을 두었다. 특히 부산대병원은 올해 6월 컨설팅 업체에 자회사 방식을 골자로 한 연구용역을 의뢰해 노조의 큰 반발을 샀다. 하지만 지난 9월 3일 서울대병원 노사가 800여 명의 파견용역직을 직접고용 방식의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데 합의를 봐 나머지 국립대병원의 입장변화가 기대되는 상태다. 서울대병원의 정규직 전환은 오는 11월 1일부터 2차례에 나누어 진행된다.

9일 국립대 파견용역직의 조속한 직접고용 촉구! 3개 산별연맹 공동 기자회견
9월 9일 10시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열린 국립대 파견용역직의 조속한 직접고용 촉구! 3개 산별연맹 공동 기자회견 현장. ⓒ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보건의료노조는 “국립대병원이 파견용역직의 조속한 직접고용을 위한 집중교섭에 나서지 않는다면, 부산대병원·전북대병원·충남대병원 등 보건의료노조 소속 국립대병원지부들은 9월 16일 동시 쟁의조정신청을 할 것”이라며, “지방국립대병원들이 서울대병원의 직접고용 합의에 대해 배신감을 토로하고, 자회사 전환을 위해 담합하고 있다. 교육부는 진상조사와 함께 직접고용 방침을 거부하고 있는 국립대병원에 대해 단호한 조치를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개원 전부터 교섭에 차질을 빚고 있는 성남시의료원은 최소 240명에서 최대 300여 명의 비정규직을 채용할 계획으로 밝혀져 성남시의료원지부의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성남시의료원지부는 지역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은수미 성남시장의 적극적인 역할을 촉구하며 지난 7월 21일부터 51일째(9일기준) 천막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노조파괴 근절 약속하라”

임단협에서 직접적으로 논의되는 사항은 아니지만, 병원의 부당노동행위도 올해 교섭 과정에서 큰 쟁점이었다.

강수진 가천대길병원지부 지부장은 병원의 노조탄압 행위 중단을 요구하며 지난 8월 30일부터 7일간 병원 로비에서 단식농성을 벌였다. 강 지부장의 단식은 9월 4일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과 김양우 가천대길병원 병원장의 부당노동행위 중단 합의 이후에 끝이 났다. 하지만 파업전야제 준비과정에서 가천대길병원이 로비에 가벽을 설치하는 등 노조활동을 제대로 보장하지 않는다는 것이 가천대길병원지부의 주장이다.

가벽이 설치된 가천대길병원 로비. ⓒ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또한 영남대의료원에서는 해고된 박문진 씨와 송영숙 씨가 ‘해고자원직복직’을 요구하며 지난 7월 1일부터 71일째(9일 기준) 영남대의료원 옥상에서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영남대의료원지부는 “2012년 창조 컨설팅의 노조파괴 시나리오가 국회 청문회 과정에서 폭로됐다. 하지만 2년 전인 2010년에 영남대의료원 해고자들이 제기한 대법원 판결이 났다”며, “당시 대법원은 10명의 해고자 중 7명만을 부당해고로 인정하고 3명은 정당해고라 판결했다. 만약 창조컨설팅의 행위가 알려졌더라면 당연히 모두가 부당해고로 인정되어야 마땅한 일”이라고 말했다.

현재 영남대의료원 노사는 지난 7월 3일부터 대구지방고용노동청의 중재로 사적조정을 통해 해고자 원직 복직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걸림돌이 됐던 조정위원 선임 문제는 지난 6일 영남대의료원 노사가 오길성(서울지방노동위원회), 최성준(경북지방노동위원회) 조정위원을 선임하기로 하면서 해결된 상태다.

9월 4일 영남대의료원 행진퍼포먼스 현장.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보건의료노조는 8일 ‘투쟁하는 노동자에게도 한가위 보름달을’이라는 성명서에서 “이번 주부터 추석 연휴가 시작된다. 그러나 투쟁하는 수많은 노동자들에게 추석 연휴는 더없이 가혹한 날이 될 것”이라며, “추석 전 타결을 촉구한다. 특히 영남대의료원, 국립대병원, 광주기독병원, 국립암센터, 성남시의료원, 가천대길병원 사용자에게 해결을 위란 결단을 촉구하며, 집중 교섭 진행을 제안한다. 아울러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국립암센터 파업 사태 해결을, 은수미 성남시장은 성남시의료원 노사관계 정상화를 위해 결단할 것을 촉구한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