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 휘는 마트 노동자 "박스에 손잡이 구멍 뚫어달라!"
허리 휘는 마트 노동자 "박스에 손잡이 구멍 뚫어달라!"
  • 정다솜 기자
  • 승인 2019.09.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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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노조 "근골격계 질환 앓는 마트노동자 노동환경, 고용노동부가 즉각 점검하라!"
손잡이 뚫린 박스를 들고 웃는 홈플러스 합정점 오재본 씨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손잡이 뚫린 박스를 들고 웃는 홈플러스 합정점 오재본 씨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마트 노동자들이 "박스에 손잡이 구멍을 뚫어달라!"고 호소했다. 이들은 평소 손잡이가 없는 무거운 박스를 수시로 옮기며 근골격계 질환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위원장 김기완, 이하 마트노조)은 10일 오전 10시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명절시기 증가된 물량과 상시적인 증량물 작업으로 마트노동자들의 근골격계 질환이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며 "고용노동부의 즉각 점검과 박스 손잡이 설치 및 포장단위를 소규모로 바꿔달라"고 요구했다. 

대형마트 탈의실 락커 룸에는 파스 냄새가 진동한다. 근골격계 질환에 시달리는 마트노동자들이 수시로 파스를 붙여서다. 지난 6월 마트노조가 노동환경건강연구소와 5,177명의 현장 노동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량물 진열작업으로 인해 구체적으로 질환을 의심할 수 있는 노동자들이 절반 이상( 56.3%)이었으며 실제 병원치료를 받은 경험도 69.3%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기완 마트노조 위원장은 "마트에서 파는 물건은 후방창고 정리부터 매장진열과 계산대를 거쳐 고객의 손으로 가기까지 마트 노동자의 육체노동이 필요하다"며 "대형마트에서 3년 정도 일하면 병원에 다니기 시작한다"고 말했다.

마트노조에 따르면 마트에서 주로 근무하는 40~50대 여성 노동자들은 후방창고에서 매장에 상품을 진열하기까지 주류, 음료, 세제 같은 무거운 상품이 담긴 박스를 하루 평균 345개 옮긴다. 특히 추석 때는 명절세트 상품까지 몰려들어 부담이 가중된다.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무거운 박스를 수시로 옮겨야 하는 마트 노동자들은 박스 손잡이 구멍을 뚫어줄 것을 요구한다. 마트노조는 "박스에 손잡이만 설치돼 있어도 자세에 따라 10~39.7%의 들기지수 경감효과를 볼수 있다"고 설명했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665조)에 "5kg 이상의 중량물을 들어올리는 작업을 하는 경우 취급하기 곤란한 물품은 손잡이를 붙이거나 갈고리, 진공빨판 등 적절한 보조도구를 활용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기도 하다. 

실제로 손잡이가 뚫린 박스를 들어본 홈플러스 합정점 오재본 씨에게 소감을 묻자 "신세계를 만난줄 알았다. 정말 차이가 난다"며 "박스 손잡이가 없으면 허리를 무릎까지 숙여야 하고 손 위치도 애매한데 손잡이가 있으면 허리를 덜 숙여도 되고 무게도 굉장히 가볍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마트 노동자들은 고용노동부가 문제 해결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고 짚었다. 마트노조는 "고용노동부가 마트 노동자의 근골격계 질환 실태 및 중량물 작업정형에 대한 즉각 점검을 실시해야 한다"며 "현실에 맞는 가이드를 만들어 시급히 마트 노동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트 노조는 "무슨 최신설비나 기계적 보조도구를 제공하라는 것이 아니다. 그저 박스 양옆에 손잡이라도 뚫으라는 것"이라며 "이 소박한 요구를 실현하기 위해 우리는 투쟁할 것이다. 병들지 않기 위해, 건강하게 일하기 위해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