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청 앞 천막농성 21일, “사실은 이 싸움 질 수가 없어요”
성남시청 앞 천막농성 21일, “사실은 이 싸움 질 수가 없어요”
  • 손광모 기자
  • 승인 2019.09.10 16:09
  • 수정 2019.09.19 10: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유미라 보건의료노조 성남시의료원 지부장 인터뷰
9월 3일 성남시청 앞 천막농성장에서 유미라 보건의료노조 성남시의료원지부 지부장.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9월 3일 성남시청 앞 천막농성장에서 유미라 보건의료노조 성남시의료원지부 지부장.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성남시의료원의 노사관계가 개원 전부터 삐걱이고 있다. 지난 8월 21일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성남시의료원지부와 성남지역 시민단체들은 성남시청 앞에 천막농성장을 세웠다. 이들은 ‘노사관계를 파국으로 몰아가는 성남시의료원 문제를 은수미 성남시장이 해결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9월 3일 성남시청 천막농성장에서 유미라 성남시의료원지부 지부장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성남 시민의 염원 담아 만들어진 성남시의료원

유미라 지부장은 지난 인하병원 폐업부터 주민발의를 통한 성남시의료원 설립 결정, 이후 현재 성남시의료원 개원 준비까지 약 16년의 과정을 가까이에서 지켜봤던 사람이다.

“제가 보건의료노조 있었을 때 광명성애병원에서 일했어요. 보건의료노조는 산별노조니까 인하병원 폐업 반대 싸움을 같이 했고, 이후에 시민병원 설립운동도 다 같이 했어요. 그 당시 저도 성남에 와서 서명운동 받으러 다녔죠. 성남시의료원이 세워지게 되는 과정을 잘 알고 있어요. 제가 병원을 2015년에 그만두고 성남시청에서 성남시의료원 개원 준비를 위해서 임기제 공무원을 뽑았어요. 거기에 응시를 했죠. 그러다가 2016년에 성남시의료원 법인이 만들어지고 성남시의료원에 채용공고가 나서 공무직을 그만두고 의료원으로 오게 됐어요.”

성남시의료원은 전국 최초로 주민발의를 통해 설립됐다. 2003년 성남시 본시가지(수정구, 중원구)에 위치해있던 인하병원(2003년 6월 9일 폐업)과 성남병원(2003년 6월 20일 폐업)이 잇따라 폐업하면서 의료공백 사태가 발생했다. 당시 30만 인구의 성남시에 응급상황을 대처할 병원이 하루아침에 사라진 것이다. 성남시민들은 폐업 직후부터 ‘시민병원 설립 운동’을 전개해 2005년 11월 29일, ‘성남시의료원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를 통과시켰다. 유 지부장은 성남시의료원 설립에는 성남시 내부의 의료격차 해소를 바라는 주민들의 염원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성남이 중원구 수정구 분당구 세 개가 있어요. 판교와 분당이 분당구에 속하고 중원구와 수정구가 본시가지예요. 성남시 인구가 100만이 조금 안 되는데, 분당 인구가 50만이라면, 수정구와 중원구의 인구가 한 50만 정도가 돼요. 분당구에는 분당서울대병원, 분당차병원 등 병원들이 이미 많아요. 중원구에서는 성남중앙병원이라고 중소병원이 하나 있어요. 그러니까 의료격차가 굉장히 심한 거죠. 또 중원구 수정구에서 분당서울대병원까지 앰뷸런스를 타도 20분 이상 걸려요. 응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가깝게 찾아갈 수 있는 병원, 그리고 내가 아플 때 가까이서 믿고 찾아 갈 수 있는 병원을 만들고자 하는 거예요.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시민병원 설립 운동에 참여한 이유죠.”

일방적인 개원준비 과정에 문제 … 노동조합 설립 계기

일반적으로 노동조합은 회사의 부당함을 계기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다. 개원 전부터 노사교섭이 진행되는 성남시의료원의 사례는 무척이나 특이하다. 유미라 지부장은 일방적인 개원준비 과정에서 노동조합의 필요성을 느꼈다고 말했다.

“성남시의료원이 2016년 5월에 법인이 설립되고 개원 준비인력들을 단계적으로 뽑기 시작했어요. 초기에 저희들은 연봉제로 들어왔어요. 이제 인사보수체계를 만들어야 하잖아요. 직무급제를 도입한다더라고요. 그런데 제목은 직무급인데, 내용은 직무급이 아닌 거예요. 직무급을 주려면 직무평가 기준도 있어야 하고, 직무가치도 정해야 되고 하는데 주먹구구식이었던 거죠. 그 당시에 병원장이 일방적으로 직무급제를 추진하려고 했고 직원들과 갈등이 있었어요. 그런데 노동조합이 없었죠. 노동조합이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던 것 같아요.”

