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우체국 위탁배달원, 출근길 피켓 든 이유
마포우체국 위탁배달원, 출근길 피켓 든 이유
  • 정다솜 기자
  • 승인 2019.09.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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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경호 택배노조 우체국본부 본부장-김종안 마포우체국 지회장 인터뷰
9일 오전 8시 김종안 마포우체국 지회장(사진 오른쪽)과 이상훈 우체국본부 사무국장이 서울마포우체국 앞에서 출근 피케팅을 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9일 오전 8시 김종안 마포우체국 지회장(사진 오른쪽)과 이상훈 우체국본부 사무국장이 서울마포우체국 앞에서 출근 피케팅을 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노조탈퇴 회유협박 물류지원단 현장관리자 처벌하라!'

'조합원과 비조합원 차별! 부당노동행위 자행하는 마포우체국장 처벌하라!'

우체국 위탁배달원들이 서울마포우체국 앞에서 평일 아침 피케팅을 하고 있다.

우체국 배달노동자는 '집배원'과 '위탁배달원' 둘로 나뉜다. 위탁배달원은 공무원인 집배원과 달리 건당 수수료를 받는 특수고용노동자다. 이들은 우정사업본부의 자회사인 우체국물류지원단과 계약을 맺고 집배원들이 소화하지 못하는 물량을 위탁받아 배달한다.

출근길 피케팅은 지난 2일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진행한 '마포우체국 및 우체국물류지원단 관계자 부당노동행위 고소 긴급 기자회견'과 관련 있다.

마포우체국 위탁배달원이 속한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위원장 김태완)은 "국가기관인 우정사업본부와 우체국물류지원단이 노조탈퇴 공작을 벌였다"며 "마포우체국 및 우체국물류지원단 관계자들을 서울고용노동청에 고소했다. 

사건의 발단으로"우정사업본부와 우체국물류지원단이 단체협약에서 합의한 '혼합파렛'(무분류 혼합택배)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서"라고 노조는 지적한 바 있다. 

파렛(pallet)은 물건을 옮기기 쉽도록 나무나 플라스틱 등으로 만든 바닥판이다. 물류작업노동자들은 업무를 파렛 단위로 표현한다. '혼합'파렛은  분류작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아 택배기사들이 파렛에서 일일이 자신의 배달 구역 물건을 찾아야 하는 상태를 말한다. 

9일 아침 진경호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우체국본부 본부장과 김종안 마포우체국 지회장을 만나 왜 출근길 피케팅을 이어가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어떤 부당노동행위를 당했는지, 혼합파렛 문제는 무엇인지, 앞으로의 계획 등을 물었다. 

마포우체국 앞에서 아침마다 피케팅하고 있는 이유는? 

김종안 : 마포우체국에서 조합원과 비조합원을 차별했기 때문이다. 발단은 '혼합파렛' 문제다. 우체국물류지원단은 올해 초 단체협약 등을 통해 혼합파렛 문제를 해결하기로 약속했다. 그런데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사실상 5월부터 혼합파렛이 급속히 증가했다. 지회는 혼합파렛 문제 해결을 촉구했지만 마포우체국은 "혼합파렛을 분류해서 배송하든가 아니면 전체 배송을 포기하라"는 식으로 대응했다. 이에 마포지회는 전체 조합원 토론과 투표를 거쳐 혼합파렛 분류작업을 거부했다. 이후 마포우체국과 우체국물류지원단 관리자는 조합원에 대한 노골적인 조합탈퇴 공작을 시작했다. 

구체적으로 '조합탈퇴 공작'은 어떤 내용인가? 

김종안 : 마포우체국은 위탁배달원과 친분이 있는 집배원을 동원해 노조를 탈퇴하면 물량을 더 주겠다고 회유했다. 실제로 33명의 조합원 중 8명이 노조를 탈퇴하자 탈퇴인원에 우리(조합원) 물건까지 몰아줬다. 자주 마주치는 집배원들이 말해줬는데 집배원만 들을 수 있는 사내 방송으로 "노조하는 사람은 무조건 물건 주지 말라"고 했다더라. 이 얘기를 집배원에게 직접 들은 위탁배달원이 한둘이 아니다. 현재 조합원 배송물량은 27% 정도 감소(180개→130개)했다. 건당 수수료를 받는 위탁택배원의 생존권이 위협받는 상황이다. 

