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그럼 발가락질을 햐냐"는 경찰서장
[기자의 눈] "그럼 발가락질을 햐냐"는 경찰서장
  • 정우성 기자
  • 승인 2008.08.21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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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노조 기자회견장의 볼썽사나운 '불청객'

경찰이 금속노조 정갑득 위원장의 강제 연행에 항의하는 금속노조 조합원들의 기자회견을 방해하고 나서 빈축을 사고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은 21일 오후 2시 정 위원장이 유치되어 있는 영등포 경찰서 앞에서 ‘강제연행 규탄, 공안탄압 분쇄 금속노조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었다.

▲ 영등포경찰서 입구에는 '경찰이 새롭게 달라지겠습니다'라는 커다란 구호가 붙어 있다. 인도에 서있던 조합원 5명이 오늘도 연행되었다.  ⓒ 이현석 기자 hslee@laborplus.co.kr



집회시간 전에 이미 영등포경찰서 앞에는 경찰이 전경버스와 살수차량, 방송차량 등으로 인도와 도로를 분리시켰고 인도에는 전경들이 서 있었다. 2시가 다가오자 금속노조 상집간부들과 조합원들이 영등포경찰서 앞으로 모였다. 이 과정에서 전경이 인도를 막아서고 있어 전경버스 옆 도로로 이동하던 조합원들을 경찰이 연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철성 영등포 경찰서장이 직접 나와 아직 기자회견도 시작하기 전에 도로로 나왔다는 이유로 남성 조합원 2명을 연행했다. 또한 정문 앞에 모여 플랑카드를 들고 서 있던 조합원들을 전경들이 방패를 이용해 인도로 몰아냈다.

▲ ⓒ 이현석 기자 hslee@laborplus.co.kr



주최측과 조합원들은 이러한 경찰의 행위에 반발했고 이를 항의하는 과정에서 다시 남성 조합원 2명과 기륭전자 조합원인 여성 1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이 과정에서 인도에 있던 조합원들에게 욕설을 한 경찰관에 대해 참가자들이 격렬히 항의하자 이성을 잃은 이 서장이 직접 나서 조합원들과 말싸움이 벌어졌다.

또한 이 서장이 한 조합원에게 삿대질을 하자 참가자들이 “왜 손가락질을 하냐”고 따졌고 이에 이 서장은 “그럼 발가락질을 하냐”는 몰상식한 대답을 남기고는 자리를 떠났다.

주최측은 계속해서 기자회견을 강행할 것임을 분명히 하자 경찰들은 아예 플랭카드를 들고 있는 지도부와 조합원 사이에 전경들을 배치해 기자회견이 시작되면 조합원들을 강제 연행할 태세를 갖추었다. 조합원들은 경찰의 행위에 연좌해서 “기자회견을 보장하라”는 구호를 외치면서 저항했다.

▲ ⓒ 이현석 기자 hslee@laborplus.co.kr



여기에 금속노조 경남지부 등 지역에서 올라온 조합원들은 전경들이 기자회견장까지 이동하는 것을 막아서 집회에 참석하지 못한 채 인도에서 대치상황에 있었다.

이 서장은 방송차량을 통해 “기자회견을 연다고 했으면서 다중의 위력으로 집회를 하려고 하는 것은 허용할 수 없다”며 해산할 것을 종용했다.

▲ 금속노조 오상용 부위원장이 기자회견문을 읽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언론노조 최상재 위원장과 민주노총 허영구 부위원장, 민주노동당 홍희덕 의원, 전교조 정진화 위원장, 금속노조 우병국 부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 이현석 기자 hslee@laborplus.co.kr


이러한 실랑이가 30여분 가량 흐른 후 기자회견을 약식으로 진행할 것이라는 금속노조의 요구에 지도부와 조합원 사이에 있던 전경들이 빠지면서 기자회견은 시작됐다.

약 10분 동안 진행된 기자회견 내내 이 서장은 방송차량을 통해 불법집회라며 해산을 종용했고 “색소가 든 물대포를 발사해 색소가 묻은 사람에 대해서는 끝까지 쫓아가 검거하겠다”고 주장하며 기자회견을 방해했다.

2008년 여름, 서울 한복판은 20년 전의 모습이 반복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