성남시의료원지부는 지난 2018년 7월 27일에 만들어졌다. 이후 8월 30일부터 교섭에 들어갔다. 11월에 창구단일화 과정으로 교섭이 잠시 중단됐지만, 이내 교섭권 문제를 마무리 짓고 다시 교섭을 이어갔다. 1년여 동안 뚜렷한 성과는 없었지만 조금이나마 합의가 진전되고 있었다. 마침내 성남시의료원 노사는 2019년 7월 22일 잠정합의를 보았다. 하지만 이튿날 성남시의료원이 필요한 서류를 넘겨주지 않으면서 잠정합의안은 파기됐다.

“11월에 창구단일화를 끝내고 다시 교섭을 했는데, 그 과정에서 교섭대표가 4번이 바뀌었어요. 당시 감사 결과 원장 해임 처분이 나왔고 스스로 사퇴했죠. 병원장이 없으면 성남시 환경보건국장이 직무대행을 하게 돼요. 환경보건국장도 2번 바뀌었죠. 그때 조금씩 합의했던 내용들은 원장이 바뀌어도 유효하다고 직무대행으로서 성남시 환경보건국장이 확인했어요. 녹음도 다 되고 있으니 합의서나 마찬가지다 이렇게 말해서 믿고 교섭을 했던 거죠. 그런데 7월 22일 잠정합의가 파기되고 나서 병원장이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자고 말을 하더라고요. 전체 조항에 대해서 전문, 총칙, 조합가입범위 모두 수정안을 내더라고요.”

9월 3일 성남시청 앞 천막농성장에서 유미라 보건의료노조 성남시의료원지부 지부장.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노동존중도시’ 성남에 ‘비정규직 전면채용’

유 지부장은 성남시의료원과 성남시가 최근 노사교섭과정에서 보여주는 모습은 성남시의료원의 본래 설립 취지와는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성남시장으로 재임 당시 병원 초기 운영계획을 세웠어요. 2015~16년 운영계획 초안이 만들어졌을 때, 보호자 없는 병원 그리고 비정규직 없는 병원 만들겠다고 시민들에게 약속을 했어요. 이재명 시장의 약속을 기본으로 해서 시민사회 단체들과 정책협의를 했던 걸로 알고 있어요. 이후에 삐걱거리기 시작한 건 시장이 바뀌면서보다는 병원의 경영진이 바뀌면서가 더 맞겠네요.”

유 지부장은 지난 6월 성남시의료원의 신임 행정부원장이 부임한 후부터 ‘비정규직 고용’이 교섭테이블에 등장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성남시는 이를 암묵적으로 승인했다고 유 지부장은 비판했다.

“지난 4월에 신임 의료원장이 부임할 때까지만 해도 비정규직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원칙에 변함이 없었어요. 그런데 6월에 행정부원장이 오고 나서 갑자기 비정규직 얘기가 논의되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검토만 했다고 하다가, 개원 초기에 한시적으로 안전사고 발생하지 않기 위해서 2개 분야에서는 노하우가 있는 전문 업체에 맡겼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노동조합도 기간을 정하고 이후에 정규직 전환되는 걸 합의서에 담으면 수용할 수 있다고 잠정합의를 했죠. 그런데 지금은 전부 9개 분야의 238명을 비정규직으로 채용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어요. 의료원은 성남시 출연기관이에요. 성남시의 관리감독을 받거든요. 그러면 이런 것들을 추진할 때 성남시에도 결재를 받아야하는 과정이 있어요. 성남시도 이 부분에 대해서 동의를 했더라고요.”

“사실은 이 싸움 절대 질 수가 없어요”

유미라 지부장은 밤낮으로 바쁘다. 출근부터 퇴근까지는 개원 준비 업무를 처리하고 있고, 밤에는 천막농성장에서 남은 하루를 보내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바쁜데도 개원준비에만 2년을 보내 본의 아니게 ‘경력단절’에 빠졌다고 농담 삼아 얘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유 지부장은 쉽게 천막을 걷을 생각이 없다. 성남시의료원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처음부터 지켜보았기 때문이라고 유 지부장은 말한다.

“성남시의료원은 제게 굉장히 남다른 곳이에요. 조금 화가 나는 건, 성남시의료원이 세워지기까지 많은 노동자와 시민들의 희생과 헌신들이 있었거든요. 인하병원 폐업했을 때 인하병원 조합원들이 퇴직금 모아가지고 시민병원 설립 운동을 시작했어요. 그분들은 정년이 지나서 세우려던 병원에 들어오지 못해요. 성남시의료원이 세워지기까지의 역사와 의미에 대해서 지금 경영진들이나 성남시장은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아요. 그냥 어느 날 갑자기 성남시가 복지하겠다고 세금으로 짓는 게 아니거든요. 의료원장도 성남시도 성남시의료원에 세금이 얼마나 들어가는지 아냐고 하는데, 정작 그 세금 낸 사람들은 성남시의료원 이렇게 만들지 말라고 해요. 그래서 사실은 이 싸움은 질 수가 없어요. 성남시에 굉장히 많은 시민사회단체들이 있는데 설명을 들은 시민단체마다 굉장히 분노하고 있어요. 특히 비정규직 문제와 노동기본권을 인정하지 않는 문제에 대해서요. 성남시의료원을 세우려고 했던 의미와 다르게 정말 돈 버는 병원을 만드는 건지 의심을 하는 거죠.”