진경호 : 마포우체국 위탁택배 관리자가 조합원에게 직접 전화해 노골적으로 노조탈퇴를 종용하기도 했다. 게다가 탈퇴인원에 대해서는 파렛 물건도 분류해주고 있다.  

우체국 위탁택배 조합원들이 전한 집배원들의 노동조합 탈퇴 종용 정황 ⓒ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우체국 위탁택배 조합원들이 전한 집배원들의 노동조합 탈퇴 종용 정황 ⓒ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혼합파렛 업무는 왜 늘어난 건가? 

진경호 : 집중국에서 분류작업을 하는 '우정실무원'의 인력구조조정 때문이다. 우체국물류지원단은 1월 28일 단체협약과 3월 27일 노사합의를 통해 '혼합파렛' 문제를 해결하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이후 우정사업본부는 적자를 이유로 우정실무원 400여 명을 해고했다. 계약을 연장하지 않는 방식이었다. 지금은 40여 명의 우정실무원이 일하고 있다. 분류 인력이 확 줄어서 분류작업이 제대로 안 되고 있는 거다. 우정사업본부는 우정실무원 구조조정 축소에 따른 부담을 최하계층인 위탁배달원들에게 전가하면서 추가 비용도 지불하지 않고 공짜노동을 시키는 셈이다. 

김종안 : 그 결과 예전에는 30~40분씩 하던 분류작업이 지금은 2~3배 이상 늘었다. 

우체국물류지원단은 혼합파렛 문제를 개선 중이며 택배시장 성장세에 비해 분류 인프라는 공간 및 재정상 한계로 즉각적인 개선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하는데

진경호 :  그렇다면 올해 초 단협은 뭐하러 했나? 근본적으로 혼합파렛을 없애자는 게 아니다. 어느 택배회사든 화요일에 물량이 가장 많으니 화요일이나 명절 등 일이 몰릴 때만 우체국에서 분류작업을 일부 도와달라는 거다. 

김종안 : 개선이 느린 게 아니라 안 됐다. 우정실무원 인력 충원 자체가 안 돼서다.

우체국물류지원단은 노조 탈퇴한 인원을 대상으로 물량을 몰아주기는 없었고 탈퇴 인원이 자발적으로 일해 증가된 물량이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김종안 : 자발적으로 일을 많이 했다면 자기 물량만 가져가야 되는 거다. 그런데 조합원 물량까지 가져갔다. 이게 잘못됐다는 거다. 우리한테는 물량을 준다는 얘기가 없다. 준다면 우리도 받고 싶다. 아는 집배원들한테 물어봐도 우리한테는 "일절 물량을 주지 말라"는 식으로 얘기했다더라. 

마포우체국 및 우체국물류지원단에 요구하는 사항은 무엇인가? 

김종안 : 혼합파렛을 주는 건 좋은데 우체국과 절반씩 하든, 일을 도와달라는 거다. 우리한테 40파렛, 50파렛씩 몰아주지 말고 양쪽이 같이 하자는 게 우리의 입장이다. 그 다음은 노조탄압 중단을 요청한다. 

진경호 : 덧붙여 우체국은 공공기관이다. 조합원에게 노조를 탈퇴하지 않으면 물량을 주지 않겠다고 협박하는 건 선을 넘은 노조탄압이다. 

앞으로 계획은?  

진경호 : 노조탄압과 혼합파렛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투쟁할 계획이다. 추석 연휴가 끝나면 16일에 대표자회의를 열어 마포우체국을 향해 집중 투쟁할 예정이다. 16일 이후에는 마포우체국 앞에서 무기한 천막농성에 들어간다. 23일부터는 우체국본부 수도권 전체 조합원들이 모여 집회를 할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